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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141화
PAYLUA ORIGINAL · 제141화

141화. 보이지 않는 마지막 열

내일의 살인사건이 오늘 접수됐다 · 3,836자

오프라인 책장
표에는 이름이 두 개 있었다. 서진혁, 02-B. 배정우, 02-A. 하지만 내가 먼저 찾은 건 이름이 아니었다. 표 오른쪽 가장자리, 일부러 잘라낸 것처럼 보이는 얇은 회색 선이었다. 그 선 뒤에는 열이 하나 더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2027년 3월 17일 수요일 오전, 나는 전날 받은 익명 파일을 화면에 확대했다. 한유리가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또 글자 하나 찾고 있어요?” “글자보다 빈칸을 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걸 어떻게 확인해요?” “우선 보이지 않는다고 적어둡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도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건 알았다. 그런데 누군가 보여주지 않은 열 하나가 누군가의 죽음을 설명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단순히 인쇄 영역 밖으로 밀려난 메모일 수도 있었다. 처음부터 둘을 구별하지 않으면 상대가 정한 방향으로 걸어가게 된다. 나는 원본 이메일을 별도로 보존하고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만 적었다. 표의 제목은 ‘수신자별 문서 생성 목록’. 행은 둘. 02-A와 02-B. 그러나 생성 시간, 발송 여부, 실제 열람 여부를 표시하는 항목은 사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아래쪽에는 ‘미발송 초안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 문구조차 원본 프로그램에 원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오선영이 전화를 받았다. “사진 봤어. 네가 말하려는 거 알아. 이름 옆 코드만으로 발송됐다는 뜻은 아니지.” “그보다 사진 오른쪽이 잘렸습니다.” “원본을 확보해야겠네.” “발신자가 보낸 걸 말고, 독립된 기록이요.” “업체에 자료보존 요청했어. 서버에 아직 남아 있는지를 확인 중이야.” 그녀가 설명한 범위에서는 온새문서지원의 문서 생성 서비스가 여러 조직의 회신 양식을 처리했다. 화면 디자인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 업체가 익명 메일을 보냈다고 할 수 없었다. 외부로 반출된 템플릿도 있었고, 누군가 화면을 흉내 냈을 가능성도 있었다. “배정우의 가족에게는?” 내가 물었다. “아직 이 사진을 보여주지 않았어. 사망한 사람이 메일을 읽었다고 오해하게 만들 이유가 없으니까.” 나는 그 판단에 동의했다. 이미 배은정은 자신의 가족이 살인 용의자로 소개된 기사 때문에 긴 시간을 잃었다. 또 다른 검증되지 않은 표를 건네는 건 조사 협조가 아니라 짐을 떠넘기는 일이었다. 오후, 한유리가 공개 자료에서 온새문서지원의 구형 교육 영상을 찾아냈다. 몇 년 전 기업 고객에게 제공했던 영상이었다. 화면에는 수신 상태를 표시하는 아이콘이 있었다. 초안은 빈 동그라미, 예약은 시계, 실제 발송은 종이비행기 모양. 열람은 별도의 체크 표시였다. 익명 사진에서는 그 아이콘이 있어야 할 오른쪽 열이 보이지 않았다. “자른 이유가 분명해졌네요.” 한유리가 말했다. “왜 잘렸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또 그러실 줄 알았어요.” “보고 싶은 장면만 보면 배정우가 메일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옵니다.” 한유리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가 예전에 질문지를 잘못 보내 수사 관계자보다 외부 업체가 먼저 대응할 기회를 얻었던 일을 떠올린 듯했다. “기사로 안 쓰겠습니다. 지금은.” “기사로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때는 가장 먼저 쓰셔도 됩니다.” 그녀는 휴대전화에 알림을 설정했다. 원본 확인 전 공개 금지. 자기 실수를 막는 장치였다. 작고 평범한 행동이지만, 누군가는 그런 장치를 하지 않은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날 오후에는 내가 예상하지 못한 사람이 사무실을 찾았다. 권다정이었다. 한때 모든 경고 하향 작업의 범인처럼 지목됐던 파견 직원. 그녀는 종이봉투를 탁자 위에 놓으면서도 손을 떼지 못했다. “이번에도 제 이름이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배정우 씨와 제 이름이 있습니다.” “이름이 있는 것과 받았다는 건 다르다고 말하려고 오셨겠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 말을 믿고 싶어 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렇게 몇 달을 말해도 사람들은 제가 9시 43분에 승인했다고 하더군요. 