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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13화
PAYLUA ORIGINAL · 제113화

113화. 한 번의 인계, 아직 없는 동의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19자

오프라인 책장
옛 의무실을 방문하려면 출입 확인서가 필요했다. 나는 그 사실을 예상했다. 하지만 출입 확인서를 발급받으려면 건강 확인서가 필요하고, 건강 확인서를 발급받으려면 의무실에 가야 한다는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의무실을 영원히 출입할 수 없게 만드는 완벽한 제도인데요.” 내가 감탄하자 중립 공관의 젊은 관리인이 얼굴을 붉혔다. “옛날 규정이라서요. 최근에는 방문 사유 확인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걸 먼저 말씀해 주셨어야죠.” “방문 사유 확인서도 필요합니다.” 나는 피코를 돌아봤다. “네 도장을 빌려 줘.” “어디에 찍으시게요?” “내 이마에. 행정 절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피코는 진지하게 도장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그 손을 막았다. 결국 우리는 방문 사유와 동행 인원을 적어 의무실로 들어갔다. 문에는 예전의 흰색 표식이 남아 있었다. 안쪽은 지금 구호 교육관으로 쓰여, 벽마다 부상자를 옮기는 방법과 응급 처치 순서가 붙어 있었다. 루시아는 낡은 들것을 보자마자 먼저 손잡이를 들어 봤다. “이런 건 무게가 한쪽으로 쏠린다. 뒤에서 드는 사람은 허리를 다치기 쉬워.” “어떻게 아십니까?” 관리인이 물었다. “열다섯 명을 들어 옮겨 봤으니까.” 관리인이 눈을 크게 떴다. 루시아는 말을 덧붙였다. “한 번에 든 건 아니다. 그렇게까지 미친 사람은 아니야.” 나는 약간 고민했다. 그 말이 루시아에게서 나오면 오히려 믿기 어려웠다. 옛 의무실의 남은 장부는 두 종류였다. 부상자 접수 목록과 물자 배부 목록. 이름은 가려져 있었고, 일부에는 당시 이동 경로가 적혀 있었다. 우리가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직무별 인원 수와 시간뿐이었다. 그날 오후 한 시 반에 의무실로 음식이 배달된 기록이 있었다. 식권 한 장. 따뜻한 죽. 수령란에는 글자가 아닌 짧은 획 세 개가 찍혀 있었다. 피코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점 셋!” “아직 아니야.” 나는 종이를 돌려 보였다. 세 개의 획은 점도 아니고 서명도 아니었다. 당시 의무실에서는 환자의 손이 떨릴 경우 간병인이 식기 수량만 표시했다는 설명이 옆에 있었다. “표식이 비슷하다고 같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야.” “압니다. 그래도 조금 놀랐어요.” “나도 그랬어.” 사실 나는 작은 점 세 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한국어 편지의 가장자리에도 비슷한 흔적이 있었고, 바다새 9호의 선체에도 점 셋처럼 보이는 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같은 형태가 같은 의미라는 증거는 아직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배달 식권과 임시 접수인의 이동 경로를 비교했다. 접수인은 회의실에 정식 참석한 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문서를 받아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의무실 기록에는 그 직무로 분류된 사람 한 명이 있었다. 이름은 보호 대상이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람과 제3감리 대리 접수인이 같은 인물인가요?” 아레인이 고개를 저었다. “직무 명칭이 유사하지만 아직 식별번호 대조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허가를 신청할 이유는 있습니까?” “심의 보류 사유가 당시의 응급 이송 절차와 연결된 것인지 확인하려는 범위에서는 가능합니다. 개인 신원은 알 필요가 없고요.”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궁금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이름을 열어 볼 수는 없다. 내가 귀환 기록과 한국어 편지를 추적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일도 그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아야 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다는 착각. 오전 조사만으로 우리는 피곤해졌다. 피코는 구호 교육관의 식당을 쳐다봤다. “여기는 밥이 나오나요?” “실습생에게는 나옵니다.” 관리인이 말했다. “저도 실습할 수 있어요!” “오늘은 들것 옮기기 실습입니다.” 피코는 잠시 멈췄다가 루시아를 봤다. “저분이 저를 실어 옮기면 안 되나요?” “그러면 네가 환자가 되잖아.” “식권 한 장이면 환자 역할은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루시아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둘을 떼어 놓았다. 