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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1화
PAYLUA ORIGINAL · 제1화

1화. 구원 신탁 오배송 접수

신탁이 잘못 배송되었습니다 · 6,096자

오프라인 책장
천계 제7물류국은 오늘도 조용했다. 정확히는 조용해야 했다. “피엘! 신탁 배송 사고가 났다!”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천사장이 소리쳤다. 하급 천사 피엘은 급히 깃털 펜을 내려놓았다. 그가 작성하던 것은 ‘이번 분기 오배송 제로 달성 계획’ 보고서였다. 첫 문장에 ‘오배송의 근본적 원인을 분석한다’고 써 둔 참이었다. “어, 어느 건입니까?” “오늘 새벽 내려간 왕국 구원 신탁!” “그건 최상위 보안 배송인데요.” “그러니까 문제지!” 천사장은 책상 위로 찢어진 봉투 두 장을 내던졌다. 황금색 봉투에는 농부 토비의 이름이, 은색 봉투에는 대마법사 오스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두 봉투가 있어야 할 장소가 서로 바뀌어 있었다. 피엘은 급히 배송 기록을 열었다. [수신자: 토비. 직업: 농부. 전달 예정 내용: 풍작을 위한 씨앗 관리법.] [실제 전달 내용: 사악한 마왕을 토벌하고 대륙을 구원하라.] 그 아래 두 번째 기록이 있었다. [수신자: 오스벨. 직업: 대마법사. 전달 예정 내용: 마왕 토벌 신탁.] [실제 전달 내용: 암탉 열두 마리를 키워 달걀 수확량을 늘려라.] “아….” 피엘은 얼굴을 감쌌다. “이건 좀 큰데요.” 천사장이 책상을 내려쳤다. “좀 커? 구원 신탁을 받은 농부가 마을에 성검을 들고 나타났어! 대마법사는 닭장을 짓고 있다!” 피엘은 보고서를 뒤집었다. 오배송 제로라는 문구를 지우고 그 아래에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 [긴급 처리 방안: 신탁 회수 후 재발송.] “회수하겠습니다.” “인간이 신탁을 받은 순간 명령은 신성 계약이 돼. 당사자가 의무를 이행하거나 죽기 전에는 회수할 수 없어.” “그럼 정정 공문이라도….” “인간들은 신들의 신탁을 절대적인 운명으로 믿는다. 정정 공문을 보내면 천계의 권위를 어떻게 보겠느냐!” 피엘은 잠깐 생각했다. “그럼 정정 사유를 시스템 오류로 표시하면….” “시스템 오류는 없었던 걸로 하게.” 천사장은 그대로 문을 나섰다. 피엘은 정정되지 않은 배송 기록을 바라봤다. 그의 날개에서 깃털 하나가 힘없이 떨어졌다. 실적 최하위. 배송 속도 최하위. 민원 해결률 최하위. 하급 천사 피엘에게 이번 사고는 승진은커녕 천계 추방 사유가 될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농부가 성검을 들고 마왕에게 달려들면 사흘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직접 내려가자.” 피엘은 낡은 여행 가방에 봉투 봉인기와 천계 업무 수첩, 신성 도장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간이 날개 보호대를 찼다. 인간계는 중력과 감정이 모두 무거운 곳이라 날개에 먼지가 자주 낀다고 들었다. 그가 지상에 내려온 첫날, 농부 토비는 이미 용사가 되어 있었다. 마을 광장에서 늙은 촌장이 축사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토비에게 꽃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토비는 한 손에 성검을, 다른 손에 닭 모이를 든 채 울상을 짓고 있었다. “저는 농사짓는 사람인데요.” “신께서 선택하셨다!” “감자 캐야 하는데요.” “세상을 구한 뒤에 캐면 된다!” “감자는 그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데요!” 피엘은 군중 틈에서 토비에게 손짓했다. 토비는 그를 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천사님이십니까?” “쉿! 어떻게 알았어요?” “날개가 보이는데요.” 피엘은 등 뒤를 더듬었다. 보호대가 풀려 작은 날개 끝이 삐져나와 있었다. 급히 망토로 감췄다. “토비 씨. 잠깐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합시다.” 둘은 헛간 뒤로 몸을 숨겼다. 피엘은 최대한 점잖게 말했다. “원래 토비 씨께 전달될 신탁은 농작물 관리법이었습니다.” 토비는 숨을 멈췄다. “그렇죠? 제 생각에도 이상했어요! 제가 용사가 될 리가 없잖아요!” “다만 지금 신탁은 이미 계약으로 성립해서 취소가 어렵습니다.” “왜요?” “신성 계약의 효력이….” “천사님이 잘못 보낸 거 아니에요?” 피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게….” “그럼 잘못 보냈다고 말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토비의 말은 너무 단순하고 정확했다. 천계에서 수십 장의 결재 서류를 거쳐야 하는 일을 농부는 한 문장으로 끝냈다. 피엘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책임입니다.” 