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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별가루 지도 제작자 · 200화
PAYLUA ORIGINAL · 제200화

제200화 - 별가루 지도 제작자

별가루 지도 제작자 · 4,475자

오프라인 책장
내 직업은 지도 제작자다. 그 말은 예전에도 사실이었고, 지금도 사실이다. 다만 요즘은 손님에게 지도를 팔기 전에 이상한 질문을 하나 한다. “이 길, 마지막으로 언제 지나가셨습니까?” 그러면 대개 화를 낸다. 지도 제작자가 손님에게 길을 가르쳐 달라고 묻다니, 이게 무슨 장사냐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화를 내는 손님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훌륭한 결과였다. 아르켄의 지도 골목으로 돌아온 날, 가게 앞에는 이미 누군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염이 더 길어진 하브였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지도 한 장을 흔들었다. “레이븐! 이 지도대로 갔더니 다리가 없었어!” 나는 눈을 감았다. 세상이 무너질 뻔한 사건을 여러 번 겪어도 단골손님의 첫 문장은 변하지 않는구나. 왠지 안심이 됐다. “언제 작성된 지도죠?” “열두 해 전에 사 둔 거다.” “그걸 지금까지 쓰셨어요?” “비싼 종이라 아까워서.” “이건 환불 대신 역사자료로 기증해 주셔야겠는데요.” 하브가 화를 내려다 웃었다. 그는 내게 다리가 사라진 뒤 사람들이 만든 임시 나무교를 보여 주었다. 길은 좁고 비가 오면 미끄러웠다. 나는 현장에 가서 발판을 직접 만져 보겠다고 했다. 그는 의외로 순순히 따라나섰다. 첫 장에 적을 말이 '지금도 있는 길'이라는 게 이토록 중요해진 줄은 그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르켄은 여전히 서쪽 고지대에 있었다. 왕도가 처음 있던 동쪽 자리에는 잡초가 자랐고 새 정착지가 작은 길을 내기 시작했다. 많은 집이 무너졌고, 어떤 사람은 새 지형에 맞지 않는 대문을 고쳐야 했다. 도시가 살아남았다고 해서 모두가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별락 대륙의 마지막 낙성에서도 항구 몇 곳의 건물이 파손되고 사람들이 다쳤다. 우리는 아직 복구를 끝내지 못했다. 광장 한쪽에는 새로운 안내판이 세워졌다. '현재 확인한 길', '지난 계절에만 존재했던 길', '조사가 필요한 길'이라는 세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누군가 그 아래에 낙서를 남겼다. '지도는 길을 알려 주지, 사람 대신 걸어 주지 않는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누가 썼는지 알아볼 생각을 접었다. 그 글을 내가 썼다고 의심받으면 저작권료를 내야 할지도 몰랐다. 유리울로 가는 길은 아직 멀쩡했다. 빵집에서는 린네가 여전히 빵을 굽고 있었고, 에린은 그동안 직접 그린 마을 지도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녀는 파란 접시의 깨진 조각을 작은 천에 싸서 보관하고 있었다. 예전에 내게 건넸던 그 조각과 한 쌍인 듯했다. “아저씨, 이번에는 마을이 몇 번째로 돌아온 거예요?” 에린이 물었다. “지금 확인한 걸로는 세 번째 귀환 뒤 계속 여기 있습니다.” “그럼 네 번째도 있을까요?” “모르죠. 그래서 다들 함께 기록하는 겁니다.” 에린은 내가 내민 빈 지도에 자기 학교와 빵집, 돌아오는 길의 물웅덩이를 그렸다. 나는 그 위에 별가루를 조금 뿌렸다. 선은 조용히 반짝였다. 길이 존재했기 때문이지, 내 가루가 없던 길을 만든 건 아니었다. 에린은 만족한 표정으로 나에게 지도를 돌려주었다. “아저씨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지도를 만들었어요?” “아니. 대신 틀린 부분을 숨기지 않는 지도를 만들어 보려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이 수십 년 동안 이해하지 못한 것을 아이에게 한 번에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날 저녁 미라의 배가 새 항구에 들어왔다. ‘어제의 파도’는 돛을 새로 달았고, 뱃머리의 균열은 서툰 나무색으로 보수되어 있었다. 세온이 갑판에서 손을 흔들었다. 다친 다리는 여전히 조심해야 했지만 이제는 자기 속도에 맞춰 걷는 법을 익혔다고 했다. 미라는 아버지의 오래된 항해일지를 내게 보여 주었다. 세온과 함께 직접 확인한 마지막 선박의 위치, 부선장 리오크의 증언, 아직 알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이 각각 다른 칸에 적혀 있었다. 그녀는 그 기록을 가슴에 품은 채 말했다. “이번에는 아버지를 기다리기만 하지 않으려고. 우리가 알게 된 길을 다른 사람에게도 남길 거야.” “그럼 배삯은 할인해 줍니까?” “너한텐 오히려 두 배로 받을 거야. 기록지 값까지.” 세온이 웃었다. 미라는 그 웃음소리를 오래 듣고 있었다. 열두 해가 순식간에 메워지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이 내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나는 두 사람의 이름을 그날의 항구 장부에 나란히 적었다. 테온은 왕관의 반쪽을 왕실 보관함에 돌려놓지 않았다. 대신 루메르에서 실제로 살아남은 주민들과 옛 항로를 확인하는 작은 모임을 만들었다. 