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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01화
PAYLUA ORIGINAL · 제101화

101화. 원본 출처가 세 곳이라니요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27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전송 구슬에 뜬 한 줄을 세 번 읽었다. [송-4189 연관 보존문서의 원본 출처 분류 불일치. 확인 전 사본 이동 금지.] 솔직히 말하면, 세계의 운명을 좌우할 문구치고는 몹시 재미가 없었다. '사본 이동 금지'라니. 마계와 천계의 비밀을 다룬 서사시라면 하늘에서 벼락이 치거나, 최소한 용이 한 마리 울부짖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내 손에는 전송 구슬이 있었고, 어제 받은 한국어 쪽지는 가슴 안주머니에 있었다. 둘 다 조용했다. 조용하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이 세계에서 지나치게 자주 배웠다. “도윤 님.” 피코가 내 옆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번엔 뭐가 안 맞는데요?” “주소.” “편지 주소요?” “그럴 수도 있고, 문서가 처음 만들어진 곳일 수도 있고.” “그럼 우체부를 불러요.” “우체부는 죄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 “그럼 부르지 말까요?” 나는 피코의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귀를 보며 웃었다. “부르되, 죄인 취급하지 말자.” 우리가 마왕성으로 돌아온 건 해가 거의 넘어갈 무렵이었다. 성문에서는 루시아가 경비병 둘에게 장창을 바르게 세우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정확히는 바르게 세운 장창을 들고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내기를 하고 있었다. “한도윤!”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손을 들었다. 장창이 옆으로 넘어갔다. 경비병들이 동시에 뛰어 피했다. “새로운 적을 찾았나?” “찾지 않았습니다. 문서 출처가 잘못 적혔어요.” “아, 그렇군.” 루시아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갔다. “실망하실 필요까진 없는데요.” “적이 서류라면 베기 어렵지 않은가.” “기사단장님은 서류를 베면 안 됩니다. 아주 중요한 원본일지도 몰라요.” “그럼 원본을 보호하는 연습을 하겠다.” 그녀는 장창을 창고 문 앞에 내려놓고 경비병들에게 명령했다. “오늘부터 봉투를 찢지 않고 열어 보는 훈련을 한다!” 경비병 하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단장님, 그건 서무과 훈련 아닙니까?” “서무과를 보호하는 기사단 훈련이다!” 이렇게 마왕성에는 새 군사 교리가 탄생했다. 이름하여 문서 보존 전투술. 언젠가 전투가 시작되면 우리 쪽이 먼저 영수증부터 요구할지도 모른다. 재정실로 돌아가니 몰트가 종이 두 장을 펼쳐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천이백 년을 근무한 리치 실장이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대개는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쪽이었다. “제7서고에서 보낸 원본 목록이다.” “전체 원문입니까?” “아니다. 출처 분류표와 변경 이력만. 개인정보 관련 본문은 봉인했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의 오래된 한국어 편지를 찾겠다고 보존함 전체를 뒤집어 놓을 순 없었다. 목록에는 세 항목이 있었다. [최초 등록: 지상계 비귀속 보존물] [제7서고 수입 시 분류: 천계 발행 안내문] [현행 사본 목록: 중립 공관 원본 이관 자료] 세 기관이 같은 문서를 자기 쪽 원본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거 간단하네요.” 피코가 말했다. “셋 중 둘이 틀린 거잖아요.” “아니. 셋 다 자기 입장에서 맞을 수 있어.” 피코가 눈을 깜빡였다. 나는 종이에 상자를 세 개 그렸다. 첫 번째에는 '작성', 두 번째에는 '보관', 세 번째에는 '발행'이라고 썼다. “작성한 장소와 보관한 장소, 복사본을 공식 발행한 장소는 다를 수 있어. 문제는 이 분류표가 그걸 전부 '출처'라고 불렀다는 거야.” “그럼 누가 썼는지는 모르네요.” “그래. 하지만 누가 언제 옮겼는지는 추적할 수 있겠지.” 몰트가 손가락뼈로 탁자를 두드렸다. “반송 주소가 확인될 때까지 원본을 요구하지 마라. 우리에게도 열람권이 없는 영역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도윤.” “네.” “출장 경비 정산서를 내라.” 