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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04화
PAYLUA ORIGINAL · 제104화

104화. 구호창고에 남겨 둔 물건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31자

오프라인 책장
왕국 국립 구호창고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평범했다. 높은 탑도 없고, 수수께끼의 마법진도 없었다. 낮은 창고가 열두 동 이어져 있었고, 입구에는 밀가루를 나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문제는 그 많은 창고 가운데 어디에 종이가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었다. “문서 보관소가 어디죠?” 내가 경비병에게 묻자 그는 정문 오른쪽을 가리켰다. “9동입니다.” 9동 앞에 가니 문이 잠겨 있었다. 표지에는 '문서 보존 전용. 담당자 부재 시 4동 문의'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는 4동으로 갔다. 4동 직원은 창고 점검표를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9동 담당은 어제 6동으로 옮겼습니다.” “그럼 6동으로 가면 됩니까?” “오늘은 6동 냉방 마법이 고장 나서 2동에 있을 겁니다.” 피코가 절망적인 얼굴을 했다. “왜 창고들이 술래잡기를 해요?” 나는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있지.” “절대 감사요?” “아니, 안내판.” 나는 변경된 담당 위치를 적어 4동 직원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얼굴을 붉히더니 바로 정문에 게시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의 행방은 문서 보존 비밀보다 직원 찾기에서 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2동의 담당자는 젊은 인간 여성 루네였다. 그녀는 우리가 갈매기 등대의 옛 출입대장 목록을 찾는다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명단 전체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 전쟁 피해자의 이동 경로가 포함돼 있어요.” “전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송-4189 운송편명과 연관된 보존 상자의 존재 여부만 알고 싶습니다.” 루네는 서류를 다시 봤다. “그 정도라면 비식별 대조가 가능합니다. 다만 물류 목록에는 당시 여러 기관이 같은 번호를 썼을 수 있어요.” “정확히 구분해야겠죠.”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정상적인 민원인을 만났다는 얼굴을 했다. “마왕성 직원이시죠?” “네.”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하네요.” “저도 처음에는 여기가 다 폭발할 줄 알았습니다.” “저희도요.” 우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마왕성과 왕국 사이의 평화는 위대한 조약뿐 아니라 이런 민원 창구에서도 조금씩 자라고 있는 모양이었다. 루네가 보관 목록을 찾는 동안 우리는 구호창고 뒤편의 작은 휴게소에 앉았다.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물자를 분류하고 있었다. 어떤 상자에는 응급 붕대가, 어떤 상자에는 어린아이용 신발이 들어 있었다. 피코가 유리창에 코를 붙였다. “저 신발 되게 작아요.” “아이들 거니까.” “왜 이렇게 많이 있어요?” “지난 전쟁 때 집을 떠난 가족들이 많았겠지.” 그때 물품 담당자가 휴게소로 들어왔다. 그는 서류 하나를 들고 난처해했다. “실례합니다. 혹시 지급 상태를 확인하시는 분들이십니까?” “네, 그런데 저희는 여기 직원이 아닙니다.” 나는 먼저 선을 그었다. “그래도 이 문장을 좀 봐 주실 수 있을까요? '아동 신발 이백 켤레 배급 완료'라고 뜨는데 창고에 아직 백 켤레가 남아 있습니다.” 문장을 읽자 원인이 보였다. 이백 켤레는 창고에 입고된 숫자였다. 백 켤레만 실제 지급됐고, 나머지 백 켤레는 다른 지역의 신청을 기다리는 상태였다. “배급 완료라는 표시는 잘못됐네요. 입고 완료와 배급 완료를 따로 적어야 합니다.” 담당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말했더니 시스템 팀에서는 이미 오래 쓴 용어라 바꾸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화면은 오래 쓰면 오래 쓸수록 고치기 어려워지죠. 하지만 이름을 잘못 쓰면 필요한 사람들이 물건을 못 받아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담당자의 요청으로 실제 물품 수량을 세는 것을 지켜봤다. 