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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126화
PAYLUA ORIGINAL · 제126화

126화. 우편조합은 밤에 일합니다

마왕성에 취업했더니 내가 제일 무섭단다 · 6,169자

오프라인 책장
편지는 낮에 써도 밤에 움직인다. 중립 항구의 우편조합장이 내게 처음 한 말이었다. "그래서 야간 수당도 필요하지." 그가 덧붙였다. 나는 그 사람을 바로 좋아하게 됐다. 일하는 시간에 따른 보상을 먼저 말하는 상급자는 흔치 않았다. 우편조합장의 이름은 키엔. 초록색 비늘이 햇빛에 반짝이는 늙은 리자드맨이었다. 그는 손목에 작은 시계를 세 개나 차고 있었다. 하나는 항구 시간, 하나는 왕국 시간, 마지막 하나는 조수의 만조 시간을 가리킨다고 했다. "이 모든 시간을 계산해서 급여를 주나요?" 나는 물었다. "제대로 주려고 노력하지. 그런데 요즘 통합 프로그램이 지 멋대로 가장 짧은 시간만 고르더군." "문제군요." "그래서 마왕성 회계사라면 도움이 되겠나 싶었지." 나를 초대한 이유가 공개되자 피코가 즐거워했다. "도윤 님! 어디 가도 일감이 생겨요!" "전설적인 저주 같은 말이구나." 우리의 목적은 보존 봉투의 여덟 해 뒤 재확인 기록이었다. 우편조합은 그때 화재로 흩어진 물품 목록을 인수했고, 안전한 전달 체계를 정비하려는 사업을 운영했다고 했다. 구형 장부를 맡은 직원들은 밤에 배가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일했다. 기록상 한 번에 세 번의 인계가 이뤄졌다고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 명이 같은 장소에서 세 역할을 맡았던 경우도 있었다. "그때도 사람이 부족했나 보네요." "지금도 부족해. 종이를 옮기는 사람은 눈에 안 띄거든." 키엔은 우리를 야간 분류실로 데려갔다. 낮에는 비어 있던 복도에 빛나는 우편 상자들이 가득했다. 이 세계의 편지는 평범하게 마차로도 움직이지만, 급한 통지는 바람관을 타고 날아간다. 대리석 벽 사이의 투명 관 안에서는 푸른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 안에서 일하면 재미있겠어요." 피코가 말했다. "네가 들어갈 공간은 없다." "작아서 들어가는데요?" "그러니까 더 위험해." 키엔이 손가락으로 관 옆의 경고문을 가리켰다. [생물 탑승 금지.] 피코는 작게 입술을 내밀었다. 위험을 설명하는 데 저보다 강한 문장은 없었다. '생물 탑승 금지'라는 글자를 보고도 타고 싶어 한다면 이제 그건 교육이 아니라 구조 대상이다. 분류실에서 우리는 오래된 보존 재확인 대장을 확인했다. 여덟 해 뒤에 찍힌 도장은 '재발송 승인'이 아니라 '보존 상태 양호'였다. 당시 우편조합은 수천 건의 미도달 기록 중 보관 의무가 남은 것을 추려 안전한 창고에 옮겼다. "그럼 누군가 새로 보내기로 결정한 건 아니군요." "그렇지. 정확하게는 아직 보낼 권한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표시야." "보존 대상인 이유는요?" "수취인 보호 조건이 남았기 때문이지. 직접 확인이 이뤄지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는 정보가 있으면 창고에 남겨야 해." 나는 기록을 보며 중얼거렸다. "버리지도 못하고 보내지도 못하고." "그래. 그래서 장부가 필요해." 키엔은 나를 돌아봤다. "회계사라면 이해하지? 아무도 가져가지 않은 물건도 책임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 맡겨진 회사 돈과 닮았다. 사용하지 않는 돈도 그냥 사라지게 둘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에 생겼다. 보존 상태 재확인 대장에 오래된 구형 직무 코드가 보였다. 0003. 나는 반가운 손님을 본 사람처럼 웃지는 않았다. "또 이 번호네요." 키엔이 말했다. "그건 당시 공동 인계 협조 코드야. 사람 이름이 아니라 절차 묶음이라고 적혀 있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코드가 다른 시스템에서 동의 승인처럼 표시된 적이 있어서요." "그거 위험한데." "많이 위험했죠." 키엔은 즉시 기술 담당자를 불렀다. 오래된 프로그램을 그대로 실행하는 대신 시험용 복제 자료에서 표시값만 확인했다. 기록은 '보존 상태 확인자'와 '발송 허가자'를 서로 다른 칸에 저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통합 조회 화면에는 둘 다 '처리 확인'으로 요약됐다. "여기가 문제군." 기술 담당자가 말했다. "그 요약을 다른 시스템이 가져가면 누가 뭘 확인했는지 알 수 없겠네요." "바로 그렇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원본 값과 요약값을 나눠서 보여 주세요. 그리고 테스트 화면을 운영 기록과 연결하지 마세요." 키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실제 기록을 고치지 않은 상태에서 오류 재현을 먼저 남겼다. 