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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1화
PAYLUA ORIGINAL · 제1화

1화. 02시 17분, 실종 신고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의 정체 · 6,038자

오프라인 책장
새벽 두 시 십칠 분. 정민규는 마법학교 복도에 붙은 ‘교내 소환수 산책 금지’ 안내문을 떼어 내고 있었다. 바닥에 길게 긁힌 발톱 자국이 이어져 있었다. 학생들이 야밤에 소환한 맹수가 돌아다닌 모양이었다. 전날에는 강의실 천장에서 거미 다리가 여섯 개 달린 빗자루가 튀어나왔고, 그 전날에는 변기에서 작은 바다 정령이 솟구쳤다. 민규가 마법학교 야간 경비원이 된 지 일주일 만에 겪은 일들이었다. “애들이란….” 그는 투덜거리며 빗자루를 들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학교 시설 관리 일을 했던 그의 기준에 따르면 이 세계의 마법사들은 안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벽에 불이 나면 물을 붓는 대신 더 큰 불을 내서 태워 버렸고, 문이 삐걱대면 기름을 칠하는 대신 문을 다른 차원으로 옮겼다. 그 결과 고장 난 시설이 아닌 시설이 없었다. 오늘의 신고는 3층 동쪽 계단에서 발생한 ‘눈물이 나는 종소리’였다. 자정을 넘기면 아무도 없는 계단에서 종이 울리고, 소리를 들은 학생이 집에 가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린다는 내용이었다. 민규는 손전등을 켰다. 마법등을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학교 마법등은 월급날마다 이유 없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손전등은 지구에서 가져온 배터리를 아직 쓰고 있었다. 계단 끝에는 반쯤 닫힌 문이 있었다. 문틀 위에는 푸른 마법진이 희미하게 빛났다. “접지가 안 됐네.” 민규가 중얼거렸다. 문양은 언뜻 복잡해 보였지만 실내외 마나를 순환시키는 선이 서로 겹쳐 있었다. 한국의 전기 회로처럼 생각하면 단순했다. 공급선 두 개가 한 곳에서 만나고, 나머지 선은 벽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그가 막대 끝으로 흐릿한 선을 짚자 종소리가 멈췄다. “역시 이거였군.” 바로 그때 뒤에서 누군가 박수를 쳤다. “정말 놀랍네요.” 민규가 돌아보니 은발 여성이 복도에 서 있었다. 마법학과 최연소 교수 셀레나였다. 보랏빛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방금 무엇을 하신 거죠?” “누전 같은 거요. 선이 잘못 이어졌길래 잠깐 떼었습니다.” “저건 제국 최고위 봉인식의 순환식인데요.” “그렇습니까?” 민규는 막대를 접었다. “고장 난 건 고장 난 거죠.” 셀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문틀을 살폈다. 한때 일곱 명의 대마법사가 봉인했다고 전해지는 마법진의 일부가 저녁 청소용 막대 하나에 무력화되었다. 그녀는 민규의 손을 바라봤다. 손에는 마나의 흔적이 없었다. “혹시 마법을 배우신 적 있나요?” “없어요.” “스승은?” “시설팀 조 반장님이요.” “조 반장…? 어느 학파죠?” “전기공사업체 하청이었죠.” 셀레나는 그 말을 모르는 고대 학파의 이름처럼 반복했다. 민규는 시간을 확인했다. 2시 24분. 아침 교대까지 네 시간이 남았다. 아직 운동장 울타리도 점검해야 했다. “교수님, 학생들은 다 기숙사 들어갔습니까?” “아마도요. 그런데 3학년 루카는 오늘도 실험실에 있을 겁니다.” “그 학생은 야간 통행증 있습니까?” “천재라서 특별 허가가….” “명단에 없던데요.” 민규는 수첩을 꺼냈다. “규정은 천재라고 다르게 적용하면 사고 납니다.” 셀레나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어쩐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 말씀, 오랜만에 듣네요.” 두 사람이 헤어진 지 십 분쯤 지났을 때, 민규의 무전기가 지직거렸다. “동쪽 별관… 학생 한 명이… 없어졌어요.” 야간 당직 사감의 목소리였다. “성함과 학년부터요.” “루카예요. 3학년 루카.” 민규는 걸음을 멈췄다. “마지막 목격 위치는?” “지하 자료실 앞입니다. 문은 잠겨 있었는데, 안에서 학생 목소리가 들렸대요.” 민규는 손전등을 단단히 잡았다. 무전기를 끄기 전 민규는 수첩에 시간을 적었다. 02시 17분, 신고 접수. 02시 21분, 현장 도착 예정. 안전관리 규정을 지키는 사람치고 이런 것까지 적어 두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민규는 옛날부터 그랬다. 언제 무엇이 고장 났는지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 똑같은 문제가 생겨도 처음부터 다시 조사해야 했다. 그는 이 학교에 오기 전에도 이상한 꿈을 꾸었다. 어둡고 긴 복도, 한밤중에 울리는 종, 문틈으로 새어 나오던 푸른 빛. 