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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72화
PAYLUA ORIGINAL · 제72화

72화. 서명하지 않은 귀가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153자

오프라인 책장
'전체 정산을 즉시 완료할 수 있습니다.' 나는 버튼을 바라봤다. 회사 다닐 때 이런 문구는 보통 좋은 소식이었다. '전체 배포', '일괄 처리', '한 번에 끝내기'. 고객의 시간을 아껴 주는 기능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귀가를 일괄 처리한다는 말 앞에서는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정말 집에 돌아왔는가. "누르면 어떻게 됩니까?" 내가 강문석에게 물었다. "시험용 화면에서는 당신에게 미귀가 주체 전체의 대리 책임을 넘깁니다. 실제 화면도 같을지는 확정할 수 없어요." "그러면 안 누르죠." "영웅처럼 혼자 희생하겠다고 말할까 봐 걱정했어." 유나가 말했다. "아무리 제가 퇴근하고 싶어도 사천 명 넘는 사람 퇴근까지 대신하면 노동법이 기절할 겁니다."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8시 30분이 지나자 부산과 대전에서 전화가 쏟아졌다. 사람은 집에 있는데 출근 기록이 돌아오는 경우, 실제로 근무한 시간 일부가 사라지는 경우, 지난달 퇴근 처리가 오늘 새벽 출근으로 덮이는 경우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아직 실종이 확인된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피해가 가짜라는 뜻도 아니었다. 권수진이 화면으로 송미경 씨의 동의를 받아 연결해 주었다. 송미경 씨는 집 안 식탁에 앉아 있었다. 뒤에서는 압력밥솥이 김을 내뿜었다. 그녀가 카메라에 작업복을 보여 주었다. "어제 새벽까지 일했고, 퇴근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제가 한 번도 귀가하지 않았다고 해요. 후임자는 시스템 때문에 제 근무를 넘겨받지 못했고요." "몸은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그런데 급여가 없어질까 봐 불안합니다. 제가 여기 앉아 있다는 사실보다 컴퓨터가 맞다고 하면 어떡하죠?" 나는 대답하기 전에 한 번 숨을 골랐다. 쉽게 괜찮을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 대신 현장 근무 일지와 출입 기록, 그녀의 진술을 각각 보존하는 절차를 설명했다. 정정 요청을 하더라도 원본 데이터는 남겨 두도록 했다. 권수진은 업체 인사팀과 함께 임시 근무표를 수기로 운영하기로 했다. 통화를 마친 뒤 내가 물었다. "이분은 4,183건 중 하나일까요?" "당사자 동의를 받고 참조번호를 비교해 봐야 해요." 서아가 답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더라도 피해는 피해야." 그 말이 마음에 남았다. 나는 그동안 숫자 안에 들어간 사람을 찾으려 했다. 숫자 밖에 있는 사람은 화면이 안 보여 줬기 때문이다. 장부가 사람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사람을 가둘 수는 없었다. 오전 아홉 시 십 분, 남 형사는 공공기관과 피해 업체에 보존 요청을 정식으로 진행했다. 자료마다 보관 기간도 달랐고, 기술적 접근이 허용되는 범위도 달랐다. 우리는 아무 곳에나 접속해 이름을 긁어 모으는 대신, 실제로 협조받은 기록과 목격담만 대조했다. 세상의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생겼다고 해도 개인정보 처리까지 정지되는 건 아니었다. 그사이 강문석은 내게 정산 구조를 보여 주었다. 미귀가 기록이 존재하면 시스템은 두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귀가 완료를 찍거나, 아직 누군가가 근무 중이라고 등록하는 것. 두 방법 모두 기준 시점에는 목록을 0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화면에서 숫자를 지우는 데 최적화돼 있군요." "맞아요. 결과만 예쁘게 만들어 주는 거죠." 나는 예전에 팀장이 장애 건수를 줄여 달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다. 장애를 고치는 대신 알림 임계값을 높이자는 제안도 있었다. 그때 나는 소심하게 반대했다. 서버가 덜 아픈 게 아니라 경고등만 안 켜지는 거라고. 당시 팀장은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적어도 사람을 시스템에 맡기지는 않았었다. "진짜 중요한 건 세 번째 선택지겠네요." 나는 말했다.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보류하는 것?" "아니요. 처리하지 못한 이유와 당사자의 상태를 보여 주는 것. 그리고 당사자가 나중에 돌아올 수 있는 문을 남겨 두는 것." 시우는 노트북에 간단한 도식을 그렸다. 기록 원본, 현재 상태, 당사자 의사. 세 칸이 서로 연결돼 있었지만 어느 하나가 나머지를 지워 버리지 못하도록 했다. 위에는 아직 붉은 글씨로 '임시 모형'이라고 적었다. 우리는 실제 운영망에 적용할 권한도, 충분한 검증도 갖추지 못했다. 오전 열 시 반, 보존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한시우 소유의 위탁 장비 일부에 '한정호 사전 승인'이라는 오래된 키가 남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상한 점은 승인 날짜였다. 1998년 병원 야간 근무표의 날짜였지만, 전자서명 장비의 제조 연도는 2019년이었다. "누가 옛날 이름을 새 장비에 옮겼네요." 유나가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죠. 1998년에 이 인증기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대답했다. 시우는 화면을 확대했다. 한정호라는 사람을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위탁 장비를 인수할 때 이전 관리자가 남긴 비상 계정 목록에 이름만 있었다고 했다. 그가 직접 계약에 서명한 적은 없었다. "구태형은 저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원래 기록실 책임자의 서명을 보관한 것이니 안전하다'고." 시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을 별 의심 없이 받아들였죠." "오늘부터는 의심해도 돼요." 내가 말했다. "오늘부터는 원본과 권한 이력을 분리해서 보관하겠습니다." 