토비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사과는 됐고요. 저 칼 좀 가져가세요.” 그가 성검을 건넸다. 피엘이 손을 댔다. 번쩍! 두 천둥이 헛간 지붕을 갈랐다. 피엘은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가 건초 더미에 처박혔다. [경고. 신성 계약 당사자 이외 접근 금지.] 토비가 놀라서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피엘은 검게 탄 날개를 털었다. “괜찮습니다. 업무상 재해예요.” 피엘은 토비와 함께 마을을 지나며 진짜 구원 신탁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처음 내려온 하늘의 명령은 화려했다. 검을 들어 어둠을 없애라. 택함 받은 자의 운명은 불변한다. 그런데 지금 그의 옆을 걷는 농부는 금빛 성검을 어깨에 메고도 밭 걱정만 했다. “성검을 들면 엄청 강해지는 거 아니었어요?” 피엘이 물었다. 토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엄청 무거워지긴 해요.” “마력을 느낀다든가, 옛 영웅의 기억이 떠오른다든가….” “칼이 말을 걸긴 하더라고요.” “정말요?” “자꾸 '나를 뽑아라, 운명을 받아들여라' 그러는데, 저는 밭 갈 때 삽이 더 편하거든요.” 피엘은 한숨을 삼켰다. 성검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길가에는 굶주린 사람들이 있었다. 비가 너무 오래 내리지 않아 마을 밖 밭들이 갈라졌다고 했다. 토비는 배낭에서 씨앗 자루를 꺼냈다.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며 언제 뿌리고 어떻게 물을 줘야 할지 설명했다. 어떤 노인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용사님이 우리 마을에도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군요.” 토비는 민망하게 웃었다. “용사가 아니라 농부인데요.” “그래도 그 덕분에 살겠습니다.” 피엘은 그 광경을 바라봤다. 세상을 구하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닐지도 몰랐다. 신탁을 정하는 쪽은 늘 괴물을 쓰러뜨리는 용사의 모습만 상상했지만, 당장의 굶주림을 막는 사람은 칼을 들지 않았다. 그때 토비가 작은 밭 한가운데에 성검을 꽂았다. 땅을 갈아엎으려고 한 것이다. “잠깐! 그 성검은 신성한….” 쿵. 검끝이 땅에 닿는 순간 흰 빛이 솟구쳤다. 메말랐던 흙이 젖어 들고, 바닥에 금빛 뿌리들이 퍼졌다. 토비는 놀라 손을 뗐다. 주변의 씨앗이 동시에 싹을 틔웠다. “와.” 토비가 감탄했다. “이거 쟁기로 쓰면 좋겠는데요?” 피엘은 말문이 막혔다. 성검은 마왕을 베기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그런데 신성 에너지가 땅의 생명력을 일깨우는 데도 작동했다. 신탁에는 이런 쓰임새가 단 한 줄도 없었다. “피엘 씨.” 토비가 햇빛을 손으로 가리며 물었다. “다른 마을에도 이런 땅이 있어요?” “많겠죠.” “그럼 거기도 가야겠네요.” 피엘은 성검을 바라봤다. 어쩌면 잘못 도착한 물건이 잘못된 장소에서 뜻밖의 일을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천계 업무 수첩의 표지가 검게 변했다. [성검 용도 위반 감지. 사용 목적이 신탁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관리 담당자에게 경고 1회 부과.] 피엘은 작게 신음했다. 농부가 사람을 살린 일을 위반이라고 기록하다니. 시스템은 그가 왜 그 일을 했는지 묻지 않았다. “원래 신탁은 이럴 때 쓰면 안 되는 거예요?” 토비가 물었다. 피엘은 한참 망설였다. “원래는 그렇다고 적혀 있어요.” “그럼 누가 그걸 적었는데요?” 피엘은 대답하지 못했다. 천계의 기록에는 신탁 명령이 언제나 '위로부터 승인'이라고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위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그도 몰랐다. 그날 오후, 두 사람은 대마법사 오스벨의 집을 찾아갔다. 오스벨은 대륙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라 불렸다. 그러나 그가 있는 탑 아래에서 들린 것은 거대한 주문 소리도, 악마의 비명도 아니었다. 꼬꼬댁. 꼬꼬댁, 꼬꼬댁. 탑의 마당에는 암탉 열두 마리가 뛰어다녔다. 푸른 로브를 입은 늙은 마법사는 닭 한 마리를 품에 안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이 아이가 알을 안 낳는다.” 피엘이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오스벨 님. 신탁 담당 천사 피엘입니다.” “아, 천사인가. 신들이 내게 내린 사명에 감사하네. 그런데 닭에게는 불 속성 마법이 안 통하는군.” 토비가 닭장 안을 들여다봤다. “그건 수탉인데요.” 오스벨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뭐라?” “수탉이요. 