루메르가 사라졌다는 기록을 되돌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옛 성벽이 다시 솟아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의 기억과 물건을 가져와 자신들이 있었던 자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테온은 그 일을 왕자로서 명령하지 않고, 기록자로서 도왔다. “예전에는 왕국을 되찾아야 내가 돌아온 줄 알았어.” 그가 내게 말했다. “지금은요?” “함께 돌아온 사람들에게 내가 할 일을 찾는 중이지.” “왕관을 팔아서 작업비를 마련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걸 아직도 노리는 거냐?” 우리는 웃었다. 나는 테온에게 지도 제작에 필요한 작은 자를 선물했다. 그는 왕관 반쪽보다 그 자를 더 자주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론은 왕도에 작은 관측실을 열었다. 첫 수업에 칠판에 적은 문장은 간단했다. '같은 별을 보고 다른 답을 얻으면 먼저 서로의 자리를 확인할 것.' 수업에는 에르안도 앉아 있었다. 그는 자기가 관측을 멈춘 날의 기록을 학생들에게 보여 주었다. 누구도 그의 귀환 날짜를 대신 쓰지 않았다. 헤론은 스승 세르안의 잘못과 자신의 침묵을 수업의 일부로 남겼다. 루카스의 추정 유해는 여린과 에르안이 입회한 뒤 정식 조사에 넘겨졌다. 그의 마지막 원본은 여러 기관에 복사되어 보관됐다. 여린은 그 앞에서 오래 지키지 못한 약속을 사과했고, 에르안은 지금이라도 약속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확실한 결론이 한 번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누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숨기지 않게 됐다. 마슈엘은 중앙대조실의 책임 자리에서 물러났다. 내 이름을 도용하고 현장 기록을 삭제하려 했던 행적은 조사 대상이 됐다. 아브렌이 그랬듯 그도 처음부터 단 한 사람의 명령이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이 얼마나 큰 피해를 만들었는지는 남은 기록과 증언이 판단할 일이었다. 우리는 그가 두려워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중앙의 거대한 금색 원판은 더 이상 한 사람의 서명을 기다리지 않았다. 원판의 네 번째 칸에는 미확정 기록을 보존하는 별도의 장부가 연결됐다. 각 항구는 현장에서 확인한 길만 공개했고, 다른 날짜의 증언은 함께 남겼다. 어떤 경우에는 그 과정이 느리고 성가셨다. 나는 그것이 오히려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사람을 지우는 가장 빠른 길은 아직 모른다는 말을 참지 못하는 일이었다. 몇 주 뒤, 나는 처음 가게를 열던 날의 지도를 다시 펼쳤다. 은빛 잉크는 오래전에 바뀐 지형 위에서 색이 옅어져 있었다. 그 안쪽에는 한때 나를 떨게 했던 경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도를 그린 자가 세계를 지운다] 나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대신 그 아래에 기록의 출처와 조건을 적었다. 미확정 경로를 한 사람의 승인으로 지웠을 때 실제 사람과 장소가 경계망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경고. 모든 낙성을 막을 수 있다는 약속도, 내가 특별한 운명을 가졌다는 증명도 아니었다. 그 위험을 오래전에 먼저 본 사람들이 다음 사람을 위해 남긴 말이었다. 그리고 나는 새 지도 마지막 장을 펼쳤다. 거기에는 아르켄과 유리울, 루메르가 있던 자리, 별락 대륙의 항구와 고원, 거울 관측실과 첫 경계실로 이어지는 확인된 길들이 있었다. 다른 색으로 표시된 빈칸도 많았다. 언제든 돌아올 누군가를 위한 자리였다. 미라가 가게 문을 밀고 들어왔다. “항해사 모집하는데, 지도 제작자 한 명 비었어.” “제가 벌써 은퇴했다고 소문났습니까?” “아니. 세상을 구하고도 가게에서 지도값 흥정하는 사람이 있다길래 확인하러 왔지.” 나는 웃었다. 가게 밖에서는 하브가 새 다리의 목재를 옮기고 있었다. 에린은 갓 그린 학교 지도를 손에 들고 뛰어갔다. 헤론의 관측실에서 종이 울렸고, 항구에서는 세온이 세 번의 짧은 종소리를 보내 왔다. 미라가 두 번 응답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 있다는 신호였다. 나는 새 지도의 여백에 한 줄을 썼다. '아직 그리지 않은 길이 있다는 것은, 세계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별가루가 조용히 반짝였다. 이번에는 어떤 예언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도를 접자 미라가 먼저 길을 나섰다. 나는 잠깐 문패를 올려다보았다. '레이븐의 정확한 지도 — 작성 당일 기준.' 그 아래에 작은 글씨를 하나 더 붙였다. '확인하지 못한 곳은, 함께 확인하러 갑니다.' 나는 문을 잠그고 그녀를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의 발자국이 길 위에 나란히 남았다. 별이 또 떨어져 길이 바뀔지라도, 오늘 우리가 함께 지나온 이 길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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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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