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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200화
PAYLUA ORIGINAL · 제200화

200화.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241자

오프라인 책장
마왕성에 취직한 지 오래됐지만, 출근길은 여전히 정상적이지 않았다. 아침 여덟 시 삼십 분. 복도에서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훈련을 하고, 옆방에서는 해골 직원들이 휴가 신청서를 쓰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불꽃 정령이 빵을 굽고, 창문 밖으로는 드래곤 그림자가 지나갔다. 그리고 회계실 앞에는 월말 결산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좋다. 이곳은 이제 완전히 회사다. “한도윤 대리님! 마왕님이 결재하라고 하십니다!” 피코가 달려왔다. 예전에는 내가 '대리'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했지만 얼마 전 정식 직급표가 생겼다. 피코는 그 뒤로 유난히 내 직급을 또박또박 불렀다. “무슨 결재?” “전후 복구 기념 대연회요!” 나는 서류 첫 장을 읽었다. 음식, 음악, 불꽃놀이, 기념비, 승리의 망토, 승리의 왕관, 승리의 왕좌. 후반부는 대부분 제르칸의 취향이었다. 예상 금액을 합산해 보니 마왕성의 한 달 식비보다 컸다. “반려.” “아직 세 번째 장도 안 봤는데요?” “세 번째 장이 더 무섭겠지.” 피코는 서류를 넘겼다. 과연 그곳에는 황금으로 만든 거대한 '마왕의 승전 회계 계산기'가 있었다. “이건 금속으로 만들어도 계산이 되나요?” 피코가 물었다. “계산은 내가 하고 있잖아.” 우리는 함께 웃었다. 전쟁이 끝난 뒤 마왕성의 업무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었다. 국경 군량 창고를 민간 구호 창고로 바꾸고, 병사들을 안전하게 귀환시키고, 휴전 통행로를 평시 상업 통로로 전환해야 했다. 전쟁을 끝낸 것은 한순간의 합의였지만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수백 장의 서류와 수천 명의 선택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일이 아직 불확실한 것도 아니었다. 북부 다리의 공동 통행 협정은 정식 발효됐고, 군사 경보가 자동으로 분쟁 지속을 판정하지 못하게 됐다. 부당한 신규 수수료 청구가 멈췄으며 개별 환급 창구에는 실제 담당자가 배치됐다. 왕국 소환청은 내게 고지하지 않은 계약 조건에 대해 공식 정정 통지와 사과문을 보냈다. 오르딘의 행정 책임은 심의 절차로 넘어갔다. 형사상 고의와 개인 이득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완벽한 승리를 원했을 것이다. 악당이 모두 잡히고 빼돌린 돈이 한 번에 돌아오는 날을. 그러나 나는 책상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 다음 달에도 부당한 청구가 다시 생기지 않는 순간, 잘못된 근무 기록이 정정된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급여를 받는 순간, 말할 수 없었던 사람이 처음으로 '싫다'고 대답할 수 있는 순간. 내가 바란 승리는 그런 것이었다. 몰트가 회계실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두꺼운 인사 장부가 있었다. “도윤 씨, 이번에는 별일 없는 월급날입니다.” “이 세계에서 가장 반가운 말이네요.” “직원 수당과 연차 잔여 일수도 모두 확정됐습니다.” “마레나 씨는요?” “이미 지급 완료된 초과근무 수당은 그대로 보전됐습니다. 이후 근무 변경도 본인 확인으로만 처리됩니다.” “로켄 씨는?” “야간 수당 다섯 건 모두 이전에 입금됐고, 새로운 배송 규정에는 본인 확인 단계를 넣었습니다.” “티아 씨는요?” “첫 유족연금 지급을 확인했고, 이후 지급 일정도 별도로 안내했습니다.” 나는 미소 지었다. 첫 월급을 받았을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남의 돈을 정직하게 찾아 주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기쁨을 남겼다. 그때 피코가 작은 종을 쳤다. “오늘의 마지막 민원인입니다!” 문이 열리자 마엔이 들어왔다. 한때 열두 기관에 자동 복귀 대상으로 잘못 등록됐던 사람이었다. 그는 손에 작은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항의하러 온 게 아닙니다.” “그럼 무슨 일이세요?” “여행 가려고요. 이제 어디로 가든 내가 원해서 가는 거니까,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의 말에 회계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나는 책상에서 일어나 악수했다. 마엔의 기록 열두 건을 모두 고치던 날보다, 그가 자기 발로 새로운 길을 고르는 오늘이 더 기뻤다. “좋은 여행 되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도장 만든 분도요.” 피코가 꼬리를 흔들었다. “받았음. 찬성하지 않았음!” “오늘은 찬성했어요.” 마엔이 웃었다. 피코가 잠시 생각하더니 새로운 도장을 찍었다. [이번에는 제가 선택했습니다.] 나는 그 도장을 보며 웃었다. 