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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8화
PAYLUA ORIGINAL · 제38화

0층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59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이 바닥을 밟을 때마다 출근부가 한 줄씩 늘어났다. 야간 편의점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이 얼어붙었고, 길을 지나던 고등학생은 자기 운동화 아래에 뜬 글씨를 읽고 비명을 질렀다. [신규 근무 지점: 도원솔루션] [근무 상태: 동의 미확인] “여기서 일한 적 없어요!” 학생이 소리쳤다. “저도 그래요.” 내가 말했다. “그래도 아직 회사에서 못 벗어났거든요.” 농담을 한 건 학생을 진정시키고 싶어서였다. 학생은 잠깐 나를 보더니 울 듯 웃었다. 나는 서윤과 함께 사람들을 도로의 반대편 안전 통로로 안내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닥의 문구를 지우는 게 아니라 차량과 보행자의 흐름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집하장 담당자가 도로 안내 차단막을 가져왔고, 근처 상가 사장들이 손전등을 빌려 줬다. 도원 직원이 아닌 사람들의 도움이 이렇게 절실할 줄은 몰랐다. 그들에게 회사 계정도, 지급된 직무도 없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움직였다. 문제의 글씨는 출근 기록을 생성하면서 도로를 복도로 바꾸고 있었다. 인도를 따라 늘어난 회색 선은 실제 차선과 겹쳤고, 일부 사람들이 보기에 앞에는 회전문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서윤이 물리 측정 막대를 대자 회전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찬바람만 지나갔다. “가상 표시에 반응하는 사람이 걸음을 멈추면 실제 차량에 부딪힐 수 있어요.” 서윤이 말했다. 우리는 보행자 안내 표지를 눈높이에 새로 설치했다. 바닥 글씨보다 높은 곳에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실제 안내를 둔 것이다. 아이들이 휴대전화로 화면을 찍으려 했지만, 시설 담당자는 위험 구역에서 촬영 때문에 머무르지 않도록 부탁했다. “이런 거 찍으면 조회 수 많이 나오겠는데요.” 배 소장이 말했다. “제 퇴사 과정이 바이럴 콘텐츠가 되는 건 사양입니다.” 그때 도원솔루션 안전실에서 민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지금 외부 시민 여섯 명이 자동 인사 대기자로 들어와요. 이름은 없는데 출근 시각이 찍힙니다.” “실제 사람이 여섯 명인 건 확인됐어?” “아니요. 현장에서는 다섯 명을 보냈다고 하는데 장부엔 여섯입니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또 하나의 대역일 수도 있고, 빈 출입 센서가 사람으로 계산된 것일 수도 있었다. 우리는 장부 숫자와 현장 숫자를 합치지 않았다. 시설 측이 직접 확인한 통행자 다섯 명은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고, 여섯 번째 기록은 별도로 격리했다. 잠시 뒤 그 여섯 번째 자리가 움직였다. 바닥에서 솟은 얇은 종이 한 장이 사람처럼 두 발을 디뎠다. 종이는 누군가의 출근 시간을 들고 있었다. 바람에 접힐 때마다 도로와 복도의 경계가 잠깐 뒤집혔다. “저게 여섯 번째군요.” 배 소장이 말했다. “사람인지 기록인지 아직 모릅니다.” 서윤이 대답했다. 우리는 그것을 건드리지 않고 도로 반대편으로 시민들을 이동시켰다. 종이 존재는 그대로 서서 바깥을 바라봤다. 그것은 누군가를 공격하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도로를 회사 복도로 바꾸고 있었다. 남기석은 외부 경계의 진단 패널을 들고 나왔다. “검은 단말기의 인원 등록 기능은 막았는데, 별도 보행 센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 센서는 누가 설치했습니까?” “정확한 업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작업 이력에는 공동 운영 계약 담당자가 승인했다고만 돼 있어요.” 문제의 센서는 도로 바닥에 있지 않았다. 멀리 건물 외벽에서 뻗은 작은 거울처럼 생긴 장치가 보행자의 그림자를 읽고 있었다. 열일곱 건물마다 하나씩 달려 있던 출퇴근 위치 확인 장치였다. 지금은 건물 바깥을 걷는 사람도 직원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외벽 센서를 꺼야겠네요.” 내가 말했다. “그 센서 중 일부는 야간 조명 자동 점등에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윤이 지적했다. “통째로 끄면 더 위험해요.” 