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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73화
PAYLUA ORIGINAL · 제73화

73화. 지도에서 지워진 아홉 번째 계단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74자

오프라인 책장
9번 계단실은 도면에 없었다. 그 문을 찾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불안해했다. 시우는 자신이 관리하는 장비에 모르는 공간이 연결된다는 게 두려웠고, 남 형사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료 때문에 실제 수사가 왜곡되는 일을 경계했다. 나는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걸었던 길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나만의 이유가 다른 사람들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었다. 그 말은 대체로 두 가지를 뜻했다. 도면이 틀렸거나, 누군가 일부러 지웠거나. 개발자 생활을 오래 한 나는 세 번째 가능성도 안다. 아무도 도면을 업데이트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병원이 문을 닫고 위탁 창고가 된 지 수십 년이 흐른 건물에서, 없어진 계단실이 방금 촬영된 기록에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직 들어갈 생각은 하지 마." 남기혁 형사가 말했다. "사진 하나로는 부족해. 시설 관리 책임자부터 확인하고, 출입이 가능한 구역인지 따져야 해." 나는 손을 들었다. "제가 언제 들어간다고 했어요?" "차 씨가 '한 번만 들어가 보면 되지 않나요'라고 말할 때마다 일이 생겼으니까." 반박하고 싶었지만 실제로 그렇긴 했다. 내가 어떤 조직의 운영 규칙보다 미스터리 드라마의 전개 속도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이미 몇 번 입증된 바 있었다. 현 시설 관리인에게서 오래된 증축 도면을 받았다. 공식 도면에는 1번부터 8번까지 계단이 있었다. 북측 병동의 계단 하나가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돼 있었다. 그런데 1998년 소방 점검 서류에는 같은 자리에 '9번 대피 경로'가 수기로 적혀 있었다. 메모의 작성자는 한정호였다. "원무과 직원이 소방 도면도 작성했나요?" 유나가 물었다. "원무과 소속이라는 것만 확실해요." 시우가 말했다. "그해 야간 시설 대응까지 맡았을 수도 있죠." 남 형사는 자료 출처를 다시 확인했다. 도장이 낡았다는 이유로 원본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보존 담당자가 당시 서류를 분리 복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다만 폐쇄 구역에 대피 경로가 있었다는 기록은 독립된 자료 두 곳에서 확인됐다. 저녁 무렵, 건물 관리인의 입회 아래 북측 병동 끝까지 갈 수 있었다. 복도에는 포장재와 빈 의자가 쌓여 있었다. 먼지가 내려앉은 창문으로 서쪽 햇빛이 기울어졌다. 진짜 병원의 냄새보다는 오래된 합판 냄새가 났다. 나는 그게 조금 안심됐다. 적어도 이 부분은 현재의 시간이었다. 우리가 북측 병동으로 가는 동안 건물 관리인은 예전의 소방 안내판을 보여 주었다. 노란색 화살표가 복도 끝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최근에 덧붙인 빨간 경고문이 있었다. '출입 금지: 구조물 안전 미확인.' "방화문인데 닫혀 있으면 대피로가 아닌 거 아닌가요?" 내가 물었다. "지금은 이 공간 자체를 쓰지 않습니다. 사용 중인 창고에는 다른 피난 동선이 따로 있습니다." 관리인이 답했다. 기혁 형사는 현재 건물에서 실제 사용하는 대피 경로를 다시 확인했다. 우리의 조사가 현재 근무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방해해서는 안 됐다. 나는 오래된 비밀을 찾다 현재의 출입문을 막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복도 한쪽에 '기록실'이라고 적힌 낡은 표지판이 떨어져 있었다. 글씨는 반쯤 지워졌다. 그것을 바라보자 개발할 때 만들었던 오래된 메뉴가 떠올랐다. 쓰지 않는 기능이라고 숨겨 놓았지만 서버에는 여전히 남아 있던 것들. 화면에서 없어진 기능이 실제로도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꼭 문제가 생겼다. "시스템도 건물하고 비슷하네요." 내가 말했다. "뭐가요?" 유나가 물었다. "안 쓴다고 생각하는 통로가 실제로는 살아 있어요. 그러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가고, 누가 들어갔는지 로그도 없고." "그러면 모든 오래된 문을 열어 봐야 해?" "아니요. 먼저 지금 쓰는 문이 안전한지 확인해야죠." 그렇게 대답하고 나니 내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알았다. 예전 같았으면 비밀 통로가 보인 순간 문부터 잡았을 것이다. 이제는 그 문을 열면 누가 다칠 수 있는지 먼저 떠올렸다. 벽 끝에는 방화문이 있었지만 손잡이는 잠겨 있었다. 관리인이 열쇠 꾸러미를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안쪽은 안전 점검이 안 돼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럼 여기까지만 보죠." 기혁 형사가 답했다. 우리는 문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벽 페인트가 벗겨진 자국 사이로 작은 숫자 9가 보였다. 누군가 숫자를 긁어 지우고 다시 칠한 것 같았다. 문 아래에는 오래된 금속 명패가 달려 있었다. '출입자의 귀가 여부를 직접 확인할 것.' 이 문구는 병원 대피로 안내에 어울리지 않았다. 화재가 났을 때 중요한 건 사람이 나갔는지이지, 집에 돌아갔는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으니까. "보관실에서 쓰던 원칙과 비슷해." 서아가 말했다. 나는 명패 아래 적힌 연도를 확인했다. 1998. 한정호의 근무표에 있던 숫자였다. 그때 휴대전화에 새로운 사진이 들어왔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메시지였으므로 우리는 열람용 격리 기기에서 파일 정보부터 확인했다. 사진은 같은 문을 찍고 있었다. 다만 배경이 달랐다. 지금 우리가 보는 방화문은 오른쪽으로 열리는데, 사진 속의 문은 왼쪽으로 열리는 형태였다. "거울로 뒤집었겠지." 