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지도 제작자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들으면 항해와 낭만과 미지의 대륙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로 내 일은 새벽에 일어나 어제 그린 지도를 오늘의 거짓말로 고치는 것이다. 별이 떨어지면 땅이 바뀐다. 바다는 들판이 되고 절벽에는 항구가 생긴다. 한 번은 가난한 농부의 양배추밭이 왕궁 정원으로 바뀐 적도 있었다. 왕실은 그걸 국유지라고 주장했다. 양배추는 반론할 수 없었다.
나는 왕도 아르켄 동쪽 지도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한다. 간판에는 ‘레이븐의 정확한 지도’라고 적혀 있다. 정확하다는 말이 불편해질 때마다 나는 간판 아래의 작은 글씨를 가리킨다. ‘작성 당일 기준.’
“레이븐! 네놈 지도대로 갔더니 다리가 없었어!”
문을 박차고 들어온 상인은 두툼한 수염에 진흙까지 달고 있었다. 오랜 단골 하브였다. 정확히는 매번 환불하러 오는 단골이었다.
“다리가 있었던 증거는 있습니다.”
“난 강에 빠졌다고!”
“물론 물에 빠지셨으니 지금 강이 있는 증거도 있네요.”
하브는 손을 뻗어 내 멱살을 잡았다. 나는 재빠르게 의자를 밀어 대형 측량대 뒤로 숨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물건 중 하나가 고객을 설득하는 지리학자의 말솜씨다.
“환불해 드리죠. 대신 지도는 가져가겠습니다.”
“찢어서 가져가라!”
그가 지도 한 장을 내던졌다. 지도는 바닥에 닿기도 전에 서쪽 끝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별가루가 섞인 잉크는 실제 지형이 변한 뒤에야 색을 잃는다. 그런데 지금은 별이 떨어질 시각이 아니었다.
창밖에 종이 울렸다. 정오의 종. 하늘은 맑았고, 왕궁의 일곱 첨탑이 보였다. 그러나 내 작업대 아래에 놓인 구식 지도에서는 처음 보는 문장이 번지고 있었다.
[왕도 아르켄 — 7일 후 소멸]
나는 손바닥으로 글씨를 문질렀다. 잉크가 묻지 않았다. 칼끝으로 긁자 종이 섬유만 일어났다. 글자는 종이 위에 있는 게 아니라 종이의 안쪽에 있었다.
“하브.”
“돈은?”
“왕도 안에 가족이 있습니까?”
그가 씩 웃던 입술을 다물었다. “딸 둘. 왜?”
나는 지도를 그의 앞에 펼쳤다. 그런데 하브가 바라보는 자리에는 아무 글자도 없었다. 나만 보이는 건가. 그때 유리창 밖으로 낯선 소리가 들렸다. 물결을 뒤집어 놓는 듯한 긴 마찰음. 거리 끝에 있던 분수대 물이 솟구치더니 공중에서 잠깐 멈췄다.
사람들이 하늘을 가리켰다. 구름 사이로 푸른 선 하나가 그어졌다. 보통 별똥별은 밤에 떨어진다. 대낮에 떨어지는 별은 오래된 천문서에서 재앙의 징조로 분류했다. 나는 그런 걸 그저 과장된 출판 문구라고 믿어 왔다. 방금 전까지는.
“별이 떨어진다!” 누군가 외쳤다.
아르켄 성벽 너머에 불꽃이 닿았다. 땅이 한 차례 낮게 울리고, 열린 창에서 먼지가 쏟아졌다. 하브가 창틀을 붙잡았다. 나는 측량용 바늘을 들었다. 바늘 끝이 북쪽 대신 내 낡은 지도를 가리켰다.
그 시각 지도에 없던 마을 하나가 아르켄 남문 외곽에 나타났다. 성벽 위의 경비병이 소리쳤다. “남쪽 경작지에 집이 생겼다! 수십 채야!”
집이 생긴 자리에는 어제까지 돌 채석장밖에 없었다. 그것도 내가 직접 측량한 장소였다. 이상하게도 지도에는 마을 이름이 먼저 떠올랐다.
[유리울 — 세 번째 귀환]
“세 번째라니?” 내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하브가 눈치를 살폈다. “너도 이상한 거 봤냐?”
“네. 다리가 사라지는 것보다 훨씬요.”