처음에는 고향의 오래된 학교를 떠올리며 생긴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 와서 동쪽 계단을 보았을 때 너무 익숙해서 걸음을 멈췄다. 그곳의 창문은 꿈속에서 본 것과 똑같은 높이에 있었다. 민규는 자기 기억을 믿지 않았다. 인간은 낯선 풍경을 보고서도 어디선가 본 적 있다고 착각하는 법이었다. 그는 출근 첫날부터 건물 도면을 요청했고, 오래된 설계도를 한 장씩 대조했다. 이상하게도 지하층만은 모든 도면에서 하얗게 지워져 있었다. “비상 대피 통로가 어디로 이어져 있습니까?” 첫날 그는 시설 담당 학생에게 물었다. “교장 선생님만 아십니다.” “그럼 화재가 나면 누가 대피합니까?” 학생은 대답하지 못했다. 민규는 그때 교장실에 대피 계획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사무실 책상에 깨끗한 새 유니폼과 월급 인상 통보가 놓여 있었다. 그 유니폼은 지금도 입고 있었다. 그러나 민규는 첫 월급을 받은 뒤 반드시 대피로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지금 학생이 사라진 장소가 바로 그 도면이 지워진 지하였으니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그가 아래로 내려가려는데 계단 모서리에 작은 신발 한 짝이 놓여 있었다. 학생용 실내화였다. 앞코에 잉크 얼룩이 묻어 있었다. 그는 신고가 있었던 방면과 신발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했다. “루카. 발을 다친 건 아니길 바라야겠군.” 무전기가 한번 지직거렸다. 사감이 추가 정보를 전했다. “정 선생님, 실종 신고를 취소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누가요?” “교장실에서요. 루카는 정상적으로 기숙사에 있다고 했습니다.” 민규는 손에 든 실내화를 내려다봤다. “누가 확인했답니까?” “그건….” “학생이 직접 대답했나요?” 사감은 대답하지 못했다. 민규는 낮고 분명하게 말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실종 신고를 취소하면 안 됩니다. 현장 수색 계속합니다.” 무전기 저편이 조용해졌다. 자신이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누군가 멀쩡히 돌아온 척한다고 해서 진짜 실종자가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축축했다. 오래된 석재 틈에 검푸른 이끼가 끼어 있었고, 벽면에는 출입 금지 마법진이 촘촘히 그려져 있었다. 민규는 사감에게 무전으로 학생들을 다른 건물로 이동시키라고 지시했다.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 현장을 분리하고 추가 인원을 막아야 했다. 마법이 있든 없든 그 원칙은 같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마지막 층계참에서 민규는 벽에 걸린 비상등을 확인했다.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전선 옆에 남은 검은 자국은 최근 누군가 고의로 장치를 끊었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그는 부러진 도선의 끝을 비닐 장갑으로 감싼 뒤 수첩에 표시했다. “학교가 오래됐다는 것만으로 이 정도는 아니지.” 그는 학교 시설이 늘 고장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소한 고장이 한 방향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이상했다. 비상등은 지하로 내려오는 학생들에게 길을 알려 주는 장치였다. 누군가 그 불빛을 없애려 했다면, 목적은 학생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만드는 데 있었을 것이다. 민규는 손전등을 세 번 켰다 껐다. 뒤따라오던 당직 사감에게 보내는 수신호였다. '혼자 들어간다. 도움을 요청하면 교수를 부를 것.' 잠시 후 위쪽 복도에서 같은 빛이 두 번 깜빡였다. 사감이 알아들었다는 뜻이었다. “이제 가 보자.” 지하 자료실 문 앞에서 그는 낯선 소리를 들었다. 톡, 톡, 톡. 문 안쪽에서 누군가 손가락으로 두드리는 소리였다. “루카 학생? 들립니까?” 대답이 없었다. 민규는 문틈을 살폈다. 흙먼지가 바닥을 따라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내부가 외부보다 압력이 낮다는 뜻이었다. 뭔가 큰 공간이 문 너머에 있었다. “계단 아래 통로가 있었나?” 그는 허리춤의 만능 공구를 꺼내 잠금장치를 살폈다. 마법 봉인이었지만 핵심은 결국 걸쇠였다. 돌문 옆의 금속 핀 하나가 반쯤 튀어나와 있었다. 민규가 핀을 뽑자 문은 덜컥 열렸다. 안쪽에는 방이 없었다. 끝없이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벽마다 오래된 학생 명패가 박혀 있었다. 이름은 다르게 적혀 있었지만 마지막 숫자만 똑같았다. [실종 시각 02:17.] “이게 대체….” 민규가 손전등을 움직이자 계단 아래에서 푸른 빛이 반짝였다. 학생 하나가 웅크려 앉아 있었다. 