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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200화
PAYLUA ORIGINAL · 제200화

200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 3,024자

오프라인 책장
사람이 살다 보면 잊지 못할 날이 있다. 첫 월급을 받은 날. 처음 고객한테 욕먹은 날. 그리고 사백 년 묵은 계약을 조사하고 돌아왔더니 자기 책상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날. "루루." "네, 시온 님!" "우리가 자리를 비운 동안 누가 청소했니?" "청소 담당 정령이 두 번 왔어요." "그런데 왜 이 모양이야?" "시온 님 책상은 민원 관련 증거가 있을 수 있으니 손대지 말라고 아르웬 소장님이 지시하셨어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원칙은 맞다. 너무 맞아서 할 말이 없다. "알겠어. 그럼 내가 치워야지." 책상을 닦자 먼지 아래에서 낡은 명찰이 나왔다. [최시온 — 세계수 고객센터 임시 상담원] 임시. 처음 왔을 때는 참 든든한 글자였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지금 보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글자였다. 임시직으로 들어와서 세계 계약까지 손대는 사람이 어디 있나. 창밖의 세계수는 여전히 거대했다. 높은 가지는 구름 사이로 사라지고, 긴 뿌리는 열세 지역의 땅 밑을 지나갔다. 나무에 새 상처를 내는 무단 추출은 멈췄지만, 그동안 생긴 상처가 모두 아문 것은 아니었다. 지역 대표들의 새로운 공급 협의도 이제 막 시작됐다. 무엇보다 라에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녀의 보호 봉투는 제7 금고에 남아 있었다. 독립 조사단이 과거 기록 변경의 책임을 계속 추적하고 있었고, 다모는 필요하다면 다시 증언하겠다고 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적을 생각은 없었다. 전생에서는 그런 문장을 너무 많이 봤으니까. [고객 불편 해소 완료.] 실제로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도. "시온 님!" 루루가 달려왔다. "오늘은 민원이 세 건밖에 안 들어왔어요!" 나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드디어 평화가 찾아왔구나." "첫 번째는 로딘 님이 온천 할인권을 만들다가 글자 크기를 잘못 썼다는 건이에요." "그건 인쇄소에 물어보라고 해." "두 번째는 북방 마을에서 새 예비 난방로 시험 날짜를 알려 달래요." "현장 기술자랑 일정 맞춰 주면 되겠네." "세 번째는……" 루루가 머뭇거렸다. "뭔데?" "세계수님이에요."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접수판이 켜졌다. [발신자: 세계수] [민원 유형: 일반 문의] [제목: 이번에는 제가 누군가를 도와도 될까요?] 나는 한참 글자를 바라봤다. 고객이던 나무가 이제 다른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한다. 내가 눈을 들어 세계수의 가지를 바라보자, 가느다란 빛이 창문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 봄에 새로운 묘목이 태어났어요. 오래전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아이예요. 그 아이가 자꾸 저에게 묻습니다.' "뭘 물어보는데요?" '자기도 언젠가 사람들에게 물과 온기를 나눠 줘야 하느냐고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의무가 있느냐는 거군요." '네. 나는 그 아이가 나와 같은 약속을 억지로 떠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웃었다. "그럼 이렇게 말해 주세요. 남을 도울지 말지는 네가 직접 정할 수 있다고요. 도와주더라도 힘들면 쉬어도 된다고. 그리고 누군가 계약서를 내밀면 꼭 끝까지 읽으라고요." '그 말은 당신이 직접 해 주겠어요?' 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어라. 설마 이거 또 출장인가? "어디 있는데요?" '서쪽 작은 언덕에요. 걸어서 십 분이면 갈 수 있어요.' "십 분이요?" '네. 왕복 이십 분. 근무 시간 안에 다녀올 수 있어요.'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런 고객이 있다니! 고객이 내 근무 시간을 먼저 고려해 준다! 루루가 내 얼굴을 보며 킥킥 웃었다. "시온 님. 표정이 너무 좋아요." "그렇지? 나도 이런 날이 오는 줄 몰랐어." 그때 로딘이 창문 바깥에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인간! 내가 새 온천 할인권을 만들었으니 평가해라!" "지금 외근입니다!" "겨우 십 분인데!" "왕복 이십 분이고 상담 시간 포함하면 한 시간입니다!" "그럼 나도 같이 가겠다! 묘목에게 드래곤의 위엄을 알려 주마!" "묘목이 겁먹으면 상담료 청구할 겁니다!" "흥! 내가 얼마나 친절한 드래곤인데!" 창문이 로딘의 코에 밀려 삐걱거렸다. 나는 조용히 수리비 양식을 한 장 꺼냈다. 늘 그랬듯 루루는 웃었고, 아르웬은 규정집을 들었고, 로딘은 억울해했다. 세계수는 바람에 잎을 흔들었다. 우리는 서쪽 언덕으로 걸어갔다. 작은 묘목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 더 연약했다. 손바닥 두 개만큼 높았고, 잎 끝에는 이슬이 매달려 있었다. 가까이 가자 묘목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도 커다란 나무가 되면 일을 해야 하나요?' 나는 묘목 앞에 쪼그려 앉았다. "어떤 일이 하고 싶은데?" '아직 모르겠어요.' "그럼 아직 정하지 않아도 돼. 자라는 일부터 해." '그래도 되나요?' "그럼. 계약서는 네가 충분히 크고, 잘 알아듣고, 진짜 원할 때 같이 읽으면 되는 거야." 묘목은 작은 잎을 파르르 떨었다. '그럼 저는 지금 뭘 하면 될까요?' "햇빛 받고 물 마시고, 바람 부는 날엔 조금 흔들리고. 가끔 쉬고." 루루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퇴근도 해야 해요!" 묘목은 잠시 침묵했다. '저는 아직 출근도 안 했는데요?' 나는 뒤로 넘어질 뻔했다. 세상에. 이 아이는 천재다. 나는 한참 웃다가 손바닥을 펼쳤다. 햇볕이 부드러웠다. 세계수의 오래된 가지에서 떨어진 잎 하나가 우리 곁에 내려앉았다. 그 위에는 아주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고맙습니다.] 나는 그 잎을 접수 수첩 사이에 끼웠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고객센터란 모든 질문에 대신 답하는 곳이 아니다. 질문이 제대로 도착하게 만들고, 각자가 자기 목소리로 말하도록 돕는 곳이다. 그때 루루의 작은 종이 울렸다. 딩. [신규 민원 접수] [발신자: 동쪽 작은 숲의 이름 없는 버섯] [내용: 저는 왜 나무 취급을 받습니까?]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 젠장. 이제 버섯까지다. "루루." "네, 시온 님!" "그거 접수해. 다만 오늘은 정시 퇴근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익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수 고객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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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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