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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158화
PAYLUA ORIGINAL · 제158화

열일곱 시 오십삼 분의 두 가지 기록

퇴사했더니 회사가 던전이 됐습니다 · 3,787자

오프라인 책장
네모 표시가 문틀처럼 솟아오른 다음 날, 강변 통제선은 두 배로 넓어졌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대응이었다. 현상에 이름을 붙이는 일보다 누군가 발을 헛디디지 않게 하는 일이 먼저였다. 이선경은 공공 안전 점검 표지판을 추가했고, 구조대는 실제 바닥 아래의 배수 시설을 확인했다. 새로 생긴 문틀은 가로 삼십 센티미터 남짓이었다. 사람 하나 지나가기에는 터무니없이 작았지만, 그 옆으로 뻗은 그림자는 도원솔루션 0층의 복도처럼 길었다. “저건 문이 아니네요.” 민재가 말했다. “문 모양의 무엇인가겠지.” “그게 더 불길한데요.” “정답.” 우리는 크기를 더 키우는 실험을 하지 않았다. 대신 옛 019 장비의 독립 시계 세 개를 비교했다. 원본 회신함에는 시각을 인쇄하는 기계식 회전판이 있었고, 외부 안전 신고 장치에는 별도의 전자시계가 있었다. 도원 기업 서버에도 장부 시각이 남아 있었다. 문제의 `17:53`이 셋 중 어디에서 생겼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최도경은 기계식 회전판의 사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시간이 아니에요. 배수문 장치의 점검 회차 번호로 쓴 흔적이 있습니다. `17-53`일 수도 있어요.” “그럼 우리가 하루 전의 소리라고 생각한 게 번호였습니까?” “단정은 못 합니다. 옛 장치에 시각이랑 작업 회차를 같은 네 자리 칸에 썼거든요. 그게 이 장비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리는 그 말을 바로 기록했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조심해서 기록해야 했다. 17:53이 시각인지 회차인지조차 확실하지 않다면 최초 사고 시간을 더 앞당겨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도원 쪽에서 새로운 자료가 들어왔다. 배만식 소장이 서버실 B의 수동 릴 보관 사진을 정리하다가 기계식 회전판과 같은 표식을 찾아낸 것이다. 거기에는 구분점이 있었다. `17:53`이라는 실제 시간 표기와 `17-53`이라는 장치 회차 표기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후대 전산 자료에서는 둘 다 `1753`으로 합쳐져 있었다. “시간도 번호도 있었다는 겁니까?” 서윤이 물었다. “그렇지.” 배 소장이 답했다. “둘이 같은 숫자라서 서로 덮인 거야. 누가 악의로 그랬는지는 별도 조사해야 해.” 원본 사진의 가장자리에는 빨간 점 하나가 찍혀 있었다. 글씨는 짧았다. `관측 전 스위치 고정 실패`. 이건 17시 54분의 스냅샷보다 앞서 장치가 정상 위치를 잡지 못했다는 뜻일 수 있었다. 우리는 아직 최초 관측 승인자를 찾지 못했지만, 위험이 발생하기 전부터 기계가 불안정했다는 정황은 분명해졌다. 오승필은 이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오전부터 ‘안전 보강 현장 실증’을 제안했다. “기계가 고장이라면 우리 쪽 신형 보정 장치를 넣어 보시죠. 통행 가능 범위를 재설정하겠습니다.” 그는 오늘도 정중했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가 위험을 인정하면 자기 장치를 들여놓을 수 있는 계약서를 준비해 왔다. 우리는 안전 검증이 끝나지 않은 신형 보정 장치를 거절했다. 그의 제품이 도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시험할 이유는 없었다. 이때 오승필의 부하 직원이 실수했다. 오래된 배수문 앞에서 신형 보정 장치의 테스트 목록을 떨어뜨린 것이다. 파일을 강제로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직원이 직접 회수하는 동안 종이가 바람에 날려 공개 통제선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선경이 그것을 보관하고 문서 소유자를 확인해 반환 절차를 밟았다. 제목은 우연히 모두에게 보였다. `공백 공간 실사용자 등록 시험: 성공 조건 — 응답 없는 위치에 사람 기록 1건 삽입`. 나는 종이를 직접 읽으려는 마음을 참았다. 증거의 출처가 흐려지면 상대가 더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대신 이선경에게 현장 출입 중지 요구와 정식 감사 요청을 제출했다. 오승필이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같은 시각, 도원 서버실 B에서 하림의 예전 기록 하나가 공개 허용 범위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 B-0에서 반복해 들었던 소리를 두 가지로 나눴다. 첫째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 둘째는 그보다 먼저 들리던 짧은 경고음. 