루카였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오면 안 됐어요.” “일단 올라갑시다.” “경비 아저씨도 이름을 빼앗길 거예요.” 민규는 곁에 무릎을 꿇었다. 학생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두 손에는 찢어진 마법 노트가 들려 있었다. “천천히 말해. 이름을 누가 빼앗아?” 루카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낯선 금빛 문양이 떠 있었다. “학교가요.” 계단 벽에서 낮은 웅웅거림이 들렸다. 이름표들이 하나씩 반짝였고, 벽 너머에서 무수한 목소리가 속삭였다. 누군가 민규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아주 오래전에 들은 것처럼 익숙했다. “민규야.” 그는 몸을 굳혔다. 그 목소리는 어머니의 것이었다. 한국에서 돌아가신 지 삼 년 된 어머니. 이 세계에 떨어진 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연이었다. “엄마?” 계단 아래에서 작은 불빛이 떠올랐다. 불빛 안에는 오래된 동네 골목이 보였다. 학창 시절 집으로 돌아가던 길. 비 냄새. 편의점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실루엣. 민규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 내디뎠다. 그때 루카가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안 돼요! 그게 나오는 순간부터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민규는 이를 악물고 손전등을 껐다. 곧바로 익숙한 골목은 사라졌다. 대신 벽에서 끈적한 물이 흘러내렸다. 마법 환상이 시야와 감정을 함께 속였던 모양이었다. “사람 마음을 갖고 장난치는군.” 그는 루카를 일으켰다. 그 순간 문 뒤쪽에서 셀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 선생님! 거기 계세요?” “아래 있습니다! 학생 찾았습니다!” 셀레나가 내려와 벽면의 명패들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이곳은 있을 수 없어요.” “왜요?” “학교 지하의 봉인실은 백 년 전에 완전히 폐쇄됐거든요. 이 명패들은… 기록에서 삭제된 학생들이에요.” 민규는 명패를 하나씩 비췄다. 그중 한 개에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정민규. 출입 기록 00:00.] 그는 멍하니 그 이름을 바라봤다. 자신이 이 학교에 온 것은 일주일 전인데, 명패의 날짜는 삼십 년 전이었다. “동명이인 아닙니까?” 셀레나가 명패 옆의 작은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사진 속 소년은 열 살 남짓이었다. 헐렁한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분명히 민규 자신이었다. 그의 왼쪽 눈썹 위에 있는 작은 흉터까지 같았다. 민규는 숨을 멈췄다. 민규는 루카의 어깨를 감싸 문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어린 학생부터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이름표가 자신의 얼굴을 보여 준다고 해서 그 원칙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는 셀레나에게 손짓해 루카를 맡겼다. 그때 뒤에서 느리고 무거운 박수 소리가 울렸다. “역시 돌아왔군.” 교장 오르반이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늘 웃고 다니던 노인은 이날만큼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정민규. 아니, 삼십 년 전 그날 밤의 마지막 생존자.” 셀레나가 경악했다. “교장 선생님, 무슨 말씀입니까?” 오르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민규가 손에 쥔 손전등을 보았다. “네가 다시 학교에 들어오면 지하가 반응할 걸 알고 있었다.” “저는 경비원 모집 공고를 보고 온 겁니다.” “그 공고를 누가 냈다고 생각하나?” 루카가 숨을 들이켰다. 계단 아래의 명패가 일제히 빛났다. 벽 한가운데에서 문양이 떠올랐다. 민규가 조금 전 ‘접지 불량’이라며 끊었던 마법 회로와 똑같은 문양이었다. 오르반이 낮게 말했다. “네가 방금 건드린 봉인이, 네 이름을 기억해 낸 거다.” 민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럼 제가 잠깐 떼어 낸 그 선은….” “학교가 삼십 년 동안 네 이름을 숨기기 위해 유지한 마지막 봉인이었다.” 지하 전체에 종소리가 울렸다. 새벽 두 시 십칠 분. 손목시계의 초침이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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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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