우리는 성문으로 향했다. 시장은 이미 인파로 뒤엉켰다. 경비대는 호기심에 달려나온 사람들을 막고 있었고, 작은 아이 하나가 새로 나타난 마을을 보고 울고 있었다. 아이는 자기 어머니가 그 마을에 산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아이의 옷에 매달린 거주증에는 아르켄 남부 농장의 주소만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은색 흙이 얇게 쌓였다. 별가루다. 하늘에서 떨어진 별이 남긴 가루는 나침반을 미치게 하고 지도를 다시 그리게 만든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반짝이는 가루가 손가락 끝에 들러붙더니 작은 선을 그렸다. 마치 누가 길을 가리키듯.
“오빠, 우리 집 좀 찾아주세요.”
아까 울던 아이가 내 소매를 잡았다. 열 살쯤 되었을까. 왼쪽 신발끈이 풀려 있었다.
“엄마 이름이 뭐니?”
“린네. 빵을 굽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 사람들이 마을은 오늘 생겼다고 해요. 우리 집은 작년부터 있었는데.”
그 말에 몸속에서 한기가 올라왔다. 오늘 생긴 마을에 작년부터 산 사람. 두 가지 사실이 동시에 참이라면, 이 세계는 단지 지형만 바꾸는 게 아니었다.
“가 보자.”
경비병이 창을 막아 세웠다. “왕실 허가 없이 새 지형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럼 허가받으러 가는 동안 저 아이 엄마가 사라지면 누가 책임집니까?”
“규정이다.”
“그런 규정은 지도 어디에 있습니까?”
병사가 잠깐 흔들린 틈에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옆으로 빠졌다. 하브는 투덜거리면서도 경비병 앞을 가로막았다. 내게 지도를 사는 손님 중에는 내가 미워서라도 살아 있어야 하는 사람이 가끔 있다.
마을 안은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다. 우물가에는 옷이 널렸고, 굽는 빵 냄새가 골목에 퍼졌다.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에린!” 아이가 달려갔다. 서로 끌어안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땅 위에서 잠시 다르게 움직였다. 어머니의 그림자는 서쪽, 아이의 그림자는 북쪽으로 늘어졌다.
그 집 앞에서 나는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마을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골목을 세어 보니 밖에서 보았던 집은 서른일곱 채인데 안에서 세어 보면 서른여덟 채였다. 마을 뒤편에 작은 창고가 하나 숨어 있었다. 문에는 오래된 자물쇠가 걸려 있고, 누군가 분필로 이렇게 써 두었다. ‘떠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닫을 것.’
“저 창고는 누구 것입니까?”
린네가 대답했다. “마을 공동 창고요. 올해 첫눈 내리기 전에 모두가 곡식을 넣었어요.”
“그런데 아직 첫눈이 오지 않았다고 했잖아요.”
“작년에 넣었다니까요.”
나는 말없이 자물쇠의 녹을 살폈다. 손톱으로 만지자 오래된 철 부스러기가 떨어졌다. 오늘 새로 생겨난 물건이라면 저렇게 닳을 수가 없었다. 물론 별락은 그런 상식부터 배신한다. 나는 곡식 냄새가 새어 나오는 문틈으로 손을 넣어 작은 낟알 한 톨을 꺼냈다. 이상하게도 낟알 안쪽에 은빛 점이 있었다.
에린이 내 옆에서 말했다. “저 안에 할아버지의 지도가 있어요. 마을이 길을 잃을 때 보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어디 계시니?”
아이는 어른들을 슬쩍 살폈다. 린네가 조용히 답했다. “그분은 첫 번째 귀환 때 돌아오지 못했어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기억해요. 하지만 이름을 말하면 또 누가 잊어버릴까 봐.”
세 번째 귀환이라는 말은 곧 두 번의 실패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나는 서른여덟 번째 창고 위치를 작은 수첩에 따로 표시했다. 잊혀지는 게 두려워 입 밖에 내지 못한 이름들이 이 마을의 가장 무거운 짐일지도 몰랐다.
그때 내 지도가 저절로 펼쳐졌다. 왕도 아르켄을 그린 잉크가 가장자리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정확히는 내 손에 든 지도 뒤를.
등 뒤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지도, 아직 지우면 안 돼요.”
나는 고개를 돌렸다. 바닷바람 냄새가 나는 푸른 외투, 어깨에 밧줄 한 타래, 웃는 것 같지만 조금도 웃지 않는 눈. 여자는 허리의 단검보다 먼저 내 지도를 가리켰다.
“당신이 레이븐이죠? 일곱 날 뒤에 왕도가 사라진다는 걸 본 사람.”
나는 한 번도 그 문장을 소리 내 읽지 않았다.
여자는 손을 내밀었다.
“미라예요. 도망치고 싶으면 지금부터 나랑 같이 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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