제 계약 담당자는 인터넷 검색 결과만 보고 다음 근무 배치를 미뤘어요.” 권다정은 자신의 근무 명단 정정 신청서 사본을 보여줬다. 문서에는 2025년 8월 25일의 접수 기록 담당과 시스템 실행 권한이 구분돼 있었다. 그녀가 그 차이를 설명하는 동안 손끝이 계속 떨렸다. “제가 여기서 필요한 건 뭡니까?” 내가 물었다. “제발 이번 표에는 이름만 보고 죄를 붙이지 말아주세요.” 나는 그 자리에서 추론표를 다시 그렸다. 권다정의 09:29 접수 기록, 윤세한 명의의 09:36 조건 검토, 공용 계정의 09:43 실행을 세 줄로 나눴다. 권다정은 그것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제 문서도 나중에 누군가 잘라 쓰겠죠. 그러니까 사진 말고 공식 접수번호로 남기고 싶어요.” 나는 그 선택이 옳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제출할 정정 자료를 스스로 챙겨 나갔다. 수사에서 누구의 이름이 남는지보다 그 사람이 자기 이름을 지킬 방법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뒤늦게 배웠다. 혼자 남자 내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배정우가 살인을 알고 있었는데 가만있었다’는 게시물이 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첨부된 것은 우리가 본 그 표의 절반이었다. 오른쪽 열이 빠진 이미지. 누군가는 누락을 몰랐겠지만,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칸이 가장 유용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나는 게시물을 따로 저장했다. 반박할 때는 배정우가 결백하다고 단정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확보한 증거로는 직접 열람을 확인할 수 없다고만 쓸 수 있었다. 남의 삶을 지키는 문장은 가끔 그렇게 답답하게 정확해야 했다. 저녁 무렵 오선영에게 연락이 왔다. 교육 영상의 레이아웃과 유사한 기록이 보존된 것은 확인됐다고 했다. 다만 수사 자료라서 화면 전체를 내게 보내줄 수는 없었다. “중요한 차이가 있어.” “무엇입니까?” “표에서 02-A는 생성 이력으로 나와. 그런데 발송 상태는 별도 검증이 필요해. 02-B 쪽도 수신자가 화면에서 봤다는 기록하고 네가 받은 이메일이 같은 건인지 확인해야 하고.” “같은 내용처럼 보여도 다른 객체일 수 있군요.” “그렇지. 생성된 파일이 원본인지, 복제본인지부터 구별해야 해.” 나는 수첩의 문장을 고쳤다. ‘배정우에게도 발송됐다’라고 쓰려고 미리 그어놓았던 줄을 지웠다. 대신 ‘02-A 생성 흔적, 발송·열람 미확정’이라고 적었다. 그 순간 익명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오른쪽 끝까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첨부된 표에는 네 번째 열이 있었다. 상태값 ‘전달 완료’. 시간은 2026년 11월 2일 오후 10시 21분. 배정우 이름 옆이었다. 그는 첫 살인 예고가 내게 도착하고 불과 5분 뒤에 같은 계열의 문서를 받았다는 뜻일까. 나는 즉시 사진을 믿지 않았다. 교육 영상에서 ‘전달 완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일 하단에 작은 문장이 추가돼 있었다. ‘인수 확인은 수신자가 아닌 대리 처리자에게서 회수.’ 나는 한동안 그 글을 보았다. 배정우가 직접 받았다고 주장하는 문서가 아니었다. 누군가 대신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상대는 우리가 잘라낸 열을 의심할 것을 예상했고, 바로 그 의심을 다음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바꿔놓았다. 오선영에게 원본 파일을 보냈다. 그리고 한유리에게 말했다. “이건 답을 준 게 아닙니다.” “그럼요?” “누가 대신 받았는지 묻게 만들었죠.” “그 질문을 하면 안 됩니까?” “해야 합니다. 다만 누가 그 질문을 우리에게 시켰는지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창밖에서는 저녁 퇴근 차량들이 느리게 지나갔다. 어딘가에서는 누군가 대신 서류를 받고, 아무 생각 없이 ‘전달 완료’ 버튼을 누르고 있을 것이다. 모든 그런 사람이 범죄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 버튼 하나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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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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