임프와 전투광이 한 팀이 되면 회계사가 두 배로 바빠진다. 점심 뒤 교육관 담당자는 구형 서류함을 보여 줬다. 표지는 [대리 인계 예외 사례]였다. 내용 일부를 읽을 수 있었다. [직접 대면 확인 불가. 환자 의식 없음. 보호 대상자의 소재 비공개. 서류 인계는 기록으로만 수행. 본인 의사 확인은 상태 회복 후 별도.] 나는 눈을 멈췄다. “이 규정이라면 왜 직접 확인 신설안을 보류했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아레인이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의무실 규정이지 본회의의 결정 사유는 아닙니다.” “네. 적어도 당시 모든 사람에게 서명을 받는 건 불가능했겠죠.” 루시아가 들것을 내려놓았다. “부상자 중에는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도 있었을 거다. 확인을 받는다고 무조건 펜을 쥐여 줄 수는 없었겠지.” 그 말을 듣자 지난번 내가 ‘당사자 직접 확인’을 외쳤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 원칙은 필요하다. 하지만 거동할 수 없는 사람을 이유로 권리를 없애서는 안 된다. 옛 접수인이 정말 요구했던 건 즉시 서명하라는 규칙이 아니라, 나중에라도 본인의 뜻을 확인하라는 절차였을지 모른다. 조사 중반, 뜻밖의 소식이 도착했다. 마왕성 재정실에서 임시 집무 대행 명령이 내려왔다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대행한다는 겁니까?” 전송 구슬 너머로 베르케가 당황한 얼굴을 내밀었다. “도윤 님의 출장 결재를 몰트 님이 대행하도록 설정됐는데, 구형 명부가 자동으로 도윤 님의 부재를 퇴직 예정으로 바꾸려 해요.” “또요?” “이번엔 실행 전에 막았습니다. 지난번에 만든 시험 차단 규칙이 작동했어요.” 나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것은 분명 좋은 소식이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방지 장치가 실제로 작동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여전히 내 퇴직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조금 서운했다. “일단 처리 기록 보관하고, 실제 퇴직 상태는 변하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보내 줘.” “네. 몰트 님이 방금 말씀하셨는데요.” “뭐라고?” “한도윤을 자동으로 퇴직시키는 기계가 있다면 차라리 그 기계를 회계사로 고용하자고.” “몰트 님다운 농담이군.” 나는 전송을 끊고 잠시 웃었다. 천이백 년을 일한 리치도 가끔은 누군가의 고생을 놀릴 줄 알았다. 의무실 교육관은 오후에 작은 실습을 열었다. 관리인이 우리에게 참관을 제안했다. 실습 내용은 ‘의식이 없는 사람의 소지품과 의료 동의서 구분’이었다. 나는 바로 참석하겠다고 했다. 루시아는 의료 실습이면 본인이 더 익숙하다고 했지만,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보자 조금 긴장했다. “검이라도 들고 가면 안 되나?” “이건 검이 필요 없는 실습입니다.” “그런 실습은 언제나 어렵더군.” 관리인은 가죽 인형을 들것 위에 눕혔다. 인형의 주머니에는 작은 동전지갑과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첫 질문은 간단했다. “환자가 의식이 없습니다.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소지품을 맡은 사람이 치료비 전액과 앞으로의 복무 계약까지 대신 승인할 수 있을까요?” 피코가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치료는 필요해요. 그런데 복무 계약은 나중에 물어봐야죠!” “좋습니다. 치료는 긴급 보호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 있지만, 모든 계약 권한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루시아가 어깨를 폈다. “나도 그건 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환자가 회복했지만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직접 확인이 가능합니까?” 이번에는 아무도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확인은 말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적법한 절차와 의사 표현 방법이 필요했다. “글을 쓰거나 손동작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겠네요.” 내가 말했다. “맞습니다. 다만 환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확인을 강요하면 안 됩니다.” 피코가 종이에 작은 손바닥을 그렸다. “이런 것도 대답이 될 수 있겠네요.” “상황에 따라 그렇습니다. 다만 의사 표현의 정확한 의미는 담당자가 확인해야 합니다.” 세 번째 질문은 더 어려웠다. 환자가 회복했지만 현재 위치가 알려지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당사자가 기록 열람을 거절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루시아가 말했다. “보호해야지.” “네. 