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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3화
PAYLUA ORIGINAL · 제33화

퇴사자 전용 길에 남은 사람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26자

오프라인 책장
18번 문 앞에 비상 표지판을 붙이는 데 삼십 분이 걸렸다. 평소 같으면 시설 요청서를 작성하고, 담당자를 지정하고, 지출 결의를 올리는 데만 사흘은 걸렸을 일이다. 회사가 던전이 된 밤에야 절차가 빨라졌다. 문서윤은 그걸 보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어질 정도는 아니죠?”라고 물었다. 당연히 아니었다. 임시 표지판에는 화살표를 두 개 그렸다. 하나는 집하장 바깥 실제 계단, 다른 하나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18번 통로였다. 미확인 통로의 화살표에는 굵은 선을 긋고 ‘점검 중, 진입 금지’라고 적었다. 출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그쪽으로 밀어 넣을 수는 없었다. 그때 복도 끝에서 작은 청소차가 다가왔다. 운전석에는 작업모를 쓴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우리를 발견하자 오히려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을 만났구먼. 이틀째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이틀째요?” 나는 되물었다. “여긴 오늘 밤부터 이상해졌는데요.” “우리 시계로는 이틀이야.” 노인의 이름은 고윤석. 지난달 퇴직한 집하장 시설 보조라고 했다. 주민등록증이나 퇴직 서류를 여기서 확인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손으로 운전대를 가리켰다. “저 녀석이 자꾸 사람 이름을 입력하라고 해서 돌아가는 길을 못 찾았네.” 청소차 앞유리에는 [퇴사자 재입사 요청]이라는 글씨가 떠 있었다. 윤석은 평소처럼 청소차를 반납하고 집에 가려 했지만 기계가 그를 출근 대기자로 등록해 버렸다는 것이다. “제가 퇴직한 건 제 의사였어요. 다시 일하겠다고 한 적은 없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밖에 있는 버스 정류장. 버스가 끊겼으면 택시라도 타려고.” 작은 목표였다. 우주가 멸망할 기세로 서버가 뒤틀렸어도, 어떤 사람에게는 집에 가서 보일러를 켜는 일이 전부였다. 나는 윤석에게 실물 계단을 안내했다. 배 소장이 그를 부축하는 사이 청소차는 혼자 고개를 돌려 18번 문을 향했다. “저 기계는 왜 거길 가죠?” 윤석이 미간을 찌푸렸다. “우리 차는 자동 주행이 없는데?” 바퀴가 서서히 움직였다. 나는 급하게 바퀴 앞에 서려 했지만 서윤이 팔을 잡았다. “사람보다 기계를 먼저 막다 다치지 마세요.” 그는 청소차에 달린 실제 비상 정지 버튼 위치를 윤석에게 확인했고, 배 소장이 전원을 끊었다. 멈춘 차의 바닥에는 얇은 흰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퇴사 자산 반환 완료] [동반 인원 전송 대기] 노인은 옆에 서 있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내가 퇴직할 때 받은 꽃다발까지 회사가 반환받으려나?” “꽃다발은 노사 협약보다 강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들고 가셔도 됩니다.” 그가 웃는 동안 종이 위에는 동반 인원 숫자가 하나씩 늘었다. 한 명, 두 명, 세 명. 실제로는 아무도 청소차에 타지 않았는데 이 문서는 빈자리를 계속 채웠다. 18번 통로의 숫자가 반짝였다. 차에 붙어 있던 RFID 태그를 센서가 읽어 ‘사람’으로 환산하고 있었다. 장부가 인간과 물건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금융센터에서 봤다. 이번에는 빈 자동차 좌석을 미래의 재직자로 만들어 18번 문 안으로 밀어 넣으려 했다. “태그 전원부터 분리하죠.” 서윤이 말했다. “정비 업체와 사용 기록 확인하고요.” 윤석은 기계의 주인과 정비 담당자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그가 손으로 차를 만질 때마다 ‘재입사’ 글씨가 흔들렸지만, 그는 자기 이름을 입력하지 않았다. 마침내 안전 절차에 따라 송신 태그가 차폐되자 숫자는 멈췄다. [동반 인원: 0] “사람이 아니니까요.” 나는 화면에 말했다. “빈 의자까지 고용하지 마세요.” 우리는 윤석을 실제 버스 정류장까지 안내했다. 그는 몇 걸음 가더니 돌아서서 물었다. “여기가 정말 퇴사자들만 지나는 길인가?” “아뇨. 현재까지는 ‘회사 기록과 연결되지 않은 실물 통로’인 것 같습니다. 누가 지나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에요.” “그럼 그게 더 좋아. 직원이 아니라도 집은 가야 하잖아.” 