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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51화
PAYLUA ORIGINAL · 제51화

51화. 사람의 단위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998자

오프라인 책장
[2016년 최초 수취인 계좌] [내일의 잔액: -52명] [단위 변경 승인자: 2036년 강민석] 강민석은 휴대전화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화면은 꺼졌으나 숫자는 머릿속에 남았다. 쉰두 명. 어제까지 쉰두 건이던 것이 어느새 사람의 수가 되어 있었다. 그의 손에는 낡은 수첩이 펼쳐져 있었다. 2016년 10월 25일, 잉크가 번진 줄 끝에는 '내일을 돌려준다'라는 말이 남아 있었다. 이 문장을 쓴 기억은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는 자신도 없었다. 새벽 한 시 이십 분. 그는 서윤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휴가를 내고도 일을 했던 사람을 또 깨우고 싶지 않았다. 대신 원장의 화면을 종이에 그대로 옮겼다. 금액 칸에 단위가 들어간 위치, '승인자'라는 문구, 열람 시각. 오탈자까지 포함해서 기록했다. '이게 사실인지 묻기 전에 화면에 뭐라고 쓰였는지부터 남기자.' 그는 처음 백억 원을 보았을 때 이 간단한 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뒤늦게 기억을 짜 맞춰야 했다. 아침 일곱 시 사십 분, 준성이 빵 봉지를 들고 찾아왔다. “사람 수로 빚을 매기는 은행은 처음 보네.” “은행이 아니야. 은행처럼 보이는 원장이지.” “그럼 이건 협박이고?” “그것도 아직 모르겠어. 어쩌면 프로그램 오류일 수도 있어.” 준성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얼굴로 오류라니.” 민석은 수첩을 보여 주었다. 쉰두 개의 항목 중 민석이 실제 수취인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다섯 개뿐이었다. 그중 두 건은 같은 사람이 청구한 별개의 수당이었다. 지금 화면처럼 숫자를 곧장 인원으로 바꾸면,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나뉘었다. “그럼 쉰두 명이라고 알리는 순간, 누가 낯선 쉰두 명을 찾아 나서겠네.” “혹은 이름이 쉰두 개 있다고 가정한 채 서명을 모으겠지.” 준성이 빵을 씹다 멈췄다. “서명을?” “우리가 막아 둔 정산권 거래에서 사람들의 동의가 모자랐잖아. 모자란 사람 수가 만들어지면 빈칸을 채우는 업무가 생겨.” 말하고 나니 더 무서웠다. 누군가 돈을 잃는 미래를 맞히는 것보다, 잃을 사람의 숫자부터 정해 놓고 그 수에 맞춰 사람을 만드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일이었다. 민석은 출근길에 자신의 회사 건물 앞을 지나쳤다. 며칠째 반차와 외근을 반복한 탓에 동료들은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묻기 시작했다. 오래된 동료 임대리는 현관에서 민석을 붙잡았다. “너 어제 회사 메신저로 이상한 거 받았냐?” 그는 휴대전화를 보여 주었다. '미래 급여 정산 지원 대상자 확인'이라는 제목의 메시지였다. 발신자는 사내 인사팀처럼 보였고, 입력창에는 사번과 계좌번호를 적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주소는 외부의 전혀 모르는 서비스였다. “이건 인사팀에 먼저 확인하자.” 민석이 말했다. “너, 이런 거 잘 알잖아. 아침에 계좌 넣으려다가 네 생각나서 안 했어.” 민석은 가슴이 철렁했다. 임대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 사건의 극히 일부일 뿐이었다. 그가 메시지를 열 뻔한 이유도 단순했다. 지난달 야근수당이 늦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 얘기 듣고 안 한 게 아니라 본인이 확인한 거잖아.” 민석이 말했다. “그게 맞아. 일단 우리 회사 공식 채널에서 공지된 적 있는지 물어보자.” 그는 임대리의 허락 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회사 전체에 위험하다고 떠들지 않았다. 대신 인사팀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발신 주소와 수신 시각을 정리해 전달했다. 인사팀은 같은 이름의 안내를 보낸 적 없다고 확인했다. “네가 요즘 하는 일이 이거였냐?” 임대리가 물었다. “아직 뭔지 나도 잘 몰라.” “그런데 얼굴은 왜 그러냐. 마치 네 월급이 쉰두 사람한테 나뉜 것처럼.” 민석은 뜻밖에 웃음이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던진 농담이 원장의 오류를 정확히 찔렀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록을 여러 사람으로 나누는 일이, 그의 화면 속에선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회사로 들어가지 않고 길 건너 벤치에 잠시 앉았다. 