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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128화
PAYLUA ORIGINAL · 제128화

128화. 무너진 바닥의 반송함

던전 경매장의 말단 직원입니다 · 5,018자

오프라인 책장
제7창고로 달려가는 길에 진혁은 사람들이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뛰는 것을 보았다. 짐꾼들은 손수레를 밀며 광장으로 빠져나왔고, 가죽 앞치마를 두른 작업자는 화물 출입구에 붙어 있는 비상 호루라기를 불었다. 창고 지붕에 쌓였던 눈이 녹아 벽을 타고 흘러내렸고, 바닥 아래에서는 속 빈 북처럼 낮은 울림이 들렸다. 진혁은 달리면서도 상황을 정확히 보려 애썼다. 누가 쓰러졌고, 어디가 무너졌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안으로 뛰어드는 것은 용기보다 위험에 가까웠다. 카렌이 앞을 막았다. “구조반이 오기 전에는 들어가지 마세요.” “안에 사람은요?” “관리인 두 명이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소담이 인원 명부를 확인 중이에요.” 구조반의 마차가 도착하기 전부터 남관역의 작은 의무실에서는 붕대와 물을 내왔다. 수프를 팔던 식당 주인은 다친 사람을 실을 수 있도록 손수레의 짐을 내려놓았고, 화부들은 예비 등불을 옮겨 어두운 창고 입구를 밝혔다. 사람들은 제각기 불안해했지만, 적어도 해야 할 일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세리아는 밖에서 가족 연락을 맡았다.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에게 무작정 사고 소식을 전달하지 않도록 역의 인사 명부부터 확인했다. 그녀는 평소 자신의 한마디로 수십 명의 직원이 움직이는 루멘을 떠올렸다. 거기서 배운 지휘 방식이 모두 옳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역할을 구분해 빠르게 연락하는 일에는 도움이 됐다. 누구도 그녀가 사장이라는 사실을 굳이 내세우지 않아도 됐다. 역장은 창고 정문 앞에서 구역별로 사람을 나눴다. 입구에 남은 직원은 밖으로 나온 인원을 세었고, 숙련된 시설관리인은 무너진 부분의 위치를 도면 위에 표시했다. 재휘는 건물 측면의 배수관을 확인했다. 제10수로에서 흘러든 물이 낡은 지지대를 먹어 들어갔을 가능성이 컸다. 무너진 쪽 출입구에는 자루 두 개가 기울어진 채 남아 있었다. 소담은 창고 업무 명부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누가 어느 작업을 맡았는지 확인했다. 창고관리인 정길수와 야간 보수공 배진묵이 안에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무거운 물건을 옮기던 중 갑자기 바닥이 내려앉자 안쪽으로 피했다고 했다. 길수는 아이 둘을 둔 가장이었고, 진묵은 이곳에 온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은 견습 기술자였다. 진혁이 긴장한 표정으로 명단을 들여다보자 소담이 말했다. “이름을 잊으면 안 돼요. 사건을 숫자로만 기록하면 누가 돌아왔는지 확인할 수 없으니까.” 그는 두 사람의 이름을 천천히 반복했다. 통계의 두 명이 아니라 아직 저녁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두 사람이었다. 도건익은 창고 앞에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어제 점검했을 땐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빨리 무너질 줄은….” “누군가 몰탈로 덮어 놓았잖아요.” 진혁이 말했다. “회사 규정대로 보수한 겁니다.” “그 규정이 사람을 지켜 주지는 못했습니다.” 도건익이 입을 열려다가 닫았다. 진혁은 더 몰아붙이지 않았다. 지금은 책임을 따지는 시간보다 구조 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였다. 재휘가 지면 가까운 작은 환기구를 가리켰다. “이 안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쪽 바닥은 밟으면 또 꺼질 수 있어요.” 진혁은 무릎을 꿇고 환기구에 귀를 기울였다. 