누구에게 어떤 범위로 알릴지는 별도의 권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나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우리가 찾는 옛 제도는 이렇게 단순하고도 복잡한 문제에서 나온 것이었다. 누군가의 뜻을 보호하려고 생긴 절차가 오랜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그 뜻을 지워 버렸다면, 문제는 처음 만든 사람의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실습을 마치고 피코가 내게 속삭였다. “도윤 님, 그럼 앞으로 누가 저 대신 밥을 주문하면 제 취향도 확인해야 해요?” “네 취향을 대신 결정하지 말라는 뜻과 비슷하지.” “그럼 저는 언제나 빵 두 개가 좋다고 말할래요.” “급여에서 식비가 빠진다는 사실도 알아야겠지.” “그건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녀석은 권리 교육을 매우 빠르게 배웠다. 특히 자기 식비와 관련될 때 더 빨랐다. 교육관의 복도를 나서는데 한 의료 견습생이 우리를 불렀다. “저희 기록에도 '발송 완료' 표시가 있는데 실제 수령자 확인이 없는 게 있습니다. 이런 것도 조사 대상인가요?” 나는 먼저 민감한 내용을 열어 보지 말라고 했다. “수령자 신원이 아니라 전송 상태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담당 책임자에게 안전하게 점검을 요청하세요.” “그럼 기록을 전부 저희 쪽에서 보여 줄 필요는 없겠군요.” “네. 실제 개인 정보를 알지 않아도 시스템 오류를 찾을 수 있어요.” 그는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아는 그 젊은 견습생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전장에서 봤던 의무병도 저렇게 생겼어.” “지금은 어디 있습니까?” “모르지. 살아 있었다면 다행이고.” 나는 함부로 위로하지 않았다. 그녀는 생존 확인 창구가 왜 필요한지 누구보다 아는 사람이었다. 견습생이 돌아간 뒤 아레인이 접수실의 변경 내역을 보여 줬다. 예전에는 수령자가 없으면 ‘임시 보관’으로 남던 기록을 후대에는 모두 ‘처리 완료’로 일괄 옮긴 흔적이 있었다. 아직 우리 사건의 원인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종류의 오류였다. 나는 그 화면의 날짜를 조심스럽게 적었다. 누가 비슷한 오류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범인을 하나로 묶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설계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알 수는 있다. “도윤 님은 맨날 사람보다 날짜를 찾네요.” 피코가 말했다. “날짜는 사람을 찾기 전에 알아야 할 때가 많거든.” “그럼 제 월급날도 적어 주세요.” “달력에 이미 적혀 있어.” “두 번 적으면 빨리 올까 해서요.” 나는 차마 화를 내지 못했다. 세상에서 가장 낙관적인 임프였다. 오후 늦게 중립 공관에서 비식별 번호 대조 결과가 왔다. 옛 의무실의 임시 문서 인계 직무와 제3감리 대리 접수인의 직무 코드가 동일한 체계에서 파생됐다는 것까지 확인됐다. 그러나 동일 인물이라는 식별은 여전히 보류였다. “그래도 중요한 진전입니다.” 아레인이 말했다. “당시 접수인의 일이 회의실 내부보다 의무실 쪽에 있었을 가능성이 커졌어요.” “그 사람은 왜 직접 확인 절차를 요구했을까요?” 피코가 물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표지 한 줄을 짚었다. [환자 상태 회복 후 별도 확인.] “어쩌면 ‘나중에 확인하라’는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루시아가 창밖을 바라봤다. 교육관 마당에서는 견습 구조대원들이 들것을 옮기고 있었다. 한 명이 발을 헛디뎠지만 다른 사람이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받쳐 주는 사람이 있어야 쓰러지지 않는군.” 그녀가 말했다. 나는 노트에 짧게 적었다. [긴급 인계는 필요할 수 있다. 영구 동의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이 문장은 전쟁 중 누군가에게 필요했던 문장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아직은 증명할 수 없었다. 우리가 나가려는데 관리인이 작은 쪽지를 건넸다. 공개용 회의장 보존 목록이 들어 있었다. [당사자 직접 확인 신설 요청 / 관련 증빙: 의무실 제7보관함의 회복 통지 대장.] 나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다음 장소가 정해졌군요.” 피코가 벌써 구두끈을 묶었다. “도윤 님, 제7보관함에는 식권이 더 남아 있을까요?” “거긴 식당이 아니야.” “서류가 잔뜩 있으니 식권도 있을 수 있잖아요.” 나는 대답 대신 출장 식비 항목을 확인했다. 아직 오늘 점심값이 결제되지 않았다. 우리의 가장 시급한 사건은 때때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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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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