감동이 순식간에 식었다. “실장님, 제가 천계의 비밀을 발견했는데요?” “천계의 비밀과 교통비 영수증은 별개다.”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는 결국 천계 왕복 마차비, 제7서고 등록 수수료, 피코의 빵값을 나눠 적었다. 빵값은 공식 출장 식대였다. 피코는 자기가 식대 항목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에 몹시 기뻐했다. 출장을 승인받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몰트가 내놓은 신청서에는 '목적지', '조회 목적', '복귀 예정 시각' 외에 이상한 항목이 하나 있었다. [출장 중 확보한 전리품의 귀속 예정 부서] “실장님. 저희는 문서를 보러 가는 겁니다.” “그렇다면 전리품 없음이라고 써라.” “왜 출장 신청서에 전리품 항목이 있어요?” “구형 군무 양식을 재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럼 이 양식이 문제 아닌가요?” 몰트는 천천히 서류를 내려다봤다. “맞군.” 그가 너무 쉽게 인정해서 내가 오히려 당황했다. “실장님이 이렇게 순순히 인정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내가 천이백 년 동안 틀린 양식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 “아뇨. 오히려 천이백 년 동안 고치지 않으셨을 것 같아서요.” 몰트의 눈구멍에서 불길이 작게 치솟았다. 나는 얼른 말을 바꿨다. “그래서 지금 고치면 아주 큰 개선입니다.” 그는 피코를 불러 새 출장 양식을 만들라고 했다. 피코는 반나절 동안 서식에서 전리품을 빼고, 대신 '열람 범위', '원본 반출 여부', '개인정보 열람 승인 여부'를 넣었다. 완성된 양식을 본 루시아는 몹시 섭섭해했다. “정말 전리품 칸을 없애나?” “이번 출장에서는요.” “그럼 탐험의 기쁨은 어디서 얻지?” “공식 기록이 서로 맞을 때요.” 루시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서류 속 숫자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는 날이 오면, 그때는 정말 세계가 바뀐 것이다. 새 양식의 첫 번째 시험 사용자는 나와 피코였다. 피코가 제일 먼저 질문했다. “출장 식대는 어느 칸에 써요?” “그건 기존처럼 따로 첨부해.” “그럼 빵 두 개는요?” “원칙대로 식대 한도 안에서.” “빵 세 개는요?” 나는 녀석을 바라봤다. “출장 목적이 먹방이면 안 돼.” “먹방이 뭔데요?” “너처럼 먹는 일만 특별히 열심히 하는 거야.” 피코는 진지하게 수첩에 '먹방: 출장 승인 별도 필요'라고 적었다. 나는 그 문구를 지우게 했다. 전산 시스템에 또 이상한 정책이 생기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승인 과정은 쉬웠다. 제르칸이 내 신청서를 읽고 붉은 도장을 찍으려 하자, 몰트가 먼저 물었다. “폐하, 실제로 열람할 권한이 있는 자료입니까?” 마왕이 머뭇거렸다. “나는 마왕이다.” “질문의 답은 아닙니다.” “아주 불편한 신하들이로군.” 나는 웃음을 참았다. 우리 성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가 바로 저 대화였다. 제르칸은 결국 '출장 승인'에만 도장을 찍었다. 자료 열람은 해당 보존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남겨 두었다. “이렇게 따로 하면 일이 느려지지 않나?” 그가 물었다. “조금요.” “그럼 잘못된 문서를 보는 건 막을 수 있고?” “적어도 허가받지 않은 열람을 정당화하는 데 폐하 도장을 이용하긴 어려워집니다.” 마왕은 기분이 나쁜 듯하다가 이내 만족해했다. “내 도장은 귀한 것이니 당연하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귀한 도장이라면 더욱 함부로 쓰지 말아야 했다. 다음 날 새벽, 제7서고 기록사 아우렐에게서 회의 요청이 왔다. 전송 화면에서 그의 얼굴은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천사는 원래 빛나는 얼굴이어야 하는데, 기록사는 밤샘 근무를 하면 종족을 가리지 않고 초췌해지는 모양이었다. “한도윤 씨. 오늘은 출처 분류 정정 회의만 진행합니다. 문서 작성자 확인은 범위에 없습니다.” “그게 맞습니다. 정정할 근거부터 봐야죠.” “천계 내부에서는 원본이라는 말만 나오면 서로 떠넘기는 버릇이 있습니다.” “마왕성에서는 예산이라는 말만 나오면 그러는데요.” 화면 너머에서 아우렐이 작게 웃었다. 회의에는 중립 공관의 아레인과 보존관 에브란, 왕국의 라델이 참여했다. 제르칸도 참석하고 싶다며 왕좌를 움직여 왔으나, 영상에 왕좌 전체가 들어가지 않자 기분이 상했다. “내 존재감이 화면보다 크다는 뜻이군.” “그냥 화면이 좁은 겁니다, 폐하.” 마왕은 결국 의자에 앉았다. 의자가 작은 건 아니었다. 자존심이 큰 것이었다. 아우렐이 첫 번째 문서를 열었다. 천계가 가지고 있는 송-4189의 보관 접수표였다. 번호 아래 작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언어 원본 별도 봉인. 