쇠가 마찰하는 소리 뒤로 누군가 두 번 벽을 두드렸다. 멀리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는 소리를 흉내 내 두 번 답했다. 잠시 뒤 세 번의 두드림이 돌아왔다. “살아 있습니다.” 카렌은 몸에 구조줄을 걸었다. 역장의 허가 아래 전문 구조반이 도착하자 그녀는 체격이 가벼운 대원과 함께 남쪽 입구로 들어갔다. 진혁은 환기구 밖에서 소리가 나는 위치를 기록했다. 그의 손바닥이 낡은 벽돌에 닿자 회색 글씨가 떠올랐다. [대상: 제7창고 지지 벽.] [남은 지지력: 감소.] [안전 경로: 서측 보강 기둥 인접.] [위험 요인: 급수압 변동.] [권고: 하부 배수 차단 필요.] 진혁은 기계가 건네 준 경고를 그대로 사람들에게 읽지 않았다. 대신 재휘에게 벽돌을 직접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휘는 청진막대를 대고 울림을 듣더니 서쪽 기둥이 다른 곳보다 단단하다고 확인했다. 두 사람의 판단은 일치했다. “배수관 밸브를 잠가야 하는데, 이쪽은 도구가 부러졌어요.” 재휘가 말했다. “어제 경매에 나온 구형 부품들 중에 비슷한 게 있었죠?” 진혁이 물었다. “있었어. 네가 찻잔보다 더 오래 들여다본 그 고리 말이지.” 진혁은 광장의 경매 기록을 떠올렸다. 낡은 파이프용 회전 고리는 매각되지 않고 역 보관소로 반환된 상태였다. 정상이라면 금화 몇 닢짜리 신형 부품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임시로 밸브를 고정할 도구가 시급했다. 역장은 비상 설비 사용 절차에 따라 보관 창고의 물품을 꺼내도록 지시했다. 직원들이 철제 고리를 가져오자 재휘는 그 크기와 힘이 걸리는 방향을 확인했다. “이건 딱 맞아. 다만 사람이 계속 붙잡고 있으면 안 돼. 보조 고정쇠가 필요해.” 라일은 근처 작업대에서 오래된 선로용 쐐기를 찾아 가져왔다. 그는 쇠를 다루는 손놀림이 익숙했다. 누군가 건넨 공구를 빠르게 받아 정확한 위치에 놓는 모습은, 한때 좁은 터널에서 물건을 옮기던 소년의 습관과 닮아 있었다. “이런 일까지 잘하면 직업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진혁이 농담했다. “돈을 제대로 주면 고려하죠.” 수압이 내려가는 동안에도 창고 벽은 가끔 움찔했다. 균열에서 흙가루가 떨어질 때마다 구조반은 움직임을 멈추고 벽면의 변화를 확인했다. 안전 담당자는 붕괴 구역의 위쪽 적재물을 먼저 옮기게 했다. 무게가 집중된 상자들 때문에 바닥을 받치는 기둥이 더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혁도 작은 빈 상자를 들고 통제선 밖으로 운반했다. 힘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추가 하중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됐다. 라일은 그 모습을 보고 놀렸다. “감정사가 이제 인부 일이군요.” “장부에 쓰지 마세요. 운반료까지 받을 생각은 없거든요.” “그럼 저는 받아야겠는데.” 구조반장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잡담은 밖에서.” 두 사람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짧은 농담 덕분에 굳어 있던 어깨가 조금 풀렸다. 카렌이 안쪽에서 보낸 안전줄의 각도가 바뀌자 진혁은 다시 현장 기록으로 시선을 돌렸다. 작은 표식 하나가 구조반의 위치를 알려 줬고, 그는 그 위치를 역장에게 정확히 전달했다. 잠시 뒤 배수관의 울림이 줄어들었다. 수압이 조금씩 낮아지자 구조반은 서쪽 보강 기둥을 따라 무너진 바닥 밑으로 접근했다. 카렌은 처음 구조한 작업자의 팔을 어깨에 걸고 돌아왔다. 남자는 무릎을 다쳤지만 걸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사람은 떨어진 상자 아래에 다리가 끼어 있었다. 구조반은 상자를 바로 들어 올리지 않고 받침목을 대어 무게를 분산했다. 진혁은 밖에서 손톱을 깨물며 기다렸다. 안쪽 사람을 직접 구하지 못하는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졌지만, 카렌이 미리 정한 역할을 바꾸면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었다. 그는 구조대가 요청한 환기구의 위치와 들리는 소리를 계속 기록했다. 