알 안 낳아요.” 대마법사는 수십 년 동안 믿어 온 이론이 무너진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그리고 잠시 뒤 토비의 두 손을 움켜잡았다. “그대는 천재인가?” 토비는 민망하게 웃었다. “그냥 농부입니다.” 피엘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잘못 받은 신탁 때문에 대마법사는 닭에 대해 배웠고, 농부는 성검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각자의 재능은 원래 명령과 반대 방향에서 빛나고 있었다. “오스벨 님. 사실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피엘이 사고 경위를 설명하자 대마법사는 길게 침묵했다. 그리고 손바닥을 펼쳐 작은 마법진을 띄웠다. “신탁의 전달 정보는 수정할 수 없지만, 신탁을 해석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네.” “어떻게요?” “마왕을 쓰러뜨리는 방법이 꼭 검을 휘두르는 일이어야 하나?” 토비가 고개를 갸웃했다. “말로 설득하면 안 돼요?” 오스벨은 무릎을 탁 쳤다. “바로 그거야!” 피엘은 사실 웃고 싶지 않았다. 머리 위에는 여전히 징계라는 단어가 매달려 있었고, 소환술에 대한 기본 매뉴얼을 어겼다는 경고가 쌓이고 있었다. 그러나 토비와 오스벨이 닭장 앞에 나란히 앉아 떠드는 모습에는 묘한 평화가 있었다. 한 사람은 대륙을 구할 운명이었고 한 사람은 이미 대륙을 구해 본 대마법사였다. 그런데 지금 둘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닭이 먹을 모이의 양이었다. 토비는 하루에 주는 곡식 양을 설명하며 주머니에서 마른 콩을 꺼냈다. 오스벨은 그 콩을 공중에 띄워 하나씩 분류했다. “마법으로 이런 것도 되는군요!” “농사에 익숙한 사람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면 좋은 일을 할 수 있겠어.” 피엘은 그 말을 마음속에 새겼다. 신탁을 바꾸려는 누군가가 원래의 구원을 막으려 한다면, 반대로 잘못된 신탁에서도 구원의 길을 찾아내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그들이 웃고 있는 동안 피엘의 업무 수첩이 스스로 펼쳐졌다. [신탁 배송 내역 정정 불가.] [특이사항: 고의적 주소 변경 흔적 감지.] 피엘의 미소가 사라졌다. 고의적. 누군가 의도적으로 두 봉투를 바꿨다는 뜻이었다. 그는 수첩의 상세 이력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이름으로 된 배송 승인 서명이 있었다. 그러나 피엘은 그 시각에 점심 배식 봉사 중이었다. 그 사실을 증명해 줄 천사도 스무 명은 됐다. “제 서명이 도용됐어….” 그때 낯선 목소리가 마당 뒤에서 들렸다. “그걸 이제야 알아챘나?” 검은 코트를 입은 청년이 울타리 위에 앉아 있었다. 머리 옆에는 작은 뿔이 있었고, 웃을 때마다 뾰족한 송곳니가 보였다. 악마 벤이었다. 피엘은 재빨리 수첩을 닫았다. “악마가 왜 여기 있습니까?” “배송 사고 구경 왔지. 천계가 지금 얼마나 난리인지 아나?” “무슨 말이죠?” 벤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잘못 배달된 신탁이 두 건이라고 생각하지?” 피엘의 날개가 움찔했다. “그게 아니라면….” 벤이 어깨를 으쓱했다. “오늘 하루에만 천 개가 넘는 신탁 주소가 바뀌었어.” 토비가 성검을 꼭 쥐었다. 오스벨은 품에 든 수탉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누가 그런 짓을?” 벤은 웃지 않았다. “천계 맨 위에서 누군가 정해 둔 영웅들을 바꾸고 있어. 왜냐하면 원래 선택된 영웅들이 살아남으면 곤란하거든.” 멀리 교회 종소리가 들렸다. 피엘은 자신이 지상에 내려오자마자 이미 누군가의 운명을 바꿔 버렸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 그러나 농부와 마법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었다. 처음 잘못된 기록을 발견한 사람은 자신이었고, 이를 고치기 위해 지상에 온 사람도 자신이었다. 피엘의 수첩에서 새 알림이 터졌다. [긴급 신탁 배송. 수신지: 현재 위치.] [수신자: 피엘.] [내용: 본 천사는 즉시 모든 오배송 기록을 삭제하고 지상에서 소멸할 것.] 잠깐의 침묵 뒤에 토비가 물었다. “천사님. 그거 다른 주소로 잘못 온 거죠?” 피엘은 눈앞의 봉투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번에는 수신자 이름이 분명했다. 봉인도 틀리지 않았다. “아니요.” 그가 아주 천천히 대답했다. “이번 건 정확히 저한테 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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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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