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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1화
PAYLUA ORIGINAL · 제1화

1화. 내일의 잔액

내 통장에 내일의 돈이 입금된다 · 6,361자

오프라인 책장
강민석은 월급날을 좋아하지 않았다. 은행 앱에 월급이 찍히는 순간, 돈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사실부터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카드 대금, 부모님 병원비, 월세, 학자금 대출. 입금 알림보다 자동이체 알림이 늘 빨랐다. 이번 달도 마찬가지였다. [급여 입금 +3,120,450원] 민석은 회사 탕비실에서 종이컵에 커피를 받으며 앱을 열었다. 잔액 3,287,901원. 딱 사흘만 보면 부자가 된 기분을 낼 수 있는 숫자였다. 문제는 그 아래였다. [내일의 정산: -48,000원] [예상 반영 시각: 07:42] 처음 보는 항목이었다. 민석은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앱 상단에는 평소 보던 은행 로고가 있었고, 이체 내역도 정상적으로 표시됐다. 그런데 '내일의 정산'이라는 메뉴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알림을 눌러 들어온 화면에서만 보였다. '카드 결제 예정액인가?' 기억나는 결제가 없었다. 사만 팔천 원이면 택시비도 아니고, 저녁 회식비도 아니었다. "강 대리, 오늘 회의 자료는요?" 팀장의 목소리에 민석은 휴대전화를 뒤집었다. "열한 시 전에 보내겠습니다." "열한 시라니. 열 시 반까지잖아." "지난주 메일에는 열한 시라고…… 알겠습니다." 별것 아닌 일정마저 틀린 사람 취급을 받는 오전이었다. 민석은 수정하던 보고서를 세 번째 저장했고, 어제보다 더 진해진 커피를 마셨다. 은행 앱의 이상한 숫자는 오전 내내 머릿속을 따라다녔다. 다음 날, 7시 42분. 민석은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정확히 사만 팔천 원을 잃었다. 정확히 말하면 돈이 빠져나간 건 아니었다. 옆에 서 있던 남자가 갑자기 쓰러졌고, 민석이 구급대가 올 때까지 함께 있었다. 평소 타던 급행열차를 놓쳤다. 회사까지 택시를 타자 요금이 사만 팔천 원이었다. 결제 완료 화면을 보는 순간 팔목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민석은 출근하자마자 전날의 알림을 찾았다. 알림함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앱을 열자 새로운 문구가 뜨고 있었다. [내일의 정산: +126,500원] [예상 반영 시각: 18:15] 그날 저녁 6시 15분, 민석은 잊고 있던 중고 거래를 완료했다. 몇 달 전 올려놓은 카메라 렌즈였다. 구매자가 회사 앞으로 오겠다고 했고, 네고 끝에 정확히 십이만 육천오백 원을 보냈다. 민석은 입금 알림을 지우지 못했다. 우연치고는 너무 정확했다. 금액만 맞는 게 아니었다. 시각까지 일치했다. 그는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화면을 캡처했다. 사진에는 그 숫자가 선명하게 남았다. 세 번째 예고는 오백만 원이었다. [내일의 정산: +5,000,000원] [예상 반영 시각: 14:03] 민석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복권도 사지 않았고 주식 앱도 열지 않았다. 점심 약속을 취소하고 식당 구석에 앉아 시계를 봤다. 오후 두 시 세 분.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민석아, 미안한데 엄마가 네 보험 하나를 정리했어." "무슨 보험?" "어릴 때부터 넣어 둔 거. 환급금이 들어왔다는데 네 통장으로 받게 해 놨어." 민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무슨 일 있니?" "아뇨. 엄마, 지금은 말고 저녁에 다시 전화할게요." 통화를 끊자마자 알림이 떴다. [보험 해약 환급금 +5,000,000원] 좋은 일이었지만 기쁘지 않았다. 어머니가 십수 년 동안 붓던 돈이라는 사실보다 그 돈이 오기 전에 금액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이 숫자는 민석이 벌어들일 돈을 보여 주는 게 아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돈의 이동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날 밤 그는 인터넷 검색창에 '은행 앱 미래 거래', '잔액 예지', '정산 예고 오류'를 차례로 입력했다. 검색 결과는 모두 광고였다. 휴대전화 제조사 고객센터에도 문의했지만 원격 진단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민석이 처음 숫자를 믿게 된 건 사실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 번째 예고가 들어온 날, 그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기 전까지 십여 번이나 알림 화면을 확인했다. 자신이 무언가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버스 정류장에 걸린 광고를 찍고,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물건을 집었다 내려놓았다. 