보이지 않는 쉰두 사람을 찾기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한 사람의 계좌번호가 낯선 서버에 넘어가지 않게 하는 일이 먼저였다. 처음으로 자기 능력의 방향이 바뀌는 듯했다. 오전 아홉 시, 오세린의 사무실에 모두가 모였다. 세린은 화면을 본 뒤 사무실 화이트보드에 굵은 선을 그었다. 왼쪽에는 '원장이 표시한 값', 오른쪽에는 '외부에서 확인한 값'. “지금까지 밝혀진 건 두 가지예요. 열두 개 정산 원장에 서로 겹치는 지급 기록이 있다는 것. 그리고 현재 화면이 쉰두 건을 쉰두 명으로 바꿔 보여 준다는 것. 쉰두 명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황기태가 노트북을 돌렸다. “제가 오래된 설명서에서 흥미로운 용어를 찾았습니다. 단위를 붙이는 프로그램과 금액을 산출하는 프로그램이 서로 다릅니다. 숫자 52 자체는 같아도 뒤에 '건', '명', '원' 중 무엇을 붙일지는 별도 설정이라는 겁니다.” “그 설정을 누가 바꿨는지는 알 수 있어요?” 서윤이 물었다. “현재로선 원장이 제공한 승인자 표시밖에 없습니다. 실제 시스템 기록과 대조해야 해요.” 민석은 오래 참지 못했다. “그 표시가 정말 십 년 뒤의 나를 뜻할까요?” 기태는 단호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2036년이라는 문구가 사람의 출생 연도처럼 붙어 있을 수도 있고, 장기 계약을 구분하는 이름일 수도 있죠. 불가능해 보이는 가설을 먼저 믿는 것만큼 쉬운 오류가 없습니다.” 민석은 그 말을 적었다. 그럼에도 가슴 안쪽의 작은 기대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자신이 가진 이 기이한 능력에 정말로 미래에서 온 무엇이 있다면, 언젠가 숫자 하나쯤은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서윤이 자료를 펼쳤다. “예린 씨의 연락 경로는 확인했습니다. 십 년 전 함께 일한 인물에게서 받은 주소와 대리인을 통해 검증됐어요. 다만 본인이 어떤 자료를 갖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요.” “직접 만나죠.” 민석이 말했다. “예린 씨가 장소와 열람 범위를 정했어요. 기록 보관실에서요. 사본 반출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준성이 고개를 젓는다. “여기 사람들은 왜 죄다 금고나 보관실에서만 만나?” “그동안 자료를 빼앗기거나 이름을 마음대로 쓰였으니까.” 서윤이 대답했다. 민석은 입술을 다물었다.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정오가 지나자 원장의 메시지가 바뀌었다. [미처리 수취인: 52명] [개별 동의 요청 초안 생성 완료] [대상 선택: 전체 / 직접 입력] 빨간 단추 하나가 화면 아래 떠 있었다. ‘전체에게 보내기’. 준성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설마 누르면 끝나는 건 아니겠지?” “누르지 않을 거야.” “이미 다른 사람이 보냈으면?” 민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서윤의 전화가 울렸다. 어느 인쇄 회사 직원이 익일금융의 요청을 받아 쉰두 장의 안내문을 출력하려다 문구가 이상해서 문의했다는 것이다. 직원은 내용이나 이름을 전달하지 않았고, 문서 검토를 요청할 수 있는 공식 경로만 물었다. “실제 배포됐습니까?” 민석이 물었다. “아직 확인 중이에요. 업체는 일단 제작을 중단했다고 했어요.” 기태가 그 말을 듣고 낮게 탄식했다. “화면 안 숫자가 종이로 바뀌려는군요.” 민석은 바로 신고와 자료 보존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했다. 자신이 당사자도 아닌 쉰두 명을 대표한다는 식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누가 동의했는지도 모른 채 전체 발송을 막기 위해 임의로 로그인하거나 남의 자료를 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날 저녁, 예린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첫 번째 수취인은 사람 이름이 아닙니다. 계좌 이름도 아닙니다. 원래는 돈을 돌려보내는 함수의 이름이었습니다.' 곧이어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낡은 계산식의 일부였다. RETURN(T+1) = 미확인 지급액 - 확인된 지급액 그리고 그 아래, 빨간 펜으로 지워진 다른 문장이 있었다. RETURN(T+1) = 확보 가능한 미래 채권 민석은 사진을 확대했다. 두 문장의 기호는 같았지만 뜻은 정반대였다. 받아야 할 돈을 찾아 돌려주는 계산식이, 누군가의 내일을 담보로 잡는 계산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메시지 마지막 줄에는 작은 첨언이 붙어 있었다. '2036년 승인자는 두 번째 식에만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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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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