그 말은 어려운 기술 문서보다 정확했다. 18번 문이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누군가를 퇴사자로 분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 여부와 상관없이 길을 잃은 사람에게 안전한 선택지를 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정류장 앞에는 여전히 버스 노선표가 걸려 있었다. 나는 윤석이 우산을 펼치면서 자기 집 방향을 확인하는 모습을 잠깐 지켜봤다. 일곱 해 동안 회사에서 남의 퇴근을 도와준 적은 거의 없었다. 장애가 끝나면 나는 늘 마지막으로 불을 끄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적어도 한 사람의 퇴근이 정말 퇴근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버스 안내판에 표시된 도착 예정 시각은 한동안 18시 01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현실은 이미 새벽이었지만 전산 장부가 아직 내 사직서 승인 시간을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윤석은 안내판을 보고 혀를 찼다. “요즘 버스 회사는 시간을 뒤로 돌려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닐 겁니다.” 나는 교통 담당자에게 화면 표시 오류를 알렸다. “그렇다고 저 숫자 믿고 도로에 서 계시면 안 돼요.” 윤석은 휴대전화의 다른 교통 정보와 실제 도로 표지를 확인해 자신의 이동 방법을 골랐다. 나는 택시를 불러 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괜찮다고 했다. 남의 친절을 거절하는 일이 무례가 아니라는 사실도 그가 직접 보여 줬다. “차 과장. 자네 이름을 또 부르면 회사에서 잡아갈까?” “오늘 밤에는 이름보다 위치를 먼저 말해 주세요.” “그럼 나는 바깥 버스 정류장에서 집으로 갑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위치와 계획을 또박또박 말한 뒤 떠났다. 나는 그 문장을 어느 장부에도 ‘재입사 의사’로 옮기지 않았다. 다시 집하장으로 돌아오자 점검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빈 청소차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18번 통로는 이렇게 움직이는 물건을 위한 시험 구역이었습니다. 사람 출근 기록과 결합하면 안 됐죠.” “그럼 밖에 있던 분들이 왜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겁니까?” “공동 운영사가 구형 회수 장비에 출입 관리 기능을 덧붙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들은 건 거기까지예요.” “그걸 직접 본 건 아니군요.” “네. 작업 일지의 요약만 봤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서 증언과 추정을 분리해 적었다. 오늘 밤에는 그런 구분조차 사람을 살리는 장치였다. 잠깐 조용해졌을 때 여닫이문 바깥쪽에서 또 두드림이 들렸다. 이번엔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이었다. 손전등을 비추자 문 바깥, 여태 사람 없다고 생각했던 적재 공간에 휠체어를 탄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보더니 팔을 높이 들었다. “제 이름은 한서림입니다. 여기 일한 적 없습니다.” 여자는 지역 재난 지원 봉사자로, 건물 밖에 대기하던 사람에게 물을 주러 왔다가 통로가 사라졌다고 했다. 옆에는 물병 네 개가 놓여 있었다. 출근 기록도 퇴사 기록도 없는 사람이 18번 문 밖에 있었다. “도와 달라고 할 때 사원번호가 필요합니까?” 서림이 물었다. “아니요.” “그럼 저는 일단 저기 작은 의자에 앉아도 돼요? 무릎이 너무 아파서요.” 우리는 안전한 대기 위치를 확인하고 그녀가 원한 자리로 안내했다. 그녀는 자기 연락처를 필요한 구조 담당자에게만 제공했고, 다른 업무로 자동 등록되는 것은 거절했다. 문 옆의 숫자 18이 조용히 한 번 깜박였다. 나는 그 빛이 우리를 도와주는지 감시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사원번호 없이 들어온 서림이 숨을 고르는 동안 어느 누구도 그를 회사 재산으로 만들지 못했다. 서림이 물병 하나를 내밀었다. “저기요, 차 선생님. 이건 지급품 아닙니다. 그냥 물이에요.” 나는 물을 마셨다. 야근이 이렇게 길어져도 물만큼은 급여로 지급되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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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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