한참 작업하고 있을 때 분류실 끝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수송선이 들어왔다는 신호였다. 우편조합 직원들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바퀴 달린 수레가 빠르게 지나갔고, 하늘에는 작은 날개 달린 우편 물고기들이 날았다. 피코는 넋을 잃고 바라봤다. "저건 물고기예요, 새예요?" "업무상 우편 운송인이겠지." 나는 대답했다. "도윤 님은 정말 낭만이 없어요." "쟤들은 분명 수당도 못 받는 날이 있을 거야." 키엔이 뒤에서 말했다. "받는다. 사료 수당까지 있어."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잘 운영하시네요." "다만 사람이 받는 야간 수당은 아직 다 못 맞췄어." 그 말에 나는 즉시 자료를 꺼냈다. 임무 수행 중인데도 자동 시스템이 짧은 시간만 골라 지급했다면 단순한 조회 오류가 아니었다. 실제 미지급이 있었는지 급여 명세와 수취 기록을 확인해야 했다. 두 시간 동안의 대조 끝에 네 명의 야간 분류 담당자 중 한 명은 야간 가산이 정상 지급됐고, 두 명은 일부 수당이 빠졌으며, 한 명은 다음 지급일 정산 예정으로 표시된 사실을 확인했다. 키엔은 현장에서 지급 명령을 일괄 승인하자는 내 제안을 거절했다. "실제 수령액이 아직 확인 안 됐으니 사람별로 확인하고 내일 지급하자."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나는 기분이 좋았다. 돈을 주는 일이라도 확인 없이 대충 처리하면 다시 문제가 생긴다. 키엔이 원칙을 이해한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키엔은 우리가 분류실을 나가기 전에 야간 우편 분류 업무를 잠깐 보여 주겠다고 했다. 구경이라고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직원들은 긴 작업대 앞에서 서로 다른 크기의 봉투를 눈 깜짝할 사이에 분류하고 있었다. 작은 요정은 공중에서 편지를 색깔별로 나눴고, 덩치 큰 오크는 배송 수레를 밀었다. 흰 깃털이 달린 하피 직원은 높은 선반에 편지 다발을 올렸다. 종족이 다른데도 동작이 맞아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오케스트라 같았다. "멋지네요." 내가 말했다. 키엔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이 분야에서 우리는 꽤 잘하지. 다만 일이 빨라질수록 더 많은 물량이 들어오기도 해." "그 말은 어느 회사에서나 무섭죠." 그때 요정 직원 하나가 바람관 앞에서 갑자기 비틀거렸다. 하피가 빠르게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키엔은 바로 작업을 중단시키고 의무 담당자를 불렀다. 물량이 밀린다고 작업을 계속하자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째 피곤해 보였어." 하피가 말했다. 나는 의무 담당자에게 현장 안전을 맡기고 작업 배치표를 살펴봤다. 최근 폭풍으로 배가 늦게 들어와 야간 근무가 겹쳤고, 요정 직원의 휴식 간격이 규정 최소 시간보다 짧았던 날이 있었다. "이것도 급여 프로그램 오류와 관련 있나요?" 나는 키엔에게 물었다. "같은 날 배가 두 번 들어와서 근무 일정이 밀렸지. 전산에는 원래 시간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실제 근무와 계획 근무가 다르군요." 우리는 현장 책임자에게 계획표를 실제 출근 기록과 대조하도록 권고했다. 사고의 원인이 단순 피로인지 다른 건강 문제인지는 의무 담당자가 판단할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위험한 근무 배치를 중지하고 누락된 휴식 시간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요정 직원이 안정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모두가 다시 움직였다. 키엔은 그날 뒤늦게 들어온 물량을 다음 근무조에 나눠 배치했다. "늦게 가는 편지가 생기겠네요." 피코가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사람보다 편지가 먼저 가면 안 돼." 키엔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관은 아무리 빨라도 사람이 다치면 스스로 돌아가지 못한다. 직원들의 휴식실은 작고 따뜻했다. 벽에는 '무리해서 업무를 끝내지 말 것'이라는 규칙이 붙어 있었는데, 그 바로 아래에는 '미처리 우편 잔량 목표'라는 숫자판도 있었다. 두 문장이 서로 싸우는 것처럼 보였다. "이 목표판은 누가 만드셨어요?" 내가 물었다. "옛 관리자가 만들었지." "직원들이 건강을 해치면서 맞추게 되는 숫자면 수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키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도윤, 네가 보기엔 숫자가 너무 많나?" "숫자가 많은 건 괜찮아요. 