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68화
PAYLUA ORIGINAL · 제168화

위험을 임대하는 회사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695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오승필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오재현에게 먼저 연락했다. 지금까지 오승필은 법적 허점을 잘 이용하는 사업가였지만, 이번에는 타인의 이의 신청 세 건을 공간 재현 증빙으로 바꾸는 자동 처리와 연결돼 있었다. 그가 직접 명령했는지, 외주 업체가 독자적으로 실행했는지 확인해야 했다. 범인을 서둘러 정하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기 쉬워진다. 오재현은 태형공간자산의 외주 계약서를 확보했다. `관측 자격 보강 대행`. 문구는 우아했다. 실제 내용은 원본 보관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공개된 보존 자료나 얼굴 인증 정보로 대리 관측 서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예외 조항 뒤에는 `관측 대상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기록상 최적 위치를 자동 생성`이라는 줄이 숨어 있었다. “우리가 거절한 두 가지 선택을 이쪽은 계약 조건으로 만들었군요.” 문서윤이 말했다. “하나 더 있어요.” 나는 부속표를 가리켰다. `자동 생성된 위치를 관리하는 운영 수탁자: 태형공간자산`. 사람의 위치를 만들고 그 공간의 관리권을 차지하겠다는 뜻이었다. 오승필은 오후 회의에 변호인과 기술 책임자를 데리고 나왔다. 그는 자료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먼저 인정했다. “우리가 운영 수탁을 추진한 건 사실입니다. 민간 장비와 예산이 없으면 현장은 계속 위험하니까요. 그렇지만 사진을 무단 제출한 외주업체의 행위까지 제가 승인한 것은 아닙니다.” 그 주장에는 일부 사실이 있었다. 안전 설비가 낡았고, 공공 예산은 부족했다. 그러나 부족한 돈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임대하는 일이 정당해지지는 않았다. 오재현은 회의장에서 유죄를 선고하지 않았다. 대신 외주 계약의 권한 범위, 실제 시설 관리비, 가짜 관측 자료의 생성 로그를 각각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날 시설 안전 현장은 조금도 조용하지 않았다. 금융센터 지하 계단이 기존 도면보다 세 계단 길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단순히 영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었다. 실제 계단을 내려가던 사람이 난간을 잡고 멈췄다. 문서윤과 김하린은 기존 피난 계단의 반대편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실물 길을 측정한 뒤 계단 이용자를 순차적으로 밖으로 이동시켰다. 그런데 새 계단 끝에서 도원의 회의실 문이 보였다. 누군가 그 문을 열어 주면 다른 건물 안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하진이 자꾸 '퇴사자용 파란 안내'를 보게 된 이유를 생각했다. 시스템이 길을 보여 주고, 그 길을 선택하도록 사람을 설득하고, 선택한 사람을 새로운 위치의 증인으로 바꾸는 구조. 괴물보다 교묘했다. 하진이 내게 물었다. “저 문으로 들어가면 바로 끝날까요?”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어.” “그 말은 좋은데요. 가끔은 저도 그냥 궁금해서 들어가 보고 싶어요.” 그가 웃었다.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위험을 막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모든 선택을 대신하는 것 역시 잘못이었다. 우리는 위험을 알려 주고, 실제 안전 확인이 되기 전에는 출입을 제한하고, 나중에 본인이 판단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금융센터의 새 계단을 조사한 뒤 배만식은 짧은 보고서를 썼다. `실제 구조물 3계단 추가 확인 / 원인 미확정 / 일부 하중 변화 / 현장 출입 제한`. 태형공간자산의 기술 담당자는 그 보고서를 보자마자 `임대용 이동 경로 형성`으로 제목을 바꿔 달라고 했다. 배만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건물 구조를 확인했지, 방을 임대한 적은 없습니다.” 오승필은 회의 막판에 더 정교한 제안을 꺼냈다. 