이 아이는 언젠가 세상 모든 서류를 더 간단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오후에는 루시아의 훈련장을 찾았다. 훈련장에는 검과 방패뿐 아니라 구조용 밧줄, 민간 대피 안내판, 붕대와 비상 식수가 놓여 있었다. 왕국에서 온 젊은 기사들과 마족 병사들이 함께 훈련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 네 훈련장이야?” 내가 물었다. “왜? 멋있지 않나?” “많이 달라졌네.” “전쟁이 끝났다고 검을 버리는 건 바보야. 하지만 사람을 지키려면 칼을 뽑지 않는 방법도 익혀야 하더군.” 그녀는 직접 대피 경로를 설명했다. 예전에는 눈이 마주치기만 해도 대련을 걸었는데, 이제는 사람을 넘어뜨리지 않고 좁은 통로에서 구출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 실습에서는 기사 세 명을 순식간에 바닥에 눕혔다. “살살 하라고 했잖아!” 내가 외쳤다. “안 다쳤다!” 바닥에 누운 기사 셋이 동시에 엄지를 올렸다. 강인한 사람들이다. 오전에는 인사팀 직원들이 내게 새 규정집을 가져왔다. 제르칸이 승인한 '전후 근로환경 안정화 규정'이었다. 직원이 직접 휴가를 신청하고, 대리 승인 범위를 제한하고, 퇴직 의사를 상사가 임의로 바꾸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나는 한 장씩 넘겼다. 처음 마왕성에 취직했을 때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직원마다 근속 천 년, 무급 야근 삼백 년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었다. 그때는 마왕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이곳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지키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이제 벽에는 각 부서의 정식 근무시간이 적혀 있었다. 야간 경비병의 근무는 낮 근무와 다르고, 피코처럼 아직 어린 직원은 무리한 야근을 하지 않도록 별도 보호 절차가 있었다. 작은 변화들이지만 매일 실제로 적용되는 규칙이었다. “마왕님이 이걸 다 읽으셨다고요?” 내가 물었다. 인사팀장이 대답했다. “읽으셨습니다. 세 번째 장에서 울화통을 터뜨리셨지만 다섯 번째 장까지 읽으셨습니다.” “여섯 번째 장은요?” “도윤 씨 서명이 있어야 효력이 난다고 해서 읽으셨습니다.” 나는 웃었다. 드디어 마왕에게도 동기부여의 원리를 익힌 모양이다. 다만 그 동기가 내 서명이라는 점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인사팀에서는 또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전쟁 관련 공동 감사가 끝났으니 마왕성 회계실의 일부 임시 부서도 해체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나는 자료를 살폈다. 임시 출장 인력의 계약기간이 끝난 자리는 정식 종료할 수 있지만, 실제로 계속 필요한 직원은 본인 동의를 받아 다른 업무에 배치해야 했다. “그럼 자동으로 전부 해산할 수 없습니까?” “그렇게 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고친 문제를 다시 만들게 됩니다.” 우리는 각 직원에게 남을지 떠날지 물어보는 면담 일정을 잡았다. 누군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고, 누군가는 구호 창구에 남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출입 관리 담당자가 내게 물었다. “대리님은 어디에 남으실 겁니까?” “여기요.” “정말요?” “정말입니다. 다만 가족 방문 휴가가 생기면 조금 자리를 비울 수는 있겠네요.” 담당자는 기뻐하며 내게 신청서 양식을 건넸다. 아직 날짜도 정하지 않았는데 서식부터 받는 내가 스스로도 우스웠다. 회사 생활이 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 같았다. 해가 기울 무렵 성벽 보수 현장에서 연락이 왔다. 복구 작업을 마친 왕국 목수들과 마족 석공들이 서로 만든 작은 나무 표찰을 마왕성에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표찰에는 두 나라 언어로 같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여기를 지나간 사람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나는 한참 표찰을 바라봤다. 전쟁의 어느 편이 옳았는지를 선언하는 문장이 아니었다. 그냥 사람이 무사히 돌아가길 바라는 말이었다. 제르칸은 그 표찰을 왕좌 옆에 놓았다. 거대한 금빛 기념비보다 훨씬 작은 물건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게 이 성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리품이라고 생각했다. 피코는 표찰 옆에 자기 도장을 찍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남이 만든 것에도 막 찍으면 안 되겠죠?” “응. 먼저 물어봐야지.” “그럼 허락 받으면 찍을래요.” 나는 웃었다. 어쩌면 우리가 이 긴 시간을 들여 배운 것은 이런 사소한 한마디였을 것이다. 해 질 무렵 제르칸이 나를 불렀다. 왕좌는 여전히 높고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그 앞에는 작은 탁자가 새로 놓여 있었다. 