숫자가 사람이 해야 할 결정을 대신하게 되면 문제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목표판 옆에 새 항목을 추가했다. [안전상 중지한 작업은 지연 벌점 대상에서 제외.] 요정 직원이 돌아와 그 문장을 보고 울 것처럼 웃었다. 나는 괜히 다른 곳을 바라봤다. 우편 봉투의 행방을 찾으러 왔는데 누군가의 야근부터 줄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우편 분류와 관련된 마지막 질문을 마치자 키엔은 옛 우편조합의 규격 심의 책자를 보여 줬다. 표지에는 큰 글씨로 '빠르게 보내는 법'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속표지에는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 [보내지 말아야 할 때를 먼저 확인할 것.] 나는 그 문장을 피코에게 읽어 줬다. "이건 외우기 쉬워요." 녀석이 말했다. "왜?" "사탕을 누가 싫다고 했으면 안 주는 거니까요." "맞아. 다만 편지는 사탕보다 훨씬 복잡해." "그래도 시작은 같잖아요." 나는 빙긋 웃었다. 어떤 날에는 천 년 묵은 장부보다 임프의 사탕 철학이 더 명료했다. 키엔은 우리에게 오래된 수송표를 읽는 방법도 알려 줬다. 우편이 정확히 언제 출발했는지 알고 싶다면 종이에 찍힌 시간이 아니라 수송선이 실제로 항구를 떠난 기록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계가 조수 시간이고, 저 시계가 왕국 시간이지." 그가 말했다. 피코는 세 개의 시계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같은 밤인데 시간이 세 개예요?" "그렇지. 바닷길을 달리는 배는 만조를 기준으로 움직이니까."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를 괴롭히던 날짜 차이들을 떠올렸다. 한도윤이라는 이름이 소환 열이틀 전에 등록됐다는 자료와, 열하루 전에 등록됐다는 자료는 실제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계로 기록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자동으로 같은 날짜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간 기준을 먼저 알아야겠네요." "맞아. 숫자는 정확해 보여도 기준이 다르면 틀린 답이 되지." 키엔은 낡은 선박 출항부를 펼쳤다. 옛 문서에는 왕국의 자정이 중립 항구의 야간 제삼각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해당 연도의 달력 개정 기록이 하나 빠져 있었다. "이걸로 한국어 봉투의 운송 시각을 바로 계산할 수 있을까요?" 내가 물었다. "아직은 안 돼. 달력 개정표부터 확인해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꼭 맞는 숫자처럼 보이는 착시를 버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키엔은 마지막으로 수송표의 여백을 가리켰다. "이 표시를 봐. 배가 늦게 떠난 날에는 직원들이 출항 시각과 근무 종료 시각을 따로 적었어." "그래야 야간 수당 계산도 맞겠네요." "바로 그거야." 우리는 함께 웃었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일하던 두 사람이 같은 숫자 때문에 웃고 있다는 게 조금 우스웠다. 그런데 그날만큼은 아주 든든하기도 했다. 자정 무렵 우리는 작업을 마쳤다. 직원들은 교대식을 치르고, 피코는 졸린 눈으로 마지막 업무표를 정리했다. "도윤 님. 편지는 못 찾았지만 수당은 찾았어요." "그러게. 오늘도 뜻밖의 성과네." "그럼 내일은 편지를 찾을까요?" "편지가 있을 자리는 찾았지. 중요한 건 누가 열 수 있느냐야." 조합장 키엔이 마지막으로 보여 준 항목이 있었다. [재확인 당시 봉인 외피 원형 보존. 내부 열람 미실시. 권리 보호 목적의 정기 재검토 예정.] 그 후 정기 재검토가 실제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록 때문에 오랫동안 떠돌던 봉투가 당시 누군가에게 함부로 열리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알 수 있었다. 우편조합을 나오는데 새벽 바람이 차가웠다. 루시아는 내게 외투를 던져 줬다. "입어. 회계사가 감기에 걸리면 누가 우리 급여를 챙겨 주겠어?" "그 이유 때문에 챙겨 주시는 겁니까?" "물론이지." 잠시 뒤 그녀는 작게 덧붙였다. "그냥 친구니까 챙겨 주는 거기도 하고." 나는 웃으며 외투를 걸쳤다. 그날 마지막으로 남긴 기록은 다음과 같았다. '보존 상태를 확인한 사람은, 우편을 보낸 사람이 아니다.' 이 단순한 문장이 왜 지금까지 그렇게 자주 사라졌는지는, 아직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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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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