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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화
PAYLUA ORIGINAL · 제1화

1화. 깡패의 적성은 제빵사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6,085자

오프라인 책장
"직업 적성이요? 사람을 보는 눈이 있긴 하네." 강철민은 오지훈의 책상을 양손으로 짚었다. "내 직업은 사람 패는 거야. 그걸 잘해." 책상 위 커피잔이 흔들렸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잔을 옮겼다. 갓 개업한 직업소개소였다. 임대료를 겨우 맞춘 사무실에서 책상이 부서지면 곤란했다. "강철민 씨, 손 좀 놓아 주세요. 나사 풀립니다." "지금 그게 중요해?" "아뇨. 중요하죠. 제가 조립했거든요." 철민은 의자를 발로 밀어냈다. 지훈은 그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문장이 철민의 어깨 위에 떠 있었다. [강철민 / 잠재 직업 적성: 제빵 98.7%] [보유 재능: 온도 차 감지, 반죽 감각, 반복 작업 집중력] [현 직업 적합도: 조직 폭력 11.2%] 처음 이 능력이 생겼을 때 지훈은 정신과에 가야 하나 고민했다. 사람을 바라보면 직업과 숫자가 보였다. 동네 경비원의 머리 위에는 '식물 관리 94%'가 떠 있었고, 택시기사에게는 '어린이 구연동화 97%'가 나왔다. 웃긴 건 본인에게 '직업 상담 100%'가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지훈은 실직자였으니 허무한 농담 같았다. 그런데 그 숫자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경비원은 옥상 텃밭을 꾸려 상을 받았고, 택시기사는 지역 아동센터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지훈은 퇴직금을 털어 '새 출발 직업소개소'를 차렸다. 그리고 개업 삼 일째, 첫 번째 손님이 강철민이었다. "빵 만들 줄 아세요?" 지훈의 물음에 철민이 눈을 가늘게 떴다. "내 주먹이 빵이라는 뜻이냐?" "아니요. 먹는 빵이요. 바게트, 식빵." "죽고 싶냐?" "지금 직업을 바꾸지 않으시면 그럴지도요." 지훈은 문 뒤에 서 있던 두 남자를 흘끗 보았다. 철민의 부하인지 감시자인지 모를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은 상담실에 들어오지 않고 복도에서 귀를 기울였다. 철민은 웃음을 터뜨렸다. "사람 죽여 놓고 빵이나 구우라는 거야?" "사람 죽인 적은 없으시잖아요." 웃음이 뚝 멈췄다. 그 사실은 철민이 말하지 않았다. 지훈도 마법처럼 과거를 볼 수는 없었다. 다만 철민이 책상을 치면서도 손바닥 가장자리만 사용한 것을 보았다. 상대가 놀라게는 해도 유리컵은 깨지 않으려는 힘 조절. 실제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데 익숙한 사람의 움직임 같지는 않았다. "그건 어떻게 알았지?" "손이 조심스러워요." 철민은 손을 내려다봤다. 손등에 오래된 흉터가 가득했다. "헛소리 그만하고 일자리나 줘. 우리 회장님이 보냈으니까." "무슨 일자리요?" "채권 관리. 빚 갚을 사람들 만나서 설득하는 거." 지훈의 시야에 새 글씨가 떠올랐다. [위험: 강제 배정된 직업이 적성을 영구 봉인할 수 있습니다.] 영구 봉인. 처음 보는 경고였다. "그럼 딱 하루만 실험해 보시죠." 지훈은 서랍에서 사무실 건물 1층에 있는 빵집의 아르바이트 구인표를 꺼냈다. 사장은 손이 부족하다고 했다. 다만 싸움 잘하는 손님보다 출근 잘하는 직원을 원했다. "딱 두 시간. 빵 만들어 보시고 싫으면 관두세요." 철민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지훈이 제안한 급료를 듣고 고개를 기울였다. "두 시간에 삼만 원?" "제 돈으로 먼저 드릴게요." "넌 사기꾼도 못 하겠다." 지훈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의 정확도를 확인할 기회였다. 철민이 떠나지 않고 있자 지훈은 서류철을 꺼냈다. 그가 만든 첫 번째 상담 기록 양식이었다. 학력, 경력, 근무 가능 시간, 건강 상태, 원하는 소득. 질문은 평범했지만 철민은 어느 칸에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학력은요?" "고등학교 중퇴." "자격증은요?" "운전면허. 그런데 취소됐어." "일한 기간은요?" 철민은 잠깐 웃었다. "열아홉 살부터. 쉬어 본 적 없다." "유급 휴가도요?" "그런 게 우리한테 있냐?" 지훈은 서류에 '연속 근로 17년'이라고 적었다. 범죄 조직이라는 말 대신 '비공식 채권 관리'라는 표현을 썼다. 철민은 그 표현을 보며 처음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말 하나 잘하네." "제가 하는 일이 그거니까요." 지훈이 시급을 물었을 때 철민은 모른다고 했다. 월급은 통장으로 받았지만 벌금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절반이 빠져나갔다. 