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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00화
PAYLUA ORIGINAL · 제200화

200화. 내일의 잔액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3,445자

오프라인 책장
2월 28일 일요일 오전 여덟 시 사십오 분. 강민석은 휴대전화 알람이 울리기 전에 집을 나섰다. 날씨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바람 끝에는 겨울이 끝나 간다는 냄새가 묻어 있었다. 그는 편의점에서 작은 물병을 하나 샀다. 계산대 앞에서 카드 단말기가 잠깐 멈추자 습관처럼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봤다. 아무런 예고가 없었다. 이제 카드는 승인되거나 거절될 것이고, 그 결과는 그때 알게 될 것이다. 예전의 민석이라면 불안했을 텐데 오늘은 별생각이 없었다. 단말기는 ‘승인 완료’라는 평범한 글자를 보여 주었다. 오전 아홉 시, 세온기록관리 열람실 앞에는 이하은과 오연희가 먼저 와 있었다. 정다연은 조금 늦게 도착했고, 장옥희는 문을 열어 주며 참석 인원을 확인했다. 서윤은 취재 수첩 대신 빈 손으로 왔다. 하은이 기사 취재가 아닌 개인적인 인계 절차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조용하네요.” 민석이 말했다. 하은은 작게 웃었다. “십 년 동안 못 받은 자료를 받는다고 폭죽을 터뜨릴 수는 없잖아요.” 옥희가 봉투를 건넸다. 누런 종이 대신 새 보존 봉투였다. 안에는 2016년 접수 자료 중 하은에게 반환할 수 있도록 확인된 원본과 복사본, 그리고 그동안의 열람 이력이 들어 있었다. 별도의 조사가 필요한 자료는 여전히 기관에 남아 있었다. 하은은 먼저 표지에 적힌 자기 이름을 확인했다. “이하은.” 그녀가 이름을 낮게 읽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제 이름이 제 자리에 있네요.” 민석은 고개를 숙였다. 사람의 이름을 지킨다는 말이 거창한 영웅담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누군가가 ‘내 것’이라고 말할 때 그 말을 그대로 남겨 주는 일이었다. 오연희는 서류 한 장을 접어 자기 가방 안쪽에 넣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반환을 요구했던 녹취의 처리 내역이었다. 다연은 열람 동의 범위를 다시 확인하고 서명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종이를 대신 집어 들지 않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민석이 물었다. 세린이 답했다. “기록 정정과 지급 여부 확인은 계속됩니다. 각 건의 귀속과 손해배상 문제는 관련 기관의 조사와 당사자 절차가 남아 있어요. 오늘 한 번으로 다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죠.” 하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오늘은 끝난 일이 하나 있어요. 제가 돌려받겠다고 말한 걸 제 손으로 받았잖아요.” 민석은 그 말을 오래 기억하려고 마음먹었다. 점심 무렵, 준성과 유나, 예린까지 작은 식당에 모였다. 메뉴판에는 삼겹살이 없었다. 대신 김치찌개와 제육볶음이 있었다. 준성이 마지막으로 메뉴를 살피더니 민석에게 물었다. “백억 빚쟁이 탈출 기념인데 이렇게 소박해도 되냐?” “탈출이라니. 원래 확정된 백억 빚은 없었어.” “그 대사, 이제 외웠다.” 유나가 웃었고 예린도 드물게 미소를 보였다. 서윤은 숟가락을 들기 전 민석에게 물었다. “나중에 기사를 한 번 더 쓸 생각이에요. 원본이 돌아온 과정이 아니라, 왜 오래된 잘못된 규칙이 이렇게 오랫동안 남았는지요.” “쓰세요.” 민석이 말했다. “다만 제가 다 해결한 것처럼 쓰지 마세요.” “그럴 생각 없어요. 해결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 무슨 일을 했는지 쓰려고요.” “그건 마음에 드네요.” 준성이 반찬 접시를 밀어 주었다. 민석은 잠깐 망설이다가 받았다. 친구의 과거는 여전히 아팠고 앞으로도 대답해야 할 일이 남았다. 그러나 잘못을 인정한 사람에게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보여 줄 시간까지 빼앗고 싶지는 않았다. “고기는 다음에 사.” 민석이 말했다. “내가?” “네가.” “그럼 오늘 밥은 네가 사는 거냐?” 민석은 영수증을 집어 들었다. “이건 내 돈으로 산다. 