행동을 바꿀 때마다 정산 금액이 흔들릴까 기다렸다. 하지만 숫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각 옆 작은 점 하나만 깜빡였다. 그 점을 누르자 처음 보는 세부 메뉴가 나타났다. [내일의 정산은 예금주의 소유가 아닙니다.] [예금주가 받을 선택의 결과를 미리 표시합니다.] "선택의 결과?" 민석은 혼잣말을 했다. 회사 탕비실에서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같은 팀 신입이 옆에 서 있었다. "뭐 선택하셨어요? 점심 메뉴요?" "아니, 그게……" "우리 팀 오늘 회식 안 한대요. 대신 상무님이 저녁 도시락 돌린다던데." 신입은 기쁜 얼굴이었다. 민석도 평소라면 좋아했을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날은 듣는 내내 머릿속에서 숫자를 세고 있었다. 선택이라면 자기 의지로 바꿀 수 있어야 했다. 이미 정산이 확정돼 있다면 그건 예언이 아니라 계산에 가까웠다. 이상한 검색 결과를 훑던 그는 옛 대학 동기 박준성에게 연락할까 고민했다. 준성은 증권사에서 일하다 독립 투자자로 전향한 사람으로, 민석이 회계 자료를 정리해 주며 알게 됐다. 술자리에서 준성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돈은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한테 몰려. 근데 진짜 돈을 버는 놈은 미래를 정하는 놈이야.' 당시 민석은 허세라고 생각했다. 숫자 몇 개로 세상을 재단하는 습관이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의 뜻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석은 결국 준성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내일 들어올 돈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답장은 빠르게 왔다. [네가 어디까지 봤는데?] 민석은 화면을 내려다봤다. 너무 빠른 답이었다. 평소 준성은 한 번 연락하면 며칠씩 늦게 대답하던 사람이었다. [그냥 물어본 거야.] 잠시 뒤 준성의 답장이 왔다. [계좌 캡처하지 마. 캡처하면 네 번호가 노출돼.] 민석은 전화 버튼을 눌렀다. 연결음이 한 번 울리고 끊겼다. 두 번째로 걸었을 때는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 메시지 창은 남아 있었지만 상대방 프로필 사진이 사라졌다. 이상한 건 메시지 옆에 있던 전송 시각까지 지워졌다는 것이다. '캡처를 하면 번호가 노출돼?' 민석은 자신이 이미 세 번째 예고까지 여러 장의 화면을 저장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휴대전화 갤러리를 열었다. 첫 번째 캡처에는 -48,000원이 선명했다. 두 번째 캡처에는 +126,500원도 남아 있었다. 세 번째는 검은 네모가 아니었다. 그때까지는 +5,000,000원이 정상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숫자 아래 작은 줄이 추가돼 있었다. [조회 권한: 강민석 외 1명] 민석은 갤러리 앱을 닫았다. 오래된 경고처럼 가슴 한복판에 남았다. 그날 밤늦게, 그는 이상한 꿈을 꿨다. 작은 창구가 끝없이 이어진 은행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번호표를 뽑고 있었다. 창구마다 '입금' 대신 '선택'이라는 글씨가 붙어 있었다. 멀리 앉은 남자가 한 장의 계약서를 쓰고 있었다. 그 얼굴은 어둡게 가려졌지만 손목시계의 은색 줄은 기억에 남았다. 꿈에서 깨어나자 오전 네 시였다. 민석은 잠을 다시 청하려 했지만 침대 밑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은행 광고 전단지였다. 어젯밤 우편함에서 가져온 종이였는데 언제 침대 밑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전단지 뒷면에는 볼펜 글씨가 쓰여 있었다. '정산은 돈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인다.' 자기 필체였다. 민석은 어제 술을 마시지도 않았다. 메모를 쓴 기억도 없었다. 그는 휴대전화 사진에 글씨를 남겼다. 적어도 누가 썼는지는 나중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진 속 글씨는 한 문장 더 있었다. '다음에는 기자를 먼저 믿어라.' 실물 전단지에는 없는 글씨였다. 민석은 휴대전화와 종이를 번갈아 봤다. 화면에서만 보이는 미래가 이제 사진과 종이 사이까지 넘나드는 모양이었다. 그는 흔들리는 손으로 전단지를 서랍 깊은 곳에 넣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침내 그는 잔액이 아닌 거래 상대방을 보기로 했다. 앱의 일주일치 내역을 천천히 훑었다. 사만 팔천 원은 실제로 택시회사에 지급됐고, 렌즈 판매금은 구매자에게서 들어왔다. 보험금도 정상이다. 그러나 세 가지 거래 모두 상세 페이지 하단에 회색 글씨가 있었다. [결과 승인: 외부] 누가 승인했는지는 표시되지 않았다. 민석은 그 글자를 종이에 베껴 썼다. 숫자가 맞는 이유보다 누가 이 거래를 승인하는지가 중요해졌다. 