우리는 관리 키의 실제 소유자를 확인할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피해자가 생긴 이상, 그걸 찾는 데 며칠을 쓸 수는 없었다. 남 형사는 기업과 기관에 별도의 시정 요청 절차를 안내했고, 유나는 피해자 연락 창구에서 각자 원하는 도움을 기록했다. 연락을 거절하는 사람에게 재차 통화를 강요하지 않았다. 점심 전에는 한 번 더 골치 아픈 일이 있었다. 한 업체에서 오류를 바로잡겠다고 근무 기록 전체를 새 값으로 덮어쓰려 했다. 그 업체 관리자는 선의로 연락했다. 고장 난 기록을 고쳐 놓으면 직원들이 임금을 받기 쉬울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원본을 지우면 안 됩니다." 내가 급히 말했다. "정정한 값과 이전 값을 둘 다 남기세요. 언제, 누가, 어떤 자료를 보고 고쳤는지도요." "그럼 화면에 오류가 계속 남잖아요." "화면에서 보이는 값만 따로 정리하면 됩니다. 나중에 왜 바뀌었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직원분들이 더 불리해질 수 있어요." 관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알겠다고 했다. 우리가 제안한 방식은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지 않은 해결책이었다. 보고서에는 ‘원본 보존, 정정 이력 추적’이라고 적힐 뿐이었다. 그런데 그 두 가지가 없으면 기록을 회복하는 사람조차 새로운 가해자가 될 수 있었다. 남 형사는 전화를 끝낸 나를 보고 말했다. "차 씨, 이런 말을 할 때는 꽤 개발자 같네요." "저 개발자 맞아요. 최근에 하는 일이 좀 특이해서 그렇지." "본업도 원래 사람의 행동을 기록하는 프로그램 만드는 일이 많습니까?" "예. 다만 사람한테 출근한 적 없다고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는 잠깐 웃었다. 기혁 형사는 웃음을 거두고 나서, 피해자들이 사용할 표준 진술 양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드시 특정 양식에 맞춰 말해야만 인정해 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누가 무엇을 경험했는지 최소한의 공통 질문으로 확인하고,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민감한 사실을 불필요하게 수집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서아는 질문지를 만들었다. '어디에 있었습니까?'보다 먼저 '어떤 도움을 원합니까?'가 나왔다. 유나는 그 순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스템은 항상 사람보다 먼저 질문했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사람의 대답을 먼저 듣기로 했다. 점심을 먹으러 나왔을 때, 서아가 길 건너 초등학교를 바라봤다. 아이들이 급식실로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다루는 건 누군가의 하루를 누가 끝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문제야." 그녀가 말했다. "그런데 그걸 너무 어렵게 설명하는 것 같아." "그럼 어떻게 말해?" "집에 돌아왔으면 돌아왔다고 말할 권리. 아직 돌아오지 못했으면 누가 대신 돌아왔다고 거짓말하지 않을 권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초능력 사건을 다루면서도 결국 당연한 말을 배우고 있었다. 점심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어머니에게서 사진이 왔다. 식탁에 반찬 두 가지와 국이 놓인 사진이었다. 설명에는 '먼저 먹는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사진을 확대하다가 피식 웃었다. 싫어하는 오이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오이를 먹지 않았다는 걸 어머니는 어느 날은 기억하고 어느 날은 잊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 몫에 오이를 따로 담아 두셨다. 나는 '맛있게 드세요. 오이는 제 몫도 드셔도 됩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 잠시 후 어머니가 웃는 표정을 보냈다. 그 짧은 대화가 장부에 적힌 어떤 귀가 확인보다 확실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렇게 서로에게 물을 수 있을 때가 있다. 모든 답을 중앙 서버에서 내려받을 필요는 없었다. 유나가 내 화면을 봤다. "오늘 밥은 안 굶겠네." "저는 점심 먹었어요." "알아. 네가 잊을까 봐 확인하는 거야." 나는 그 말도 수첩에 적었다. 누군가의 기억이 비어 있어도 함께 확인하는 방법은 남아 있었다. 오후 두 시, 국지적으로 작동하던 시범 출근망 장치 하나가 정지됐다. 그 장치에서만 새 대리 근무 등록이 멈췄다. 전국의 모든 장치를 껐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한 장소에서는 새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권수진이 소식을 듣고 박수를 쳤다. "다음은 부산이죠?" "네. 부산은 현장 검증이 더 필요해요." 전화를 끊자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한정호'로 되어 있었다. '정산을 미룬 건 당신이 아닙니다.' 바로 아래에 사진 파일이 있었다. 낡은 영병원 직원증. 얼굴은 흐릿했고 이름 부분만 선명했다. 사진 뒷면의 글씨를 확대하자 짧은 메모가 나타났다. '1998년 6월 13일. 아이를 혼자 보내지 말 것.' 누군가 그 위에 붉은 펜으로 다른 문장을 적어 놓았다. '근무 종료 반려: 한정호.' 나는 두 문장의 필압이 다른 것을 보았다. 같은 직원증 위에 적혀 있었지만 한 사람이 한 번에 쓴 글씨라고 보기 어려웠다. 한정호가 아이를 지키려고 한 말이, 누군가에게는 아버지를 돌아오지 못하게 할 핑계가 되었을 수 있었다. 그때 화면에 파일 정보가 나타났다. [원본 촬영 위치: 영병원 9번 계단실] [마지막 열람 시각: 금일 08:30] "9번 계단실?" 내가 물었다. 시우의 얼굴이 굳었다. "그 계단은 도면에 없어요. 제가 위탁받은 장비 목록에도요." 사진 속 직원증 아래에는 건물 도면에서 지워진 문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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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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