출처가 분명한 내 월급으로.” 모두가 웃었다. 소란스러운 식당 한가운데서 그는 오랜만에 자기 삶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꼈다. 오후 네 시, 민석은 집으로 돌아와 서랍을 정리했다. 검은 원장에 처음 표시된 천문학적 숫자와 은행 입금 자료를 구분해 놓았다. 100억 원은 확인되지 않은 손실을 한 사람에게 전가하는 평가 규칙에서 나온 값이었다. 1,000억 원이라고 불렸던 정산권은 여러 예정 지급을 겹쳐 산정한 명목상의 합계였다. 어느 것도 그의 통장에 들어온 자유로운 현금이나 확정 개인 채무를 의미하지 않았다. 실제 들어온 작은 금액들조차 귀속을 확인해 처리해야 할 것들이었다. 반면 하은의 봉투와 정아의 확인서, 414명 각자의 선택은 숫자 하나로 대신할 수 없었다. 민석은 자신의 수첩을 펼쳤다. 2016년의 글씨가 남은 페이지를 천천히 읽었다. ‘접수한 것은 받았다는 뜻이 아님.’ 그 아래에 새 문장을 적었다. ‘예측한 것은 결정했다는 뜻이 아님.’ 한 줄을 더 적으려다가 그는 펜을 멈췄다. 몇 달 동안 내일의 돈을 먼저 알았고, 그 돈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결말은 통장이 불어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내일을 함부로 계산하지 않게 된 이야기였다. 저녁 여섯 시, 한서윤에게서 사진 한 장이 왔다. 하은이 직접 촬영해 공유에 동의한 자료 표지였다. 이름 아래 ‘본인 수령 확인’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민석은 사진을 저장하려다 먼저 답장을 보냈다. ‘하은 씨에게 제가 보관해도 되는지 물어봐 주세요.’ 조금 뒤 허락했다는 답장이 왔다. 그는 사진을 개인 기록에 넣고 외부에는 공유하지 않았다. 밤 아홉 시, 은행 앱에서 정기 이체 예정 알림이 도착했다. 다음 달 관리비였다. 민석은 피식 웃었다. 내일의 돈을 알려 주는 가장 현실적인 기능은 사실 이런 것일지도 몰랐다. 금액이 적혀 있었고, 왜 빠져나가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자동이체가 정상적으로 설정돼 있는지 확인했다. 밤 열한 시 오십구 분. 한때 검은 원장이 스스로 켜지던 시각이었다. 민석은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았다가, 다시 바로 세웠다.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창밖으로 늦은 버스가 지나갔다. 맞은편 건물 불빛이 하나씩 꺼졌다. 오늘도 누군가는 내일 받을 돈을 걱정할 것이고, 누군가는 내일 해야 할 말을 연습할 것이다. 민석은 그 사람들의 앞날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내일 얼마를 벌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무지가 더는 불행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민석은 다음 날의 일정을 적었다. 아침에는 회사에 출근한다. 점심에는 준성의 조사 일정이 확정됐는지 묻는다. 저녁에는 서윤에게 연락해 기사에 필요한 공식 자료가 무엇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돈을 돌려받거나 기록을 정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는 알람을 맞췄다. 오전 일곱 시. ‘내일의 잔액’이라는 이름의 검은 버튼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일 아침이 오면 그는 평범하게 눈을 뜰 것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빌리지 않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미 끝난 일로 만들지 않고, 오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휴대전화 화면이 꺼졌다. 아무 숫자도 남지 않았다. 강민석은 처음으로, 그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1부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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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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