사고를 치면 배상, 실적이 없으면 불성실 수당, 아프면 대체 인력 비용을 물어야 했다. 합계액을 계산해 보니 최저임금보다 훨씬 적었다. "혹시 그 회사에서 못 나오는 이유가 있습니까?" "회장님이 나 살려 줬거든. 스무 살에 굶어 죽게 생겼을 때." 철민은 말끝을 흐렸다. 지훈은 그의 손등 흉터를 다시 봤다. "어떤 식으로 살려 주셨는데요?" "빵집에서 일하던 엄마가 돌아가셨어. 돈 없어서 장례도 못 치를 뻔했지. 회장님이 도와줬어. 그날부터 붙어 있었어."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빵이라는 단어가 두 번이나 나왔다. 철민이 잠시 창밖을 보더니 덧붙였다. "엄마는 내가 밀가루 묻히고 일하는 꼴 보기 싫다고 했었어. 공부나 해서 사무실에 앉으라더라고. 그때는 뭘 모르고 짜증만 냈지." "지금은요?" 철민이 물컵을 빙글 돌렸다. "지금은 엄마 얼굴도 흐릿하다. 그 가게 냄새만 기억나." 지훈은 기록지 아래에 적었다. '대상자의 선택을 강요하지 말 것.' 자신의 눈에는 제빵이라는 적성이 보이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결정할 권리는 없었다. 다른 직업을 고르는 것도 철민의 자유였다. 지훈은 명함 대신 빵집에서 받은 근무 조건서를 내밀었다. "이건 상담 제안입니다. 싫으시면 여기서 끝내도 됩니다." 철민은 종이를 오래 보았다. 그리고 거의 들리지 않게 말했다. "딱 두 시간만 해 볼게." 그렇게 둘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빵집은 오래된 나무문을 달고 있었다. 박 씨는 진열장에 소보로빵을 정리하다 철민을 보고 잠깐 얼어붙었다. 철민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 아는 눈치였다. "저 그냥 반죽만 만지겠습니다. 손님 안 건드립니다." 박 씨가 피식 웃었다. "손님 건드리는 빵집이 어디 있어요. 앞치마부터 하세요." 철민은 앞치마 끈을 묶지 못해 한참 낑낑거렸다. 지훈이 도우려 다가가자 "혼자 할 수 있다"고 고집했다. 눈앞에 떠오른 수치는 조금씩 움직였다. [제빵 적성 98.7% → 99.1%] 지훈은 놀랐다. 적성이 타고난 값이라면 바뀌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선택 하나로 수치가 상승했다. 그는 처음으로 능력이 '운명'이 아니라 '가능성'을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븐 예열음이 울렸다. 철민은 빵집 바닥에서 흔히 나는 밀가루 냄새를 맡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박 씨가 집게를 건네자 손가락이 떨렸다. "괜찮아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갈라졌다. 지훈은 그 순간 자기 소개소가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처음으로 알았다. 수상한 능력을 과시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해 보지 못한 일을 안전하게 해 보는 곳이어야 했다. 그는 휴대전화로 건물주에게 연락해 월세 납부일을 하루 미룰 수 있는지 물었다. 답장은 단호했다. 불가. 밀린 월세를 낼 방법은 아직 없었다. 그럼에도 지훈은 오늘 철민에게 건넨 삼만 원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돈이 조금이라도 다른 인생의 시작이 된다면, 소개소가 첫날부터 적자는 아니었다. 철민이 예열된 오븐 앞에 섰다. 열이 얼굴에 닿자 사람을 때릴 때보다 더 긴장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진짜 내가 해도 되는 일인가?" 박 씨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빵은 손만 깨끗이 씻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죠. 대신 손님한테 맛없는 빵 팔면 혼납니다." 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아마도 그가 오랫동안 들은 첫 번째 평범한 업무 지시였을 것이다. 한 시간 뒤, 철민은 흰 앞치마를 두르고 반죽 앞에 서 있었다. 가게 주인 박 씨는 눈을 의심했다. 덩치 큰 남자가 식빵 틀을 건네받으며 "이거 뜨겁죠?" 하고 묻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았다. "여기 반죽은 잘못됐습니다." 철민이 말했다. 박 씨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뭐가 잘못돼?" "왼쪽이 오른쪽보다 차가워요. 온도 차 때문에 기포가 달라집니다." 그는 반죽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더니 소금이 조금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박 씨가 저울을 확인했다. 