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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27화
PAYLUA ORIGINAL · 제127화

127화. 돈이 아닌 보고서를 판 사람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2,465자

오프라인 책장
서윤은 종이컵 커피를 세 번째로 바꾸고 있었다. 12월 19일 오후 세 시. 찬 커피를 마시는 횟수가 늘수록 기사의 제목은 짧아졌다. '돈이 입금된 적 없는데 지급 완료라고 판정하는 계약.' 편집장은 제목을 보고 손을 내저었다. “너무 단정적이야. 모든 계약이 그런 건지 확인했어?” “아직은 아니에요. 2018년 시연 계약서 하나에서 그런 출력 기능을 확인했어요.” “그럼 그 범위만 써.” 서윤은 초안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장일수록 사실보다 앞서 나가 있는 경우가 있었다. 비슷한 실수를 열 해 전에 했고, 이번에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정태겸과 박준성은 계약의 비용 항목을 대조했다. 고객사에 파는 것은 원본 데이터가 아니라 외부 시스템에서 읽을 수 있는 '정산 결과 보고서'였다. 보고서에는 '확인됨'이라는 상태값이 포함됐다. 수취인이 실제로 돈을 받았는지와 별개로 생성 가능한 상태였다. “회계에서 입금을 확인한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겠죠.” 민석이 말했다. “애초에 회계 프로그램이 아니라 결과 전달 프로그램이었으니까요.” 태겸이 답했다. “다른 곳에 제출할 때도 같은 뜻으로 읽힐 거라 가정한 게 문제였죠.” 준성이 화면을 가리켰다. “여기부터 보세요. 2018년 문서에는 '실제 지급 확인 결과와 분리'라는 주석이 있어요. 2026년 고객 안내 템플릿에는 그 문구가 빠져 있죠.” “누가 뺐어요?” “모릅니다. 템플릿 변경 승인 이력은 별도예요.” 민석은 서류를 읽을수록 허무해졌다.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라면 비밀 장부를 열고 돈을 훔쳤을 것이다. 현실은 사람들이 각자 조금씩 다르게 이해한 '완료'라는 단어가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빼앗는 모양이었다. 그날 저녁 백소희가 다시 찾아왔다. 그녀는 기록 대조 창구의 담당자에게 받았다는 안내문을 가지고 있었다. 미수령 이의가 접수돼 현재까지 유지되는 사실, 과거 지급 완료 표시는 별도 검토 대상이라는 내용이 명확히 적혀 있었다. “이거면 된 건가요?” 그녀가 물었다. 세린이 고개를 저었다. “기록상의 이의가 유효하게 남았다는 증거입니다. 실제 지급 여부나 손해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에요.” “또 남았네요.” 소희가 웃었다. “그렇지만 전에는 아무것도 안 남았잖아요.” 민석이 말했다. 소희가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었다. “맞아요. 이번에는 제가 하지 않은 말을 지운 게 아니라, 제 말을 새로 남겼네요.” 서윤은 그녀의 표정을 기사에 쓰고 싶었지만 허락을 받기 전까지 수첩에만 기록했다. 한편 편집국으로 돌아온 서윤은 첫 문단을 다섯 번 고쳤다. 독자가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은 회사의 복잡한 데이터 구조가 아닐 것이다. 실제 돈을 받지 않았는데 받았다는 기록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였다. 그러나 개별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확인된 사례처럼 쓸 수도 없었다. 서윤은 소희에게 다시 연락해 문장 하나의 인용 허락을 구했다. 소희는 조건을 달았다. 실명을 쓰지 말 것, 지급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음을 명확히 적을 것, 기사를 보고 자신이 당장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오해하게 만들지 말 것. “그럼 기사의 힘이 줄어들 텐데요.” 편집장이 말했다. “오해를 줄이는 게 먼저죠.” 그날 밤 기사 초안은 길어졌다. '수령 확인', '결과 수신', '정산 평가'가 서로 다른 과정이라는 설명을 붙이다 보니 쉬운 제목 아래에는 쉬운 결론이 남지 않았다. 서윤은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데이터가 완료라고 기록한 것과, 누군가의 일이 끝난 것은 다르다.' 그 문장은 십 년 전 학교 신문에 쓰지 못했던 한 줄을 비로소 이어 주는 것 같았다. 밤 아홉 시 무렵, 준성은 성우데이터의 기술 실무자에게 받은 공식 설명을 들고 왔다. 현재 작동 중인 외부 위탁 모듈 가운데 하나는 '정산 결과 수신 성공'을 '지급 결과 수신 성공'으로 바꿔 표기하는 구형 화면을 쓰고 있었다. 데이터 필드는 같지 않았다. 그러나 고객사 사용자 화면에서는 구별이 어려웠다. “이걸 고치면 사건이 끝날까?” 민석이 물었다. “아니. 고쳐도 옛날 자료와 이미 배포된 보고서는 남아.” “그리고 그 보고서를 누가 믿고 썼는지도 남겠지.” 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만큼은 서로의 말을 보충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잠들기 전 검은 원장에는 작은 금액이 떴다. [내일의 잔액: +17,000원] [예정 분류: 이의 처리 보상] [대상자: 강민석] “왜 하필 또 나지?” 한때는 미래의 돈이 들어온다는 예고가 무조건 반가웠다. 이제 민석은 먼저 공식 은행 앱을 켰다. 내일 입금 예정 거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돈을 사용하지 않고 출처를 확인할 것. 그런데 이번 원장에는 새로운 항목이 붙었다. [보상 승인자: 한서윤] 민석은 손바닥에 식은땀이 났다. 서윤은 지난 열흘 동안 누구보다 '내 이름으로 승인하지 마라'고 말한 사람이었다. 그의 화면은 그녀의 이름을 또 한 번, 손쉬운 도장처럼 쓰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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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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