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일 오전 여섯 시 반, 민석은 커피를 내리다가 뜨거운 물을 손등에 조금 쏟았다. 따끔한 통증에 눈을 찌푸리는 동안 휴대전화가 울렸다. 세린이었다.
“일어나셨죠? 세 기관의 회신을 모았어요.”
“전부 배포 중단했대요?”
“아니요.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기관은 서윤이 봉투를 받지 않았다는 정정 사실을 확인했고 보고서 사용을 중단했다. 두 번째 기관은 정정 요청을 받았지만 고객 안내 자료를 아직 바꾸지 않았다. 세 번째 기관은 이상하게도 '정정할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곳이 지난주 발송한 문서에는 한서윤 명의의 수령 확인이 남아 있었다.
“모든 곳에 같은 파일이 도착한 게 아닌가 봅니다.” 민석이 말했다.
세린은 설명했다. “외부 결과 집계 모듈은 배포할 때마다 파일을 새로 만들 수 있어요. 같은 사건의 보고서라도 생성 시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 겁니다.”
민석은 밥을 먹다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사건이 자신과 몇 명의 삶을 바꾸는 줄 알았는데, 누가 언제 어떤 보고서를 받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진실이 유통되고 있었다.
오전 일곱 시 반, 서윤은 편집국에서 동료와 함께 확인된 사항만 기사 초안에 옮겼다. 그녀가 봉투를 수령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운송업체의 미인계 기록으로 확인됐다. 반면 봉투 내용의 진위와 현행 운영자의 신원은 조사 중이었다. 기사 본문에는 '2036년에서 도착한 편지'라는 표현을 넣지 않았다.
“이런 제목이면 조회수가 많이 나올 텐데.” 후배가 아쉬워했다.
서윤은 웃었다. “조회수가 난 뒤 누군가 가짜 신분증을 들고 자기 원본을 달라고 오면 누가 책임져?”
아침 여덟 시, 정태겸이 미확인 자료의 추가 배포를 중지하기로 한 외부 고객사 목록을 보냈다. 태겸은 법무 검토가 필요한 곳은 별도 표시했다. 모든 금융 거래를 멈추게 할 권한은 그에게 없었다. 다만 자신의 회사가 만든 근거 불충분한 설명 자료를 더는 사용하지 말라고 알릴 책임은 있었다.
서문재는 계정 위임 계약서를 제출했다. 마지막 관리 책임자가 전자서명으로 남아 있었지만, 현재 계정의 접속 기록을 운영 회사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세린은 계정 사용 일시 정지 요청이 접수됐다는 사실과 실제로 중지됐다는 사실을 구분해서 적었다.
준성은 사무실 벽에 세 개의 시계를 그렸다. 하나는 실제 거래 시각, 하나는 보고서 생성 시각, 하나는 검은 원장에 떠 있는 미래 시각이었다.
“이 세 가지를 한 줄로 세워 놓으니까 미래처럼 보인 거야.”
“그렇다면 예측이 아닌 건가?” 민석이 물었다.
“아직 몰라. 내일 일어날 일처럼 보이는 정보가 이미 예약된 작업일 수도 있지. 그런데 예약 자체를 누가 바꾸는지도 봐야 해.”
그때 서윤에게 전화가 왔다. 보도자료를 받았던 기관 한 곳이 기자 명의의 확인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고, 기존 설명 자료 이용 고객에게 안내를 시작했다는 소식이었다. 서윤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모니터를 한참 바라봤다.
“하나는 바로잡았네요.”
“아직 두 곳입니다.” 세린이 말했다.
서윤은 기사 첫 문장을 세 번 고쳤다. 첫 번째 문장에는 '십 년 뒤에서 온 봉투'라는 말이 들어갔다. 그녀는 곧바로 지웠다. 두 번째에는 '100억 원 규모의 정산 사고'라고 썼다. 실제 손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그것도 지웠다.
세 번째 문장은 평범했다.
'한 기자가 받지 않은 봉투를 받았다고 기록한 문서가 확인됐다.'
편집장이 화면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사건이 보이네.”
“기사 하나로 시스템을 멈출 순 없겠죠.” 서윤이 말했다.
“그래도 기사 하나로 거짓말을 더 어렵게 만들 수는 있어.”
서윤은 그 말을 들으며 송고 예약을 해제했다. 예고된 시각과 기사 공개 시각을 일부러 맞춰 특종처럼 보이게 할 생각은 없었다. 확인이 끝나는 대로 내보낼 것이었다. 몇 분 뒤 편집국 법무 담당자가 마지막 문구를 승인했다. 서윤은 제목을 다시 한 번 읽고 손가락을 송고 버튼 가까이 가져갔다.
오전 여덟 시 오십 분, 성우데이터가 회신했다. 자동 재시도 작업의 중지 명령은 등록됐으나 연계된 외부 시스템에서 이미 생성된 파일의 사용 여부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었다. 준성이 마지막 줄에 밑줄을 그었다.
“저 사람들이 멈춰도 다른 회사는 어젯밤 파일로 계속 일할 수 있어.”
민석은 자신이 처음 검은 원장으로 돈을 벌 궁리를 하던 밤을 떠올렸다. 숫자가 정확하다면 그 숫자만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정확한 숫자라 해도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아야 했다. 그것이 누군가의 하루를 뒤집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홉 시 십 분, 그의 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
[내일의 잔액: -100,000,000,000원]
[정산 예정: 09:17]
[처리 가능 상태: 2/3]
준성이 화면을 보자마자 말했다.
“저 '2/3'은 세 기관 가운데 두 곳이라는 뜻일까?”
민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윤이 말을 끊었다.
“추측하지 말아요. 둘 중 무엇인지 확인되지 않았어요. 둘이라는 숫자에 사람을 또 붙이지 맙시다.”
민석은 웃었다. “저보다 더 까다로워지셨네요.”
“그럼요. 제가 받지도 않은 봉투를 받았다고 쓰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아홉 시 십오 분. 정태겸이 전화했다.
“확인됐습니다. 두 곳이 미확인 보고서를 보유하고 있고, 그중 한 곳에서 방금 고객 안내를 발송했습니다.”
“내용이 뭡니까?” 세린이 물었다.
“‘정산 검토 완료’라는 제목입니다.”
민석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아직 누구도 실제 지급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또다시 '완료'라는 말이 사람들에게 날아가고 있었다.
아홉 시 십육 분, 검은 원장이 마지막 경고를 띄웠다.
[전체 수취인 확정: 60초 후 재시도]
[정정 대상: 수취인 확인 근거]
민석은 한 손으로 공식 기관에 접수한 사건번호를 열었다. 다른 손으로 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기자님.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이 기록이 왜 틀렸는지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거예요.”
서윤은 이미 작성해 둔 기사를 화면에 띄우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정확히 쓸 수 있겠네요.”
화면 위 송고 버튼이 푸른색으로 빛났다.
제11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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