전달 편의상 안내용 등본 생성.] “등본을 만들었군요.” “예. 그런데 등본 발행 기록이 다음 단계에서 원본 발행 기록으로 올라갔습니다.” “누가 올렸습니까?” “시스템 처리입니다. 지금은 전환 당시의 설명서를 찾는 중입니다.” 나는 그 말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처리 방식은 확인됐고, 누가 승인했는지는 아직 모른다는 뜻이군요.” “정확합니다.” 아레인이 공관 쪽 기록을 제시했다. 제2공관의 오래된 인계 장부. 인수 확인을 동의로 변환했던 바로 그 부서에서 옮긴 자료였다. 다만 이번에는 다른 점이 있었다. 원문이 공관에 도착하기 전, 별도의 임시 봉인함을 거쳤다는 표시였다. [임시 봉인함 6호. 접수 목적: 언어 판독 보호. 출처: 기재 보류.] 피코가 나를 봤다. “기재 보류면 안 적은 거죠?” “안 적었거나, 적을 근거가 없었거나.” 에브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시 봉인함은 소유권을 판단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기록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곳입니다.” 나는 가슴 안주머니의 쪽지를 떠올렸다. 은화 열 닢으로 지켜진 문서. 그것이 누가 쓴 편지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버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회의 중간, 피코가 손을 들었다. “질문 있어요.” “말해 보세요.” “제7서고는 자기들이 원본을 만들었다고 적었고, 공관은 자기들이 원본을 받았다고 적었죠? 그런데 맨 처음 '지상계 비귀속'이라고 적은 곳은 어디예요?” 아우렐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었다. “그 분류를 입력한 접수소의 관할이 지금 자료와 맞지 않습니다.” “그게 새로 발견된 불일치입니까?” “그렇습니다.” 화면에 오래된 접수소 주소가 떠올랐다. [중립 휴전항 북쪽 언어검수소. 관할: 공동 보증 회계소 제3감리 파견실.] 휴전항 북쪽. 우리는 거기서 전쟁용 검으로 표시된 성벽 부품과 제3감리의 빈 서명란을 본 적이 있다. 사건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루시아가 기뻐했다. “그곳이라면 내가 길을 안다. 지난번에는 경비병들에게 창을 들지 말라고 지시해야 했지.” “이번에도 그럴 겁니다.” “그럼 무엇을 들면 되지?” “필기구요.” 루시아는 표정을 굳혔다. “도윤, 너무 잔혹한 임무다.” 우리는 회의록을 정리했다. 출처 분류를 당장 천계에서 중립으로 바꾸지 않기로 했다. 그것 역시 근거가 없었다. 대신 '작성자 미상, 최초 접수기관 재확인 중, 현 보관처 제7서고'라는 세 가지 문장을 분리해 적기로 했다. 아우렐은 정정 신청 번호를 알려 줬고, 에브란은 임시 봉인함 6호의 출입대장을 찾겠다고 했다. 회의가 끝난 뒤 제르칸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래서 인간 회계사여. 이 위대한 사건으로 우리 군이 얻는 것은 무엇이지?” “당장은 명예도 금화도 없습니다.” “허무하군.” “대신 남의 편지를 멋대로 열어 보지 않아도 됩니다.” 마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건 내가 왕이라도 지켜야 할 예의다.” 나는 조금 놀랐다. 그가 가끔 이렇게 근사한 말을 하면 반응하기 어렵다. 그러나 감동은 길지 않았다. “다만 내 망토 칭찬 편지는 예외로 해도 좋다.” “그건 편지가 아니라 팬레터잖아요.” “그래서 더욱 중요하지!” 피코가 웃다가 의자에서 미끄러졌다. 그날 저녁, 중립 공관의 오래된 지도 한 장이 도착했다. 북쪽 언어검수소의 위치가 빨간 점으로 찍혀 있었다. 지도 옆에는 작은 경고가 적혀 있었다. [검수소는 폐쇄되었으나 임시 봉인함 관련 출입 권한 일부 미말소. 현장 무단 열람 금지.] 나는 붉은 점을 오래 바라봤다. 그곳이 편지의 작성 장소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누군가 그것을 처음으로 공식 절차에 올린 장소일 수는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본 문서들은 제법 집요하게 그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다. “출장 또 가요?” 피코가 물었다. “응.” “그럼 빵값은요?” “식대로 정산.” 피코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마왕성 회계 직원이 천계와 마계의 오랜 비밀보다 출장 식대에 더 크게 감동했다. 나도 사실 조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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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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