공공기관이 최초 보관자 장혜원에게 개인적으로 확인을 받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비용을 들여 관측 장치를 완전 정지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에 따른 잔여 시설물과 일시적으로 나타난 공간의 관리권을 회사에 넘겨 달라고 했다. “장치 끄는 대가로 생길지도 모르는 복도까지 가져가겠다는 거네요.” “위험 책임을 질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건 맞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이 권리까지 독점해야 하는 건 아니죠.”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되면 누군가는 계속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게 도윤 씨든 다른 누군가든.” 나는 그가 바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게는 '영웅이 되려면 다시 회사에 들어가라'는 말이 가장 익숙한 협박이었다. 그 익숙함 때문에 넘어갈 뻔한 적도 많았다. 금융센터에서 새로 생긴 계단은 계속 남아 있었다. 나는 시설 점검자가 가져온 단면 사진을 살펴보았다. 기존 계단은 철근 콘크리트였는데 세 개가 추가된 부분은 오래된 강변 시설의 거친 돌처럼 보였다. 재질을 확인하지 않고 시각만 믿으면 하중을 잘못 계산할 수 있었다. 배만식은 작은 시험 장비로 접촉 없이 진동을 읽었고, 기존 지지 구조물에 추가 하중이 실리는지 확인했다. 위험이 계속된다면 계단 한쪽을 영구히 닫아야 할 수도 있었다. 이때 오승필 측 기술 책임자가 우리에게 개인적으로 말을 걸었다. 본인은 현장의 하중 위험을 보고했지만 보고서 제목이 '임대구획 추가'로 바뀌었다고 했다. 이름을 공개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았고, 문서 원본의 감사 제출만 허락했다. 그가 상대 조직 소속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단정할 수 없었다. 우리는 그의 진술과 실제 문서를 따로 보존하고, 안전을 위한 필요한 부분만 현장 시설팀에 전달했다. 그가 부정한 계약에 관여했는지는 나중에 조사할 문제였다. 민재는 그 사람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형, 관측 자료도 이렇게 제목이 계속 바뀐 건 아닐까요? '사람 한 명 위치 미확인'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였는데.” 나는 그 가능성을 적었다. 다만 그럴듯한 추측은 아무리 많이 쌓아도 원본이 되지 않았다. 장혜원과 공공 기록실에서 새로 받은 서식 대조표를 함께 봐야 했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안다는 듯 행동하지 않기로 했다. 오승필은 공공기관이 자신들을 배제한 채 안전을 유지할 돈이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구조대와 병원 시설팀, 강변 관할기관은 각자의 역할이 있었다. 나는 회의 자료에 그 이름을 한 줄씩 적어 넣었다. 누구에게도 부당한 책임을 전가하지 않으면서 안전을 지키려면, 책임을 나누는 방법도 구체적이어야 했다. 이것이 사업가가 내민 빠른 해결책보다 훨씬 지루하고 더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회의 뒤 서윤과 나는 안전 통제 예산을 분리하는 공공 협약안을 제출했다. 특정 업체에게 소유권을 주지 않아도 임시 안전 난간을 설치하고 장치를 점검할 수 있었다. 김하린은 독립 경보 회선을 유지하는 인력 배치안을 마련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돈이 없으니 사람의 자리를 강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짓 양자택일을 깨는 방법이었다. 밤 열한 시, 오재현이 급히 연락했다. 태형공간자산 서버에서 삭제하려던 외주 작업 로그가 보존됐다는 것이다. 작업명은 `REPLACE_UNKNOWN`, 실행 시각은 사고 당일 17시 54분보다 며칠 앞섰다. 그러나 그 기록이 실제 공간 변형의 최초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오래된 장치의 물리 이상은 기업 계약보다 더 오래된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낯선 항목이 있었다. `비상시 경계 유지 담당 = 관측 대상 존재 여부 미확인`. 누군가 그 조항을 지우지 않고 남겨 둔 이유가 있었다. 사람의 위치를 모를 때도 경보는 이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강변의 외부 안내판 아래에서 경고가 들어왔다. `실물 분리판 미확인 / 관측면 두 방향 동시 재생`. 이제는 건물 하나가 아니라, 두 장소가 같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위험이 시작되고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68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68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