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우가 '돌려보내'라고 말한 대상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었다.
2027년 4월 14일 수요일, 오선영은 미전송 음성 초안의 일부와 관련된 후속 확인 사항을 알려주었다. 기술 감정 결과가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문장 앞뒤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전자음 역시 특정 출입문 경고음이라고 확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더 분명해졌다.
“그럼 그 사람이 혼자 말했을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 중 하나야. 전화를 걸다 끊었는지, 음성 메모를 작성했는지, 상대에게 보낼 문장을 연습했는지 아직 몰라.”
나는 배정우가 2025년 8월에 보낸 메시지를 떠올렸다. '아직 완료라고 답하지 마세요.' 그 말은 살아 있는 임소율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2026년 11월의 음성에 같은 의도가 담겼다는 증거는 없었다.
“서로 다른 두 해의 문장을 합쳐놓고 제가 혼자 이야기를 만들었군요.”
“넌 가설을 세운 거야. 그걸 확정하지 않았으니까 아직 괜찮아.”
선영의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가설은 필요한 것이다. 다만 가설이 기록을 밀어내기 시작하면 사람은 위험해진다.
오후에는 2026년 11월 3일 오전 반환 문의 자료에 대한 추가 대조 결과가 나왔다. 작업표의 일부 번호가 02-A 묶음과 같았지만, 실제 처리 대상의 끝자리 코드는 아직 확인 중이었다. 나는 배정우의 미전송 음성에 '돌려보내'라는 말이 있다는 이유로 그 업무와 연결하지 않기로 했다.
정민규는 배정우 자택 건물의 입주자 안내문을 확보한 사실을 알려줬다. 당시 출입문이 고장 날 때 관리실은 배송 물품을 문 앞에 두지 말고 반송하라는 안내를 일부 업체에 전달했다. 그 문구에도 '반송'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그럼 배정우가 그걸 보고 말했을까요?” 한유리가 물었다.
“가능하지만 근거는 없습니다. 음성이 녹음된 시각과 그 안내를 읽은 시각도 모르니까요.”
나는 말하면서 묘한 허탈감을 느꼈다. '돌려보내'는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주는 단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많은 뜻을 가졌다.
점심 무렵 배은정이 내 사무실을 찾았다. 그녀는 동생이 죽기 전 몇 달 동안 가족에게 연락을 피했던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과거 회사 문서 문제와 그의 죽음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 동생이 아무 잘못도 안 했다는 뜻인가요?”
“그것도 아닙니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죽은 사람은 대답도 못 하는데, 모두 자기 말을 하네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그녀는 동생에 관한 좋은 이야기나 나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근거 없는 이야기가 더 이상 가족의 기억을 대신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작은 수첩 하나를 꺼냈다. 동생이 생전에 지니던 수첩의 복사본이었다. 원본은 이미 필요한 절차로 제출됐다고 했다. 그 안에는 날짜가 없는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받지 않은 걸 받았다고 쓰지 말자.'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익명 발신자가 만들어온 모든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그러나 수첩이 진짜 배정우의 것인지, 그 문장이 언제 쓰였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했다. 나는 배은정에게 직접 판단하지 말고 수사팀에 그대로 전달해달라고 안내했다.
“이것도 또 확실하지 않다고 하실 거죠?”
“지금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사할 가치가 있습니다.”
그녀는 내게 수첩을 두고 가지 않았다. 오히려 원본 관리 절차를 확인한 뒤 조용히 일어났다. 나는 그 행동에 감사했다. 누군가의 유품을 또 다른 익명 메일의 재료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후 다섯 시, 오선영은 2025년 경고 하향 기록에 관해 새로운 세부 내용을 전했다. 09시 43분 작업 후 시스템은 상태를 '참고'로 변경했지만, 미교부 사실을 인정하는 확인 기록은 생성되지 않았다. 그 뒤 비용 귀속 검토가 진행된 것은 시스템이 모든 문서가 실제 전달됐다고 보증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화면에 뜬 '진행 가능'을 실제 승인으로 읽고 다음 단계로 옮겼던 것이다.
“그럼 결정권자는 누구였습니까?”
“아직 추적 중이야. 하지만 책임을 한 사람이 모두 갖고 있지는 않다는 건 분명해지고 있어.”
누군가 누락된 장을 확인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사유 없는 예외 옵션을 열었다. 누군가는 경고를 참고로 낮췄다. 또 누군가는 그 상태를 근거로 비용을 사람에게 돌렸다. 각 단계의 책임이 달랐다.
한유리는 말했다. “이걸 한 사람이 전부 계획했다면 정말 무서운 사람이겠네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누군가 계획하지 않았어도 이런 결과는 나올 수 있어요. 악인은 이미 생긴 틈을 이용하기만 하면 되니까.”
밤에는 익명 메일이 왔다. 제목은 '돌려보내지 못한 사람'이었다. 첨부된 사진에는 배정우의 수첩 문장과 비슷한 글씨가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보고 순간적으로 누군가 유족의 자료를 빼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멈췄다. 수첩의 문장은 이미 과거 한 번 익명 게시물에서 비슷하게 쓰인 적이 있었다. 지금 사진이 유족의 원본에서 나온 것인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름 없는 단어 몇 개를 비슷하게 썼다는 이유로 유출자를 단정할 수는 없었다.
나는 자료를 오선영에게 전달하고, 배은정에게는 불필요한 세부를 다시 묻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누군가 가장 바라는 일은 우리가 피해자의 가족을 정보 공급원으로 만드는 것일지도 몰랐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한유리가 물었다. “서 조사관님. 그럼 우리가 찾는 건 결국 누구예요?”
나는 수첩의 두 페이지를 보여줬다. 하나에는 2025년 경고 하향. 다른 하나에는 2026년 배정우 사망.
“두 사건에 관여한 사람이 겹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같은 사람을 찾겠다고 정하면 서로 다른 범인을 놓칠 수도 있어요.”
“그러면 끝까지 못 잡을 수도 있겠네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그래도 이미 확인한 사실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어요.”
그 말은 그녀보다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돌려보내지 못한 건 문서만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무너진 신뢰를 조금씩 되돌리려 애쓰고 있었다.
나는 배은정이 돌아간 뒤 책상에 남은 물자국을 닦았다.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는 종이컵 하나가 있었다. 사람들은 사건 당사자의 이름을 기사 속 역할로 기억한다. 용의자, 피해자, 참고인, 유족. 그러나 유족이 내 앞에 앉아 물을 마시고 가는 동안 나는 그 역할들 뒤에 하루를 버티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꼈다.
배정우가 실제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언젠가 확인돼야 한다. 잘못한 일이 있다면 그 잘못을 감출 이유도 없다. 그러나 죽었다는 이유로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써서도 안 된다. 살아 있는 사람이 누군가의 잘못을 덜어내기 위해 죽은 사람 이름에 죄를 덧칠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쉬운 책임 전가였다.
그날 밤 나는 배정우의 과거 서류에서 '반송'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다시 찾았다. 어떤 것은 지급 증빙의 재검토 요청이었고, 어떤 것은 단순한 우편물 반송이었다. 같은 단어가 두 해를 가로질렀지만 문맥은 달랐다.
나는 그 목록을 선영에게 보내지 않았다. 아직 내 가설을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대신 어떤 문서를 공식 확인해야 하는지 번호만 전달했다. 상대가 내 상상 때문에 불필요한 조사를 반복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제16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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