내가 말했다. "숫자 9는 안 뒤집혔는데?" 유나가 되물었다. 내가 사진을 확대하자 문의 반대편 벽에 작은 구멍이 보였다. 그 안에는 노란 종이배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종이배 끝에는 어린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저쪽은 올라가는 계단, 이쪽은 돌아오는 계단.' "두 개의 9번 계단이 있다는 소린가요?" 내가 물었다.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두 공간이 시간상으로 겹쳤을 수도 있어요. 지금 있는 건물 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 말을 기록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적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다. 지난 몇 달 동안 시스템은 '미확인'이라는 표시를 싫어했다. 빈칸을 보면 멋대로 이름을 채우거나, 누군가의 기억으로 대신 값을 넣었다. 이번에는 그 빈칸을 지키기로 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 서아가 내게 커피를 건넸다. "너 피곤할 때 말투가 짧아져." "원래 짧게 말해. 개발자라서." "아니. 에러 메시지처럼 말해." "그럼 지금은 500 내부 서버 오류 정도겠네." 그녀가 작게 웃었다. 그래도 눈 아래 피곤한 그림자는 가시지 않았다. 1998년의 이름 없는 여자아이와 자신의 이름이 겹친다는 사실 때문에 그녀는 계속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 그 아이인가, 아니면 누군가 이름만 빌려 쓴 것인가. "서아야." 내가 말했다. "너는 지금 네가 한 선택들로 여기에 있잖아. 과거 기록이 뭐라고 하든 그건 달라지지 않아." "알아. 다만 그 애가 살아 있었는지 궁금해. 내가 아니어도." 그 말이 좋았다. 우리는 과거의 아이를 현재의 서아에게 덮어씌워야만 구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계단실 조사가 끝난 뒤 우리는 병원 옛 직원들이 사용하던 휴게실 앞에서 잠깐 발을 멈췄다. 문은 유리로 막혀 있었고 내부는 비어 있었다. 바닥에 희미하게 남은 사각형 흔적으로 보아 예전에는 식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벽에는 오래전 칠한 연두색 페인트가 껍질처럼 벗겨져 있었다. "아버지가 여기서도 밥을 먹었을까요?" 내가 중얼거렸다. 그 질문을 하자 시우가 조금 당황했다.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원한 건 정확한 대답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오직 사고 기록 속 기술자가 아니라, 배고프면 식당을 찾고 커피가 식으면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이었을지 상상하고 싶었다. 유나는 벽 아래에서 오래된 컵 받침을 발견했다. 먼지를 털어 보니 병원 이름이 인쇄돼 있었다. 실제 영병원에서 사용하던 것이었는지, 나중에 누군가 가져다 놓은 물건인지는 몰랐다. 우리는 그것을 함부로 기념품처럼 가져가지 않았다. "기억이라는 게 참 이상해." 유나가 말했다. "큰 사건은 잊어버려도 컵 받침 같은 게 문득 사람을 생각나게 하잖아." "저는 아버지 목소리보다 업무용 키보드 소리가 더 잘 기억나요." "그게 네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지.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모든 기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빼앗긴 시간을 되찾는다는 건 과거 장면을 한 번에 재생하는 일이 아닐지도 몰랐다. 오늘의 내가 아버지에 대해 무엇을 알고 싶은지 인정하는 일이 먼저일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세게 불었다. 서아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머리를 넘기다 말고 말했다. "나도 그 여자아이가 어디서 잤는지 궁금해. 이름만 찾다가 걔가 밤새 춥지는 않았는지 생각을 못 했어." "나중에 물어볼 수 있으면 물어보자. 대답하기 싫으면 묻지 말고." "그래. 우리가 찾는 게 데이터 하나가 아니라 사람이니까." 잠시 후 보존 담당자가 낡은 서류 봉투 하나를 가지고 왔다. 규정상 외부 반출은 안 되지만 확인이 허용된 목록을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그 목록의 제목은 '야간 대피·귀가 확인 불일치 처리'였다. 사고 보고서에는 없던 항목이었다. 거기에 9번 계단실이 명시돼 있었다. 나는 문서의 페이지 수를 봤다. 세 장 가운데 두 장만 남아 있었다. 빠진 가운데 페이지에는 원래 어떤 설명이 있었을까. 우리는 분실 이력까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빈 페이지를 자기 마음대로 채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밤 여덟 시. 기혁 형사는 9번 계단실의 출입 기록을 더 확보했다. 1998년 6월 13일 밤, 방화문에서 세 번의 통과가 있었다. 한 사람은 밖으로 나왔고, 한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으며, 나머지 한 건은 '보류' 상태였다. 이름 칸은 전부 비어 있었다. 대신 마지막 줄에 한정호의 손글씨가 있었다. 서류의 다른 글씨와 필압과 기울기가 유사했다. '출입자가 둘인데, 나가는 사람은 셋으로 기록되었다. 이 숫자를 맞추려고 사람을 만들지 말 것.' 나는 속으로 숫자를 셌다. 사람 둘, 통과 세 번. 시스템이라면 오류를 냈어야 할 상황이었다. 한정호는 오류를 고치는 대신 그대로 기록한 것이다. "그 사람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네요." 내가 말했다. "적어도 숫자가 맞지 않는다는 건요." 남 형사가 답했다. 그리고 가장 아래에 인장이 두 개 찍혀 있었다. 파란 도장은 '임시 통과 보류', 빨간 도장은 '근무 종료 반려'. 한정호라는 서명은 파란 도장 옆에만 있었다. 나는 숨을 멈췄다. 아버지의 퇴근을 막은 빨간 도장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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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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