처음 두드림이 들린 곳에서 소리가 사라지자 가슴이 철렁했지만, 잠시 뒤 다른 위치에서 세 번의 두드림이 돌아왔다. 첫 번째 작업자는 나오자마자 자신의 신발을 찾았다. 한 짝이 붕괴 구역 안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카렌은 신발보다 다친 무릎을 먼저 보라고 했지만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저게 없으면 내일 출근할 수가 없어요.” 그 말에 주변 사람이 잠시 말을 잃었다. 겨우 목숨을 구한 사람이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다음 날 품삯이었다. 역장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출근은 우리가 조정할 테니 치료부터 받으시오.” 두 번째 작업자는 의식은 또렷했지만 발목을 움직이지 못했다. 구조반이 지혈과 고정을 마치고 의료 마차를 불렀다. 그때 도건익이 뒤에서 서류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는 두 사람의 치료비 선지급을 약속했고, 역장은 그 약속을 구두로만 남기지 말라고 요구했다. 소담이 즉시 지급 보증서를 작성했다. 사람을 살리는 순간에도 기록은 필요했다. 진혁은 그 장면을 보며 오늘 발견할지도 모르는 원부가 무엇을 지키려고 만들어졌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했다. 약속한 말을 기록하고, 기록한 것을 사람에게 되돌려주는 일이었다. 마침내 두 번째 작업자가 들것에 실려 나왔다. 소담이 확인 명부에 이름 두 개를 동그라미로 표시했다. 남관역 직원과 운송회사 인부들이 서로 다른 제복을 입은 채 박수를 쳤다. 구조가 끝났다는 사실 앞에서는 회사와 역의 경계가 잠시 사라졌다. 도건익은 구조된 사람 앞에 주저앉았다. “미안합니다.” 그가 사과하는 모습을 본 진혁은 조금 놀랐다. 지금까지 도건익은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막을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눈앞의 생명과 숫자는 같지 않은 모양이었다. 창고의 안전이 확보된 뒤 역장은 현장에 통제선을 설치했다. 바닥 아래 드러난 것은 약속된 기록 상자가 아니었다. 지하로 이어지는 돌계단과, 그 끝에 놓인 철제 반송함이었다. 함의 측면에는 열두 해 전 기계식 봉인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누가 최근 지나간 듯 깨끗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누군가 여길 드나들었군요.” 카렌이 말했다. 진혁은 함을 바라봤다. 손바닥에 또렷한 문구가 떠올랐다. [대상: 제9반송 전용함.] [상태: 봉인 유지.] [내부 수량: 문서 한 묶음.] [최종 이동: 최근.] [권리 귀속: 봉인 해제 전 검증 필요.] “문서를 건드린 사람이 있어요.” 그가 말하자 소담은 장갑을 낀 손으로 바닥의 발자국을 가리켰다. 일상적인 작업화와 모양이 달랐다. 앞쪽에 작은 쇠못 일곱 개가 박혀 있었다. 라일의 얼굴이 달라졌다. “저 신발 자국을 알아요.” “누구 겁니까?” “열두 해 전 내게 봉투를 주던 사람이 신었어요. 그 사람은 걸을 때마다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거든요.” 바깥에서는 구조 대원들이 들것을 마차에 실었다. 창고 지붕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안쪽으로 찬 공기가 쏟아졌다. 진혁은 철제 반송함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다가 멈췄다. 유물 하나보다 사람 두 명을 먼저 구했다. 그 사실이 마음을 가볍게 했다. 그러나 이제 막 발견한 함에는 다시 누군가의 거절과 선택이 갇혀 있었다. 열어야 한다면, 이번에는 원래 주인들이 없는 자리에서 멋대로 열어서는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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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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