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장은 시청 별관의 작은 회의실이었다.
새 출발 직업소개소에서 온 사람은 지훈과 예린, 강철민 세 명뿐이었다. 참석자 명단에는 황주석과 구은정, 지역 고용센터 담당자들이 있었다. 단상 옆에는 열 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0차 실험에 열 명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지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의자들이 그분들 자리입니까?"
행사 담당자는 답했다.
"상징적 연출입니다. 실제 참석자 명단을 뜻하지 않습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사람이 오지 않았는데 사람 수만큼 의자를 놓는 일이 얼마든지 오해를 부를 수 있었다.
황주석은 발표 첫 화면에 오래된 구직자 대기 통계를 띄웠다. 당시에는 신청한 지 몇 달이 지나도록 상담조차 받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우리는 기다리는 사람을 돕고 싶었소. 그걸 잊지 말자는 겁니다."
"그 취지는 이해합니다."
지훈이 답했다.
"하지만 누군가 기다리는 걸 끝내겠다고, 그 사람 대신 결정해도 됩니까?"
황주석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한쪽 화면에는 0차 실험의 실적 수치가 나타났다.
[연계 완료 9 / 미완료 1]
예린은 별도로 확인한 자료와 수치를 비교했다. 완료라고 표시된 아홉 건 중 실제로 당사자의 최종 의사가 확인된 사례는 아직 구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건 업무 처리 숫자일 수도 있습니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 숫자라고 발표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사회자는 행사 진행을 서두르려 했지만 황주석이 말을 받았다.
"맞소. 원본을 봐야 하겠지. 그런데 그때 기다렸던 사람의 이야기까지 지워서는 안 되오."
그때 뒷줄에서 노인이 일어섰다. 회색 정장 주머니에 접힌 메모가 보였다.
"저는 그 실험에서 일을 소개받았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노인은 자신을 한도균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청년이었고, 지금은 은퇴한 설비 기능공이라고 했다. 그는 명단 공개에 동의하는 범위를 자필로 적어 가져왔다.
"나한테는 그때 일이 필요했어요. 하루만 빨랐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죠. 실제로 직장을 얻었습니다."
황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도균은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다.
"그런데 6개월 뒤 전근 배치도 내 동의 없이 처리됐습니다. 일자리 소개받을 때 서명한 게 평생 따라다닐 줄은 몰랐어요."
지훈은 노인이 앉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성공과 피해가 같은 기록 안에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제야 선명해졌다.
도균은 마지막으로 빈 의자를 바라봤다.
"거기 열 번째 자리를 비워 두세요. 그 사람이 왜 아직 말을 안 하는지, 우리가 안다고 하지 말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열 번째 의자는 비어 있었다.
그런데 예린에게 도착한 자동 안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0차 실험 참가자 의견 수렴: 10/10 완료]
아무도 채우지 않은 의자 하나가, 시스템에서는 이미 말을 마친 사람으로 표시돼 있었다.
제174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