상자 열 개가 있었고, 각 상자에 신발 열 켤레가 든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 직원 둘이 상자를 열어 수량을 확인했다. 열 개 모두 맞았다. 나는 상자 번호와 확인자를 적어 줬다. 직접 세지 않은 내 이름은 입회자 칸에만 남겼다. “이렇게까지 구분해야 합니까?” 직원 하나가 물었다. “나중에 수량이 다르면 누가 실제로 셌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피코는 작은 신발을 손에 들어 보더니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저 애들 신발은 꼭 주인한테 갔으면 좋겠어요.” “나도.” 우리는 기다리던 배급소에 '신발 백 켤레는 현 창고 보관 중'이라고 정확히 알리는 공문을 전달했다. 아직 아무에게도 배급하지 않았는데 배급 완료라고 한 탓에 후속 신청이 막히고 있었던 것이다. 루네가 돌아왔을 때 그는 우리가 창고 일까지 돕고 있다는 걸 보고 놀랐다. “손님들께 이런 걸 부탁드린 적 없는데요.” “저희도 먼저 나설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어쩌다 보니.” “마왕성 직원이 왕국 구호창고에서 신발을 세다니 이상한 날이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녀는 웃었다. 휴게소 문을 나서며 피코가 내게 말했다. “도윤 님. 저 신발들은 언젠가 귀환하겠죠?” “신발은 배급될 거야.” “그럼 사람은요?” 나는 잠시 말을 고른 뒤 대답했다. “사람은 돌아갈지, 어디로 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지.” 피코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추적하는 옛 문서도 결국 그 문제에서 시작된 것일지 몰랐다. 그러나 그건 아직 내 생각일 뿐이었다. 루네는 목록을 꺼내기 전에 조건을 제시했다. 전쟁 피해자의 실명, 구조 당시 부상 정보, 가족 이동처는 열람 불가. 운송 단위의 등록번호와 인계기관만 제공 가능. 나는 조건을 확인했다. [갈매기 등대 임시 구호항 접수 물품 / 9호 운송편 / 비식별 보존 항목 1건 / 제3감리 비귀속 임시 봉인] 나는 손을 멈췄다. “비귀속.” “네. 소유자 귀속 판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제7서고의 현행 목록에는 천계 발행 안내문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저희 자료에는 발행 주체가 없습니다.” 나는 루네에게 그 차이를 설명했다. 그녀는 마법 거울을 가져와 두 자료의 항목 이름만 대조했다. 내용은 열지 않았다. “같은 운송편에서 인계된 물건일 가능성은 있군요. 하지만 이 번호가 반드시 같은 봉인을 가리키는지 확인하려면 포장 식별자가 필요합니다.” “포장 식별자요?” “운송 번호 말고, 봉투에 붙은 작은 도형입니다. 삼각형 안에 점이 몇 개 있는지로 표시했어요.” 피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점 세 개!” “그럴 수도 있고 둘일 수도 있고 넷일 수도 있죠.” 나는 피코의 귀가 다시 축 늘어지는 걸 보았다. “숫자를 먼저 찾자.” 루네는 보존 목록에서 해당 묶음의 외포장 식별자를 찾았다. [외포장 식별: 삼각형 내 점 둘. 검수 확인: 미완.] “둘이네요.” 피코가 실망했다. “괜찮아. 쪽지의 점 세 개와 같다고 우기는 것보단 낫지.” 우리는 원본 외포장의 사진과 제7서고의 사본 표지를 정해진 열람 범위 안에서 비교했다. 둘은 같은 재질처럼 보였지만, 봉피 접착 위치가 달랐다. 하나는 왼쪽에서 접었고, 하나는 오른쪽에서 접었다. “재포장했을 수도 있겠군요.” 루네가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아니면 아예 다른 물건일 수도 있고요.” 어디로 가든 확인해야 할 문제가 남았다. 다행히 출입대장 목록에는 포장 식별자가 바뀐 경위를 남긴 별도의 ‘재봉인 기록’이 있었다. [구조항 출항 후 보존 중, 외피 훼손 신고. 수취 후 재봉인. 담당 기관: 북쪽 언어검수소.] 나는 목덜미를 문질렀다. 분명히 송-4189의 물류 경로와 닮았다. 하지만 인계표 속 번호가 같은 운송 단위를 가리키는지 아직 완전히 확인한 것은 아니었다. 그때 피코가 옆 창고에서 나오는 노동자들을 바라봤다. “도윤 님, 저기 사람들 왜 싸워요?” 밀가루 포대 옆에서 인부 둘이 다투고 있었다. 한 사람은 자기 이름이 배급 명단에서 빠졌다고 항의했고, 다른 사람은 전송 화면에는 '수령 완료'로 표시된다고 말했다. 나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당장 우리가 조사하던 문서와 관계가 없는 일일 수 있지만, 고함이 커지는 걸 그냥 두긴 어려웠다. “실례합니다. 무슨 문제인지 들어도 됩니까?” 인부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분명히 지난주 포대 운반을 했소. 그런데 내 지급 장부에는 수당이 없고, 여기엔 수령 완료라고 적혔어!” 담당자는 피곤한 얼굴이었다. “내가 돈을 안 준 게 아니라고요. 시스템에는 됐다고 나와요.” 나는 모두에게 조금 물러서자고 했다. 먼저 실제 지급 창구 기록을 확인했다. 