소금통 뚜껑이 잘못 끼워져 있어 평소 양보다 적게 들어가고 있었다. 지훈은 눈을 크게 떴다. 철민은 반죽을 대하는 동안 처음으로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거대한 손바닥 아래서 밀가루가 접히고 펴졌다. 수십 명을 위협하던 손으로 어린아이가 이불을 덮듯 반죽을 다독였다. "이상하네요." 철민이 낮게 말했다. "뭐가요?" "이상하게 머릿속이 조용해져." 굽는 냄새가 퍼지자 철민은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지훈은 보지 못한 척했다. 그때 빵집 유리문 바깥에 검은 승용차가 섰다. 상담실 앞에서 기다리던 두 남자가 차 문을 열었다. 차에서 내려온 사람은 흰 장갑을 끼고 있었다. "철민아. 여기서 놀고 있었냐?" 철민의 어깨가 굳었다. "백 회장님." 백도식. 지훈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지역 물류센터와 인력 회사를 여러 개 운영하며 취약한 사람들을 붙잡아 두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경찰서 출입기자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문이 열리자 따뜻한 빵 냄새가 밖으로 흘렀다. 백도식의 시선이 순간 진열장에 꽂혔다. 지훈은 그가 빵을 보며 혀로 입술을 적시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배고픈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옷에는 비싼 향수가 묻어 있었고, 손에는 이미 먹다 만 디저트 상자가 들려 있었다. "요즘 이런 낡은 가게도 장사가 되나?" 백도식이 물었다. 박 씨는 웃지 않았다.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장사하지요." "가게는 자리가 돈이야. 사람은 잘 갈아 끼우면 되고." 지훈은 철민이 앞치마 끈을 살짝 움켜쥐는 모습을 봤다. 스스로 선택한 직업을 무시당한다는 게 불편한 것 같았다. 그걸 보니 지훈도 마음이 조금 단단해졌다. 직업은 남이 붙여 주는 낙인이 아니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사람을 이름 대신 소유 번호로 부르고 있었다. 백도식이 계산대 옆의 채용 공고를 찢어 버리려 손을 뻗자 지훈이 조용히 종이를 치웠다. "그건 제가 붙여 둔 겁니다. 상담하실 거면 앉으시고, 아니면 다른 손님들 통행은 막지 말아 주세요." 백도식은 빵 굽는 철민을 보며 웃었다. "내 사람이 빵집에서 반죽을 하고 있으니 재미있군." "오늘만 잠깐……" "내가 널 그 돈 들여 키웠는데, 남의 가게에서 삼만 원 벌어?" 철민이 고개를 숙였다. 백도식은 지훈 쪽으로 돌아섰다. "우리 직원 직업 적성을 봐 줬다면서?" "상담만 했습니다." "그럼 내 적성도 한 번 봐 줘." 지훈은 백도식을 똑바로 바라봤다. 평소처럼 직업 적성창이 떠올랐다. 그러나 내용이 이상했다. [백도식 / 적성 분석 불가] [보유 직업: 타인의 직업을 빼앗는 자] [주의: 분석 대상이 분석자를 인식했습니다.] 백도식이 천천히 미소 지었다. "눈에 보이는구나." 지훈은 얼어붙었다. "처음 만나는군. 상담사 선생." 백도식은 재킷 안주머니에서 검은 명함을 꺼내 계산대에 내려놓았다. "우리 직원들 돌려주게. 내일 정오까지. 그 뒤에는 네 직업소개소가 없어질 테니까." 차가 떠난 뒤 빵집에는 오븐 소리만 남았다. 철민이 식빵 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나 때문에……" "강철민 씨. 지금 뭐 하고 계세요?" "빵 굽고 있잖습니까." "그럼 빵 끝까지 구우세요." 철민이 처음으로 허탈하게 웃었다. "그런다고 해결됩니까?" "아뇨. 해결해야죠. 근데 굽던 걸 버리고 갈 필요는 없잖아요." 그때 지훈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규 직업 적성 감지] [오지훈 / 적성: 타인의 직업을 되찾아 주는 자 100%] [첫 번째 의뢰: 강철민의 빼앗긴 미래] 지훈은 한 번 더 철민의 손을 바라봤다. 앞치마 끝에는 밀가루가 묻어 있었고 손바닥에는 반죽을 잡았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누군가의 부하였던 사람이 지금은 자기가 만든 빵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그 장면 하나로 지훈은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훈은 검은 명함을 집어 들었다. 종이 뒷면에 작은 글씨가 있었다. '백도식 소유 직원 117명.' 그 아래에는 아직 기입되지 않은 칸이 하나 더 있었다. '118번: 오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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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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