계약 검토용 탁자였다. 거기에는 의자 두 개가 있었다. 마왕과 직원이 서로 마주 앉기 위한 자리였다. “한도윤. 오늘로써 첫 특별 감사의 정식 종결 보고를 받겠다.” “일부 개별 환급과 조사 절차는 계속됩니다.” “알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유지하던 자동 계약을 끝냈고, 부대는 돌아오기 시작했으며, 너의 소환 기록도 바로잡았다.” “네. 그건 종결할 수 있습니다.” 마왕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잘했다.” 그의 말은 생각보다 짧았다. 천지를 뒤흔드는 칙령도 없고, 사람들을 겁주기 위한 불꽃도 없었다. 나는 그 짧은 칭찬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마왕님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대가 오기 전에는 나는 명령을 내리면 모든 것이 되는 줄 알았다.” “지금은요?” “명령을 내리면 그 명령에 따라 살아갈 사람이 생긴다는 걸 안다.” 나는 한참 그를 바라봤다. 마왕은 여전히 허세가 많고, 돈을 쓸 때마다 승리의 기념비를 세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제 다른 사람의 거절을 듣는 법을 배웠다. 그것만으로도 이 성은 달라졌다. “도윤. 자네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 “가고 싶죠. 가족도 만나고 싶고요.” “그런데 남겠다고 했지.” “네. 여기에서도 해야 할 일이 있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요. 돌아갈 권리와 가족에게 연락할 길은 확보했으니, 이제 시간을 제가 정할 수 있습니다.” “내가 그 선택을 존중하겠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처음 이 세계에 떨어졌을 때를 생각했다. 왕국은 내게 검을 쥐여 주었고, 일단 싸우면 나중에 보상하겠다고 했다. 나는 거절했다. 그리고 마왕성 문을 두드렸다. 생전 처음 만난 마왕 앞에서 근로계약서를 요구했을 때, 아무도 내가 오래 살아남으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살아남았다. 월급도 받았다. 휴가도 만들었다. 전쟁을 멈추는 장부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내 선택을 누군가 대신 쓰지 못하도록 했다. 제르칸이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안에는 화려한 검 대신 은빛 명패가 있었다. [마왕성 공동정산실 — 한도윤] “특별한 지위를 주는 건가요?” “아니다. 네가 이미 하고 있는 일을 이름으로 남기는 것이다.” “연봉이 오르는 건 아니고요?” “…….”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감동을 느낄 시간도 주지 않는구나.”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제 직업입니다.” 우리는 함께 웃었다. 저녁에는 작은 회식이 열렸다. 규모를 줄이고 기념비 예산을 삭감한 덕분에 음식은 푸짐했다. 피코는 자기 몫의 과자를 정산표에 기록했고, 루시아는 식사 도중에도 훈련 예산을 달라고 졸랐다. 몰트는 천 년 동안 처음으로 퇴근 시간에 사무실 불을 껐다.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특히 제르칸이 가장 크게 박수쳤다. 성벽 위로 올라가니 국경 쪽 하늘에 작고 따뜻한 불빛들이 보였다. 전투 신호가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는 행렬의 등불이었다. 나는 엄마에게 보내기로 한 다음 연락의 초안을 손에 쥐었다. 제목은 '잘 지내고 있어'였다. 그 문장은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출근했다. 회계실 문에 새 명패를 걸자 제르칸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왔다. 손에는 두툼한 서류철이 있었다. “한도윤! 대단히 중요한 결재다!” “뭔데요?” “전후 복구 기념 축제를 열겠다. 그리고 용의 형상을 한 금빛 분수대를 만들겠다!” 나는 서류를 받아 금액부터 봤다. 금화가 터무니없이 많았다. “반려합니다.” “왜!” “주 5일 근무제 정식 시행 예산부터 확보해야죠. 그리고 가족 방문 휴가 규정도요.” “전쟁을 끝냈더니 내게는 더 무서운 일이 생겼구나!” “마왕님, 제가 처음 취업할 때도 말씀드렸잖아요.” “무엇을?” “계약은 지키셔야 한다고요.” 마왕은 왕좌에 털썩 주저앉았다. 루시아가 웃음을 터뜨렸고, 피코는 반려 도장을 흔들었다. 몰트는 조용히 다음 장부를 펼쳤다. 용사로 소환된 나는 마왕을 쓰러뜨리지 않았다. 대신 마왕성에 취직했다. 그리고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에게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마왕님. 여기 사인하시죠.” — 1부 완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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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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