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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200화
PAYLUA ORIGINAL · 제200화

200화. 퇴근하면 집에 갑니다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3,614자

오프라인 책장
퇴근할 때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삼 일이 걸렸다. 첫날 오후 여섯 시에는 모두가 시계를 봤다. 커피숍에서 일하던 직원은 주문서를 들고 있었고, 버스 기사님은 정류장에 차를 세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모두에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나에게는 기적 같았다. 둘째 날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셋째 날에는 내가 깜빡 잊고 여섯 시를 넘겼다. “차도겸 씨. 퇴근 안 합니까?” 팀장이 내 자리로 다가왔다. 나는 모니터를 봤다. 신규 서버 이관 점검표가 떠 있었다.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많았다. 모처럼 평범한 이유로 야근할 수도 있는 날이었다. “오늘은 갑니다.” “이것만 보고 가죠.” 나는 한숨을 쉬었다. “팀장님, 그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십니까?” 팀장이 당황했다. 나는 웃으며 저장 버튼을 눌렀다. “내일 오전에 보겠습니다. 장애 대응 담당자에게 필요한 인계는 남겼어요.” 회사는 여전히 회사였고, 세상은 여전히 불친절한 곳이 많았다. 그럼에도 이제 나는 오후 여섯 시를 내 시간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기억 보관국의 사건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강제 계약 생성은 중지됐고, 2027년 자동 출근망의 일괄 실행 권한은 무효화됐으며, 복제본들은 독립 검증 상태로 격리됐다. 하지만 남겨진 기록이 너무 많았다. 누가 얼마나 기억을 잃었는지, 무엇을 되돌릴 수 있는지,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끝까지 밝혀야 했다. 남기혁 형사는 공식 조사가 계속된다고 했다. 구태형의 진술과 전산 기록은 관련 절차로 넘어갔다. 피해자 중 일부는 직장에 잘못 등록된 근무 시간을 수정받았고, 일부는 여전히 긴 다툼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복원을 희망했지만 안전한 방법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고, 또 누군가는 지금의 삶을 지키며 복원 자체를 보류했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성급하게 ‘해결’이라고 표시하지 않았다. 남 형사가 따로 연락을 준 것은 어느 화요일 오후였다. “도겸 씨. 형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신원 확인이 끝났습니까?” “대조할 수 있는 자료들을 확보했습니다. 의료 기록과 가족 자료를 함께 검토한 결과, 남도윤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형사의 목소리가 잠시 떨렸다. “그런데 형은 그동안 뭘 겪었는지 한꺼번에 설명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지금은 집에 가기 전에 몸부터 회복하고 싶대요.” “그러셔야죠.” “어릴 때 제가 형 운동화를 숨긴 일부터 이야기하더라고요.” “형사님이 그런 일을 했어요?” “어릴 때니까요.” “저는 형사님이 태어날 때부터 증거 봉투를 들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그가 웃었다. 통화 너머로 아주 평범한 사람의 웃음이 들렸다. 이수민도 여전히 적응 중이었다. 그녀가 돌아왔다고 해서 빠져 있던 시간이 모두 복원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여기저기 퍼뜨리지 않았다. 본인이 공개하고 싶은 날, 본인이 원하는 만큼 말하면 될 일이었다. 한시우에 대해서는 정기적으로 확인이 이어졌다. 0번 보관실에서 나왔던 아이는 혼자 문턱을 넘어선 뒤에도 낯선 세상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름과 출생 기록, 과거의 영상은 여러 방식으로 남아 있었지만, 그 자료가 앞으로의 삶을 전부 결정할 수는 없었다. 진서아는 한동안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걱정이 돼서 메시지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오늘은 혼자 서점에 있어. 누가 찾아오면 또 사건 시작되는 줄 알까 봐 연락 안 했어.’ 나는 잠깐 웃었다. ‘그럼 사건은 쉬어야죠. 책은 재미있어요?’ ‘아직 첫 장이야. 아무도 내게 증인 서명해 달라고 안 해서 좋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누가 대신 설명해 주기만 기다리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과거는 확인되지 않은 채 두고, 오늘의 삶에 대해 직접 결정하려 했다. 나는 서아가 어떤 날에는 나와 이야기하고, 어떤 날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오유나는 동생 찾기를 계속했다. 경찰과 협조해 실제 자료를 조사했고, 잊은 기억을 이용하는 가짜 호출은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오재민을 찾았다는 연락은 아직 없었다. 그녀는 가끔 늦은 밤 내게 전화를 걸었다. “도겸아.” “네.” “아무 일도 없지?” “네. 지금은 별일 없습니다.” “좋네.” 짧은 통화였다. 하지만 그 말은 오래 남았다. 집에서는 어머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고쳐 드릴까 물었지만, 어머니는 그대로 두겠다고 했다. 시침은 여섯 시 십일 분에 멈춰 있었다. “이건 고장 난 게 아니라고 했잖아.” “기억해요.” “그걸 기억하니 됐지.” 나는 그 말이 기뻤다. 모든 기억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오늘의 대화는 잊지 않았다. 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여 준 날의 햇빛도 아직 떠올릴 수 있었다. 혹시 언젠가 잊게 되더라도 그날의 이야기를 다시 들으면 될 것이다. 예정됐던 2027년 자동 실행 시각도 지나갔다. 각 기관의 독립 점검 보고서에서는 강제 출근 계약이 새로 생성되지 않았고 귀환 회선은 유지됐다고 확인했다. 나는 그 보고서를 읽으면서도 크게 환호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없었다는 결과를 얻기까지 누군가는 밤새 시스템을 지켜야 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오래전 잃은 시간 때문에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구태형의 사건도 그때 끝나지 않았다. 그는 책임을 인정하는 진술을 했지만 구체적인 법적 판단은 별도로 진행 중이었다. 내가 그를 용서할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기억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 모든 기록이 제자리로 돌아갈지 나는 모른다. 다만 사람의 시간이 다시 자동으로 팔리지 않는다는 것, 그 작은 결과가 믿기지 않게 컸다. 한 달 뒤, 나는 오래 사용하던 수첩을 새것으로 바꿨다. 낡은 수첩은 차마 버리지 못했다. 첫 장에 내가 처음 적은 문장은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 오후 여섯 시, 세계가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여러 사람의 글씨가 있었다. 유나가 적은 ‘나는 열쇠가 아니다.’ 서아가 적은 ‘응답하지 않았으면 응답하지 않은 것이다.’ 남 형사가 적은 ‘신원은 확인한다. 결론은 서두르지 않는다.’ 어머니가 적은 ‘다시 이야기하면 된다.’ 나는 새 수첩을 펼쳤다. 첫 장에 날짜를 썼다. 두 번째 줄에는 ‘퇴근 시간’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아주 평범한 문장을 남겼다. ‘오늘은 오후 여섯 시에 집에 갔다.’ 창밖에서 신호등이 바뀌었다. 버스가 지나가고 사람들이 길을 건넜다. 누군가는 늦었고 누군가는 서둘렀다. 빗방울은 더는 허공에 매달리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회사 팀장이었다. ‘도겸 씨, 내일 배치 점검 부탁합니다.’ 나는 대답했다. ‘내일 출근해서 확인하겠습니다.’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누군가를 구해야 한다는 경고도, 기억을 반납하라는 청구서도 오지 않았다. 저녁을 먹으려는데 어머니가 물었다. “도겸아, 오늘 회사는 어땠어?”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별일 없었어요.” 그 말이 이렇게 좋은 말인 줄은 몰랐다. 어머니가 식탁에 김치를 내려놓았다. “그럼 됐네. 얼른 먹어.” 나는 웃었다. 오후 여섯 시가 지났다.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나도 더는 멈춘 시간을 붙잡지 않았다. 오늘의 나는, 내일도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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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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