그래서 우리는 외부 센서를 직접 파괴하지 않았다. 시설 관리자의 수동 전환으로 조명 기능을 남기고, 회사 장부에 출근 자료를 보내는 선만 차단했다. 화면에는 즉시 오류가 떴다. [공동 출근 이벤트 수신 중단] [무단 외부 퇴사 감지] “퇴사를 감지하는 게 왜 무단이죠? 저 사람이 퇴직서를 낸 것도 아닌데.” 민재가 무전기 너머로 웃었다. “형이 계속 퇴사해서 시스템이 예민해졌나 봐요.” “퇴사는 한번 했거든?” 그러나 검은 종이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천천히 몸을 돌려 도원솔루션의 정문을 향해 걸었다. 정문은 여전히 직원 명단을 요구하는 검은 장막으로 덮여 있었지만 종이는 장막 앞에 멈췄다. “저 존재가 돌아갈 곳을 찾는 걸까요?” 서윤이 물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오늘 여러 대역이 자신의 의사를 말했고, 이 종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지워 버리고 싶었지만, 삭제하면 장부가 새 종이를 만들어 낼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이 기록이 사람의 일부를 담고 있다면 함부로 파괴해서는 안 됐다. 나는 고개를 들어 건물 유리벽을 봤다. 고층 사무실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바깥에서 그 건물을 바라보면 누군가 밤샘 프로젝트를 하는 평범한 회사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오늘 저 안에서는 사람이 인사 장부의 숫자로 바뀔 뻔했다. 상가 주인이 우리에게 담요 두 장을 가져왔다. 그는 회사 직원이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추운 밤 길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느냐고만 물었다. 서림이 담요 한 장을 받았고 다른 한 장은 학생의 어깨에 둘렀다. 그 장면을 본 배 소장이 작게 말했다. “회사 밖에 있으니까 오히려 일이 돌아가네.” “회사 안에서도 원래 이렇게 해야 했죠.” 내가 답했다. 나는 장부의 출근 줄이 사라지는 것과 실제 사람들이 무사히 이동하는 것을 분리해서 기록했다. 기록이 사라졌다고 사람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기록이 생겼다고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오늘 가장 간단한 문장이 가장 어려운 판단 기준이 됐다. 그때 종이의 뒷면에 작게 적힌 문장이 보였다. [원본 귀속: 외부 경계] [전송 목적지: 제0 관리자 공석] “저 종이가 빈 관리자 자리를 찾으러 가는 것 같아요.” 서윤이 말했다. “사람을 대신 앉히기 전에 막아야죠.” 우리는 정문 주변에서 실제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안내선을 세우고, 종이가 향하는 경로를 격리된 영상으로 관찰했다. 종이는 출입문 앞에 도달하자 더 이상 걸어가지 않았다. 대신 모서리에서 얇은 빛이 났다. [제0 관리자 공석 유지] [대역 임시 보관 요청] “새 관리자 자리를 달라는 게 아니라, 잠깐 기다릴 곳을 달라는 걸까요?” 민재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당장 이름을 쓰게 하거나 없애는 선택지밖에 없는 시스템은 믿을 수 없었다. 우리는 실물 대기 구역과 분리된 미확인 기록 보관 구역을 만들고, 종이가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제한했다. 종이는 안내판 앞으로 돌아와 조용히 서 있었다. 그 사이 도로의 출근 글씨는 조금씩 희미해졌다. 시민들은 실제 인도를 따라 돌아갔다. 나는 끝까지 남아 차선과 출구의 혼선을 확인했다. 집으로 가던 한 아저씨가 내게 말했다. “아까 회사 이름 뜨길래 저한테 취직됐나 했어요.” “오늘은 채용 설명회를 하지 않습니다.” 내가 대답했다. “여긴 그냥 길입니다.” 아저씨가 웃으며 사라졌다. 나는 발밑의 아스팔트를 내려다봤다. 그저 길이라고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그때 남기석이 다른 장부 화면을 보여 줬다. 열일곱 개의 외벽 센서가 멈춰 있었지만, 가장 바깥의 새 센서 하나가 계속 깜박이고 있었다. [대상 건물 번호: 없음] [제0 경계 외부 연동: 시작] 아무 회사도 소유하지 않는다고 했던 장소에서 새로운 기록이 수집되고 있었다. 누가 어디서 그 장치를 켰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회사 밖의 길은 다시 출근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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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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