그는 자신이 어느 사건의 원래 시험자인지는 모른다고 했지만, 경고음이 오기 전에는 복도 바닥이 흔들리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경고가 원인이었다는 뜻은 아니죠?” 서윤이 확인했다. 하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때 흔들리기 시작한 걸 제가 처음 알아차렸다는 뜻이에요.” 그 신중한 대답에 나는 잠깐 안심했다. 누군가 오래된 사실을 정답처럼 단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오히려 사건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리 팀은 17:53과 17-53을 구분해 종이로 임시 표를 만들었다. 첫 줄에는 시각, 둘째 줄에는 장비 회차, 셋째 줄에는 실제 목격을 적었다. 한눈에 보기에는 시대착오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누군가 줄 하나를 자동으로 합쳐 버리는 프로그램보다 지금은 안전했다. 강민재는 표를 벽에 붙이면서 말했다. “형, 이거 보고서 시스템에 올리면 세 줄이 한 줄로 정리될 것 같은데요.” 나는 잠깐 웃었다. “그러니까 올리지 말고 보관증부터 남기자.” 서윤은 표의 복사본을 독립 기록센터에 등록했고, 현장에는 개인정보를 지운 작업용 사본만 남겼다. 미래의 우리가 다시 착각하더라도, 왜 구분했는지 확인할 근거가 하나 생긴 셈이었다. 오후에는 공공 신고 회선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유선영이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 “17시 56분 외부 신고 전에 저는 분명히 안쪽에서 신호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버튼을 눌렀어요. 그 소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안쪽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는 첫 신고의 발신인이라는 사실만큼은 이미 확인했고, 이번에는 그보다 앞선 경고음을 추가로 증언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본인이 원하는 범위만 받아 적었다. 당일의 통화 원본은 독립 기록센터에 보존돼 있었다. 결국 17:53은 원래 시각이기도 했고 장비 회차이기도 했다. 앞선 경고 신호가 실제로 존재했을 가능성은 커졌지만, 그게 공간을 만든 원인인지, 공간이 변하고 있다는 첫 징후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날 저녁 도원 모니터에서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관측 전 스위치 고정 실패`가 세 번 반복되더니, 뒤쪽에 다른 문장이 붙었다. `실패 원인: 대기 공간이 실제 복구 대상에 포함됨`. 배 소장이 낮게 말했다. “이 장치는 벽을 고치는 기계가 아니었어. 그때 열려 있어야 할 **빈 공간**까지 사진처럼 보존하려 했던 거지.” 나는 그 말을 듣고 강변의 문틀을 떠올렸다. 아무도 없어야 할 빈자리가 실제 문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 그것이 전혀 불가능한 마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우리가 직접 본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이 장치의 비정상 현상과 기업 자산화 시도는 다른 문제였다. 하나는 근본 원인을 아직 모르는 현실 변형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 현실 변형을 이용해 돈과 권한을 얻으려는 인간의 선택이었다. 둘을 뒤섞으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수 있었다. 밤 열한 시, 오재현이 새로운 감사 목록을 전달했다. `17:53 관측 이전 보호 장치 승인 담당: 기록 없음`. 대신 서식의 마지막 장에 작은 각인이 있었다. `0번 빈자리의 안전 여부는 한 사람이 결정할 수 없다.` 그 바로 아래에는 후대의 검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 `승인권자 1명 지정 예정.` 나는 고개를 들었다. 예고된 지정 시각은 다음 날 오전 여섯 시였다. 이번에는 하진의 이름도, 내 이름도 없었다. 대기열의 빈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첫 번째 수신 확인을 한 사람.`** 우리가 어제 수동으로 안전 신호를 받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상대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사람을 돕기 위해 남긴 가장 작은 확인까지, 단독 승인권의 재료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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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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