그는 결심했다. 다음 예고가 오면 무엇을 요구하든 이유부터 확인할 것이다. 적어도 자신의 인생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이유를 모른 채 도장을 찍는 일은 없도록. 민석은 스스로 실험을 하기로 했다. 다음 예고 금액은 -3,900원이었다. "이번엔 안 써." 그는 아예 지갑을 집에 두고 출근했다. 교통카드 잔액은 충분했고, 점심은 도시락을 준비했다. 회사 구내식당을 지나갈 때도 고개를 돌렸다. 오후 여섯 시가 넘어도 돈은 빠져나가지 않았다. '틀렸다.' 작은 승리감이 생겼다. 미래가 고정된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때 복도 끝에서 청소하던 아주머니가 부르셨다. "저기요.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그의 사원증이었다. 고리가 끊어진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보안팀에 임시 출입증을 반납하고 새 고리를 구매하는 데 든 돈은 삼천구백 원이었다. 자동이체 계좌에서 정확히 같은 금액이 빠져나간 시각은 오후 여섯 시 십칠 분. 예고에는 시각이 18:17로 적혀 있었다. 민석은 새 고리를 쥔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돈을 안 쓰기로 결정한 일까지 계산된다고?' 회사를 나왔을 때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민석은 비를 피해 건물 입구에 섰다. 손가락이 저절로 은행 앱을 열었다. [내일의 정산: -10,000,000,000원] [예상 반영 시각: 23:59] 민석은 액수를 세 번 읽었다. 숫자 끝에 붙은 0을 손가락으로 헤아리고, 단위를 다시 계산했다. 마이너스 백억 원. 그의 연봉으로는 백 번을 다시 태어나도 갚을 수 없는 돈이었다. 그런데 그 아래에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거래 상대방: 본인] [정산 사유: 선택 미이행] "장난하나……" 경찰에 신고할 수도, 은행에 문의할 수도 없는 문구였다. 자신이 무슨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민석은 화면을 캡처했다. 이번에는 캡처 파일 속 숫자가 검은 네모로 변했다. 다시 캡처해도 같았다. 앱을 닫았다 열자 정산 사유가 바뀌었다. [선택 가능 시간: 24시간] 화면 한가운데 작은 버튼 두 개가 나타났다. [수락] [거절] 민석은 손을 떼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아래에 빨간색 문구가 떠올랐다. [이 계좌의 소유자는 과거 7회의 선택에서 이미 6회를 거절했습니다.] 그는 비에 젖은 유리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다. 여태껏 이런 화면을 본 적이 없었다. 선택한 기억도 없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그 버튼, 지금 누르지 마세요." 검은 우산을 든 여성이었다. 기자증이 목에 걸려 있었고, 우산을 쥔 손에 빗물이 흘렀다. "누구세요?" "한서윤입니다. 경제부 기자예요. 아까부터 당신을 찾았어요." "절 아신다고요?" "아뇨. 당신 통장에 떠 있는 숫자를 알아요." 민석의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서윤은 우산을 기울여 휴대전화를 보여 줬다. 화면에는 어느 회사의 회계 장부 사진이 있었다. 상단에 빨간색으로 같은 액수가 표시돼 있었다. -10,000,000,000원. 사진 아래에는 어제 날짜의 신문 기사 한 줄이 보였다. '중견 투자사 직원, 연락 두절 하루 만에 사망 확인.' "이 사람도 버튼을 받았어요. 거절을 눌렀고요." 민석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윤이 물었다. "오늘 집에 혼자 계실 생각은 아니죠?" 멀리서 번개가 쳤다. 순간 휴대전화 화면이 새로고침되었다. [내일의 정산: -10,000,000,000원] [선택 기한 변경: 00:10:00] 열 분. 비가 쏟아지는 건물 앞에서 민석은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고작 열 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시간이 줄었죠?" 서윤은 휴대전화가 아니라 건너편 도로를 보고 있었다.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서 있었다. 조수석 유리 너머에서 남자가 손을 들었다. 남자의 휴대전화 화면에도 같은 두 개의 버튼이 떠 있었다. "저 사람은…… 누구예요?" "박준성. 돈이 미래에서 오는 법을 처음 알아낸 사람이에요." 민석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승합차 유리창이 서서히 내려갔다. 남자가 웃었다. "강민석 씨. 잔액은 아직 안 보셨죠?" 민석은 화면 상단의 숫자를 보았다. [현재 잔액: 10,003,287,901원] 불과 몇 초 전까지 삼백여만 원이었던 잔액에, 백억 원이 먼저 입금되어 있었다. 그리고 선택 기한은 아홉 분 오십구 초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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