화면의 ‘수령 완료’는 물품 포대가 창고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수당이 사람에게 지급됐다는 기록은 아니었다. “이건 포대 인수 확인입니다.” “뭐라고요?” “일한 분이 수당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에요. 둘을 같은 말로 표시해서 오해한 겁니다.” 담당자는 고개를 감싸 쥐었다. “또 그 단어군요.” “예. 또 그 단어입니다.” 피코가 주머니에서 작은 도장을 꺼내 들었다. “제가 만든 건데요. 받았음, 찬성하지 않았음!” 나는 그의 손을 조용히 내렸다. 여기서는 지급 확인과 물품 인수를 구분해야 했다. 피코의 도장도 만능열쇠는 아니었다. “이건 교육용이고, 수당 지급 증빙은 별도로 확인해야 해.” “네!” 루네가 장부 두 장을 다시 찾아왔다. 실제로 인부의 수당은 지급 지시만 내려졌을 뿐 수취 기록은 없었다. 담당자는 지급소에 확인 요청을 보냈고, 인부에게 접수번호를 주었다. “오늘 해결됩니까?” “지급소가 확인해야 합니다. 지시됐다는 것까지만 확인했습니다.” 나는 솔직히 말했다. 인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적어도 자기가 무슨 상태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관리자도 언제부터 '완료'라는 말을 잘못 쓰고 있었는지 알아차렸다. 점심시간이 지나서야 본래 조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루네는 우리가 그 문제를 정리해 준 것에 대한 감사로, 열람권 범위 안에서 재봉인 목록을 찾아 줬다. “이걸 보세요. 외포장 검사에서 비정상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기록에는 '내용물 유출 없음'과 '외부 주소 표기 손상'이 각각 기재돼 있었다. 이상한 점은 재봉인 허가권자 서명란이 비어 있다는 것이었다. “0003입니까?” 피코가 반사적으로 물었다. “아니.” 나는 화면을 가리켰다. “여긴 비어 있어. 0003이라고 적혀 있지도 않아.” “그럼 누가 했는지 모르는 거네요.” “맞아.” 루네는 당시 전쟁 구호 물자에 대해 긴급 임시 재봉인을 허용하던 별도 규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가권자 서명이 비어 있어도 작업자 두 명의 입회 기록이 있으면 가능한 경우가 있었다. 다만 그 규칙이 해당 문서에 적용됐는지는 검토가 필요했다. 나는 그 규칙의 번호를 적었다. 번호 하나가 누군가의 범죄 혐의를 좌우할 수 있다. 숫자는 참 성격이 고약하다. 사소해 보이면서도 책임을 온통 옮겨 놓는다. 복도를 빠져나오며 루네가 물었다. “그래서 이 문서가 어디서 작성됐다고 보십니까?” “아직 모릅니다. 다만 지상계에서 보호를 요청받은 물건이 천계에서 자기 발행 문서로 바뀐 경위를 찾고 있어요.” “그렇다면 출처뿐 아니라 목적도 중요할 것 같네요.” “무슨 목적이요?” “왜 처음부터 열지 말라고 했는지요.”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우리는 누가 썼느냐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내용을 보호하려고 은화 열 닢을 맡기고, 배에 태우고, 봉인함으로 옮겼다. 내용이 무엇이든 그 행동에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창고 문을 나서자 어린아이가 신발 한 짝을 들고 서 있었다. 발에 맞지 않는 크기라 교환하러 왔다고 했다. 담당자는 재고가 없다는 말을 하려다가, 아직 지급되지 않은 백 켤레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아까 표시를 고치지 않았으면 없는 물건으로 처리할 뻔했군요.” 나는 아이가 새 신발을 신어 보는 모습을 잠시 지켜봤다. 서류의 '완료' 한 단어가 바뀌자 진짜 신발 한 켤레가 주인을 찾았다. 피코가 속삭였다. “도윤 님, 이건 결말이 좋아요.” “응. 이 일은 끝났네.” 아이의 어머니가 감사 인사를 했다. 나는 신발 지급 장부에 실제 교환이 완료됐다는 사실만 남기게 했다. 작은 일에는 작은 결론을 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왕성으로 돌아오는 길, 라델에게 연락이 왔다. “한도윤 씨. 왕국 쪽 보관명부에서 그 문서의 초기 목적을 뜻하는 구형 분류 기호를 찾았습니다. 정확한 판독은 필요하지만, '발송'이 아닙니다.” “그럼 뭡니까?” “'반환 대비 보존'에 가깝습니다.” 나는 창밖을 보았다. 보내기 위한 편지가 아니라, 돌려줄 날을 기다리던 편지였을까. 그렇다면 받는 사람이 돌아오기 전까지 지켜 달라는 뜻이었을 수도 있다. 그 생각은 아직 추측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질문의 방향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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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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